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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 마당] 세월아 쉬었다 가려무나

"그 어여쁜 고운 자태 얼마나 가랴. 세월은 화살같이 날아가는데 꽃처럼 아름답던 그 눈썹에 차마 주름질 줄 그 누가 알았으리오."

세월 앞에 장사 없다더니, 황진이의 선녀같이 곱던 얼굴에 주름 깃든 모습을 보고 안타까워 이덕형이 탄식하며 그의 저서 '송도기이'에 쓴 명문장이다.

기해년을 맞아 쓴 근하신년의 묵향이 채 마르기도 전에 입춘대길을 쓰며 세월의 무상함에 넋을 잃어 망연히 눈 덮인 먼 산을 바라본다.

비 갠 끝이라 청잣빛 하늘에서 쏟아지는 햇살에 봄 냄새가 묻어온다. 겨울 끝자락을 봄볕이 살며시 발끝으로 딛고 내 마음의 정원에 꽃망울을 움트게 하는 입춘이다.



나이 탓인가. 세월이 너무 빨라 올해도 눈 한 번 끔뻑하면 성탄노래 소리에 묻혀 기해년도 세월의 뒤안길로 옷깃을 감출 것이다.

송구영신을 한두 해 보낸 것이 아닌데 올해는 유독 더 마음이 허허로운 것은 나도 별 수 없이 늙어가는가 보다. 세월아! 빨리간들 무엇하나. 쉬엄쉬엄 천천히 가려무나.

이덕형은 선조 때 영의정을 지낸 충신으로 오성 이항복보다 다섯 살 어렸는데 오성과 동문수학한 죽마지우로 오성과 한음의 치기어린 기행은 우리들 어린 시절, 꿈길에 뛰놀게 했던 전설이다. 세월 앞에 별 수 없이 늙어가는 우리의 모습도 이 명시에 함께 담겨있다.

"세월 세월 그 누가 세월을 약이라 말했나? 거짓말이야. 산천은 의구한데 인걸은 간데없네. 부귀와 영화도 꿈인 양 흘러갔네. 아 무상한 세월. 참으로 덧없는 것이 인생인가. 허, 허, 허(虛, 虛, 虛)"


이산하 / 노워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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