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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통계청장 "17년 2·3분기 경기 정점"···하강국면 첫 언급

[한국 중앙일보] 기사입력 2019/02/24 09:02

강신욱 청장 인터뷰
“판단 근거인 경기동행지수·GDP
정점찍은 시기 달라 6월 공식판단”

문 정부, 경기 내리막 국면인데
법인세·최저임금 인상정책 논란

강신욱 통계청장이 국내 경기가 2017년 2~3분기에 정점을 찍고 내려오고 있다는 진단을 내놓았다. 경기 사이클의 정점과 저점을 공식 판정하는 통계청 수장이 한국 경제가 하강국면에 접어들었다고 판단한 것이다.



[프리랜서 김성태]





강 청장은 중앙일보와의 인터뷰에서 “경기 동행지수 순환변동치를 보면 2017년 2분기, 국내총생산(GDP)으로는 3분기가 정점으로 나타난다”며 “오는 6월 경기 정점이 언제인지 확정하면, 공식적으로 한국 경제가 그 시점 이후 하강 국면으로 전환됐음을 의미한다”라고 설명했다. 구체적인 경기 하강 판단을 언급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2017년 2~3분기에 정점이 찍힌다면, 경기가 내리막을 타고 있는 흐름에서 출범한 문재인 정부가 법인세율 인상, 최저임금 인상 같은 실물경제에 부담을 주는 정책을 펼친 셈이라 논란이 될 전망이다.

강 청장은 고용 등 경제지표가 나빠진 것에 대해서는 “최저임금 인상 같은 특정 정책 효과 때문인지는 통계적으로 파악하기 힘들다”며 “소득 양극화가 악화했지만, 정부가 정책 수단을 활용해 더 나빠질 수 있는 것을 줄인 측면도 있다”라고 말했다. 다음은 강 청장과의 일문일답.


Q : 통계 수치로 보면 한국 경제가 어떤가.
A : 지난해 산업동향을 보면 설비투자ㆍ건설기성 등이 감소세로 돌아섰고, 광공업 생산은 전년보다 증가 폭이 줄었다. 광공업 생산 둔화는 미국을 제외한 다른 선진국에서도 나타나는 현상이다. 그러나 소매판매와 서비스업 생산은 증가했다. 고용의 경우 취업자 증가 폭이 둔화하는 등의 부정적인 면도 있으나 청년층 고용률과 상용직 증가 지속 등 긍정적인 모습도 보인다.


Q : 경기동행ㆍ선행지표가 역대 최장 동반 하락하고 있다. 경기가 정점을 찍고 내려오는 것으로 보이는데.
A : 경기 동행지수 순환변동치를 보면 2017년 2분기가 정점, 국내총생산(GDP)은 2017년 3분기가 정점으로 나타난다. 두 수치가 정점을 찍은 위치가 달라서 기술적으로 분석을 진행하고 있다. 3~4월에 2017년 몇월에 정점을 찍었는지 잠정안을 내고, 전문가 자문회의를 거쳐 이르면 6월에 공식적인 정점 판단을 내릴 예정이다. 현재 한국경제는 2013년 3월 저점에서 시작한 ‘제11 순환기’에 속해 있다. 경기 정점이 확정되면 공식적으로 한국 경제가 확장(상승)국면에서 수축(하강)국면으로 전환되었음을 의미한다. 다만 하강 국면에서도 경기의 단기적인 상승이 발생할 수 있다.


Q : 고용 등 경제 지표가 많이 안 좋다.
A : 원인은 여러 가지가 있는 것 같다. 우선 제조업이 부진하다. 이게 해당 지역의 서비스업에도 영향을 줬다. 온라인이 오프라인을 대체하는 등의 기술혁신 여파도 있다. 인구구조 변화도 전체 경제ㆍ사회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Q : 정책적인 요인도 있는 것 같은데.
A : 최저임금 인상 정책을 말하는 것 같다. 특정 정책 효과, 특히 최저임금 인상의 효과가 어떤지 파악하긴 어렵다. 통계청이 긍정ㆍ부정을 판단할만한 자료는 생산하고 있지 않기 때문이다. 예컨대 A라는 분이 실업자가 됐는데 이 분이 최저임금을 받았던 분인지, 그 이상을 받았던 분인지는 지금 생산하는 통계로는 분석에 한계가 있다.


