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s Angeles

64.0°

2020.05.30(Sat)

[풍향계] 철자법 틀리는 건 부끄러워 하면서

[LA중앙일보] 발행 2008/09/25 미주판 18면 기사입력 2008/09/24 18:51

이종호/편집위원

순두부를 영어로 어떻게 써야 하나? 돌솥비빔밥은 또 어떻게 표기하지?

한인 음식점들이 늘 고민하는 문제다. 식당들을 가 봐도 들쭉날쭉이다. 우리가 헷갈리는데 외국인들은 오죽하랴.

그런 차에 반가운 소식이 들렸다. 지난 주 한국 농림수산식품부가 한식 메뉴 100여 가지에 대한 표준 영문표기법을 제정 발표한 것이다.

원칙을 살펴보니 소리 나는 대로 적고 뜻을 풀이해 병기하도록 했다. 비빔밥은 Bibimbap (Rice Mixed with Vegetables and Beef)으로 쓰고 삼계탕은 Samgyetang (Ginseng Chicken Soup)으로 쓰자는 식이다.

또 불고기는 Bulgogi (Korean-Style Barbecued Beef)로 냉면은 Naengmyeon (Chilled Buckwheat Noodle Soup)으로 쓴다.

사실 이런 영문 표기법이 처음 나온 것은 아니다. 2년여 전에도 관광공사가 지침서를 내 놓은 적이 있고 민간 단체들도 나름대로 시안을 제시했었다. 그러나 그 때마다 표기 방식이 달라서 오히려 혼란만 부추긴 감이 없지 않았다.

또 정작 표기법을 활용했어야 할 해외의 한국 식당들은 그런 것이 있었는지 조차 모르는 경우가 많았다.

아마 홍보를 제대로 하지 않아서였을 것이다. 설령 홍보를 잘 했더라도 쉬운 일은 아니었을 것이다. 영어 번역에 워낙 이견이 많고 학교서 배운 외래어 표기법조차 제대로 쓰이지 않는 게 현실이니까 말이다.

요즘은 한국 사람이면 누구나 우리 음식의 세계화를 얘기한다. 실천 방법론도 쏟아진다. 그러나 기본은 하나다. 세계화라는 게 단순히 음식을 많이 파는 게 아니라 고급 문화상품을 만든다는 시각으로 접근해야 한다는 것이다.

태국은 2001년부터 태국 음식의 국제화라는 기치 아래 '글로벌 타이 레스토랑' 프로젝트를 추진했다. 정부 주도하에 전문학교를 세워 인력을 양성했고 조리법을 표준화했다. 많은 투자도 이뤄졌다. 그 결과 지금 태국 음식은 어느 외국 음식보다 유명해져 있다.

우리도 배워야 한다. 외국인의 성향과 기호를 조사하고 우리의 전통은 살리면서 현지화.퓨전화도 모색해야 한다. 그리고 그 첫걸음은 영문 표기법 통일이어야 한다.

불고기를 Bulgogi라 정해 놓고 Pulgoki Bulkogi Bulgoki로 써서는 안 될 일이다. 갈비는 Galbi인데 Kalbi Kalbee라고 쓰거나 심지어 일본식 발음으로 Karubi라고까지 쓰고 있지 않은가.

영어 단어는 철자 하나 틀리면 그렇게 부끄러워하면서 이런 것은 아무렇지도 않게 여기는 자세부터 바꿔야 한다.

표기법은 만들기만 해선 소용이 없다. 외국의 한국 식당들이 우선 쓰도록 정부 기관이 적극적으로 알리고 설득해야 한다.

한인 식당도 호응해야 한다. 현지 사정과 다르다고 거부만 하는 것은 옳지 못하다. 어차피 완벽한