Q : 가계동향조사 결과를 보면 소득 양극화는 더 심해지고 있다.
A : 하위 소득 군의 일자리 상황이 좋지 않은 것 같다. 인구ㆍ가구 구조의 변화 과정에서 고령자 가구가 1분위에 상대적으로 집중된 요인도 있다. 지난해 가구당 ‘비소비지출’(세금과 보험료 등 의무적으로 내야 하는 돈)이 늘어난 것은 임금 상승 및 사회보장 확대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 공적이전소득(기초연금이나 아동수당처럼 저부에서 보조받는 소득)이 증가세인데, 정부의 다각적인 재분배 노력에 따라 앞으로도 증가세가 유지될 것으로 본다.


Q : 현 정부에서 소득분배에 신경을 많이 썼는데, 역설적인 결과 아닌가?
A : 정책 수단을 활용해 소득 격차를 줄인 측면도 있다. 소득 재분배 정책을 반영하지 않은 ‘시장소득’ 기준 지니계수와 재분배 정책을 반영한 ‘처분가능소득’ 기준 지니계수를 비교하면 알 수 있다. 두 수치의 차(差)는 시장에서의 불평등을 얼마나 줄였는지 알 수 있는 지표인데, 유럽 복지국가일수록 이 수치가 크다. 한국은 이 수치가 계속 커지고 있다.


Q : 지난해 취임 당시 야권에서 ‘통계 외압’ 가능성을 제기하기도 했다.
A : 새삼 얘기를 꺼내기 조심스럽다. 지금도 가끔 기사에서 제 이름 앞에 그런 수식어를 붙이는데, 불편한 게 사실이다. 확실히 말씀드릴 수 있는 것은 정치적 해석을 염두에 두고 통계를 생산하는 건 가능하지도 않고, 생각한 적도 없다. 통계청 시스템이 그것을 허용할 만큼 허술하지도 않다. 각종 통계는 전문화된 프로세스에서 생산되고 검토되고 집계된다.


Q : 청와대와의 스킨십은 어떤가?
A : 특별히 스킨십할 일이 없다. 청와대에도 철저하게 법을 지키며 통계 자료를 제공하고 있기 때문이다. 문재인 대통령과 대면한 것도 취임하고 나서 한참 뒤인 올해 초 확대경제장관회의 때가 처음이었다. 별도로 말씀하신 것도 없다.


Q : 통계청에서 발표하는 지표와 체감경기에 괴리가 크다.
A : 평균치를 발표하는 경우 많다 보니 개인마다 느끼는 게 다를 수 있다. 대표적인 품목이 물가다. 언제 어떤 물건을 사느냐에 따라 차이가 크다. 우선 다양한 보조 지표를 생산해서 괴리를 줄이려 하고 있다. 예컨대 물가의 경우 신선식품 물가지수, 고용의 경우 잠재적 실업률 등을 통해 보완하는 식이다. 또 지표 발표 주기를 단축해 최신 정보를 제공하도록 노력하고 있다.



[프리랜서 김성태]






Q : 통계조사 거부 시 과태료 부과를 검토하다 철회했다.
A : 조사 대상자의 비협조 사례가 늘고 있어 현장조사가 어렵다. 그래도 국민의 불편을 줄이고 협조할 여건을 만드는 방향으로 개선하려고 한다. 우선 은행 계좌 입출금 및 카드 거래내역을 파악해 자동으로 기재하는 ‘전자가계부’를 도입한다. 여기서 거르지 못하는 현금 거래 등은 통계청에서 직접 영수증을 제공받아 기재하려고 한다. 이르면 하반기부터 적용할 방침이다. 현재 응답 가구에 제공하는 상품권의 금액도 월 6만5000원에서 더 올리기 위해 관계부처와 협의 중이다.


Q : 개인정보 공개 동의 없이 금융정보를 수집하는 방안도 추진하고 있는데.
A : 국회에서 관련법을 개정해야 가능하다. 그러나 이견이 있어 진척이 더디다. 법 개정이 되더라도 개인정보는 철저히 보호할 것이다. 지금까지 통계 작성과정 및 공표과정에서 개인정보 유출사례는 단 한건도 없다. 개인정보 이용은 통계 선진화 있어서 중요한 요인이다. 그러나 권리와 맞닿아 있기 때문에 국회 논의가 전제돼야 한다.


Q : 저출산 고령화 속도가 빠르다.
A : 2017년 합계출산율(1.05), 출생아 수(35만8000명)는 역대 최저였다. 그런데 지난해는 합계출산율은 1.0 미만, 출생아 수는 33만명 미만일 것으로 예측된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합계출산율이 1.0 미만인 국가는 대한민국이 유일하다. 저출산 고령화가 예측보다 더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 결혼율 변화 등을 고려하는 방식으로 장래인구 예측 모형을 개선해 3월 장래인구 특별추계 결과를 발표할 예정이다. 한국의 총인구 감소 시점(중위 추계 기준 2032년)이 앞당겨질 수 있다. 베이비부머(1955~1963년생)가 고령 인구로 이동하기 시작하는 2020년 이후에는 생산가능인구도 급감할 것으로 보인다. 급격한 인구구조 변화로 인해 일자리ㆍ복지ㆍ연금ㆍ교육ㆍ주택 등 주요정책에 파급효과가 클 것으로 예상된다.


Q : 북한과의 교류 계획은 없나?
A : 올해 있을 북한 인구센서스의 지원을 위해 유엔인구기금(UNFPA) 등과 함께 지원범위ㆍ일정 등을 구체화해 나갈 계획이다. 이는 간접적인 지원이기 때문에 대북 제재와는 무관하다. 그러나 북한과 직접 교류해 조사설계를 자문하거나 자료 수집방법 등을 교육하는 것은 대북제재 대상이 될 수 있어 불가능하다. 그래도 남북관계 진전에 따라 언젠가는 북한 통계가 필요할 것이다. 대북제재가 완화되면 관련 부처 협의를 통해 필요 분야를 발굴하고 협력 가능한 사항을 찾아보려 한다.


Q : 추가로 개발 중인 통계가 있나?
A : 적극적으로 빅데이터를 활용하려 한다. 모바일 위치 정보를 이용해 광역시별 출퇴근 시간, 상주인구 비교가 가능해지고, 배달 앱 정보를 활용해 온라인 외식 물가도 분석할 예정이다. 신용정보 빅데이터를 공공정보와 결합해 주요 업종별 자영업자의 대출 및 연체 현황, 전세자금ㆍ서민대출 현황, 성별ㆍ지역별ㆍ전공별 학자금 특징 등을 분석할 수 있다. 소방청 구조활동 데이터 등을 활용해 지역별ㆍ사고원인별 생활안전사고 관련 통계도 내놓을 계획이다. 산업의 변화도 반영해야 한다. 예컨대 우버 운전기사나 카카오 대리기사의 경우 어떻게 분류해야 할 지 기준이 없었다. 국제노동기구(ILO)의 분류 개정안을 고용동향에도 반영할 예정이다.


Q : 주요 지표를 제일 먼저 확인할 때 기분은 어떤가?
A : 통계청장이기 전에 국민으로서, 또 학자로서 궁금점이 솟구치는 게 솔직한 마음이다. 하지만 지표가 나쁘다고 혹은 좋다고 해서 개인적인 감정을 겉으로 드러내지 않는다. 혹시나 직원들에게 영향을 미칠까 우려해서다. (웃음) 다양한 곳에서 통계청 자료의 인용 빈도가 높아지고, 의사 결정에 있어서의 활용도도 넓어지고 있다. 책임감을 느끼고 있다.

대전=손해용ㆍ김기환 기자 sohn.yong@joongang.co.kr
강신욱(53) 통계청장은
빈곤 정책과 소득 불평등 문제에 관심을 갖고 연구해온 진보개혁 성향의 경제학자다. 국내 대표적인 소득분배 전문가로 꼽힌다. 서울 출생으로 숭실고, 서울대 경제학과를 졸업하고 서울대에서 경제학 석ㆍ박사 학위를 받았다. 2004년 한국보건사회연구원에 합류해 소득보장정책연구실장 등 핵심 보직을 거쳤다. 주요 논문을 통해 소득분배 개선을 위해 정부의 적극적인 개입을 주문한 바 있다. 이 때문에 지난해 2분기 소득분배 지표가 악화됐다는 통계를 내놓은 황수경 전 통계청장이 전격 경질된 뒤 신임 청장으로 임명되면서 정치권에서 ‘코드’ 논란을 겪기도 했다. 통계청 내에서는 판단이 빠르고 정확하며, 합리적으로 일을 처리한다는 평가를 받는다. 언제나 존대말을 쓰고, 화를 내지 않아 겸손하고 예의 바르다는 얘기를 많이 듣는다. 클래식 등 음악에 조예가 깊으며, 수준급의 농구 실력을 자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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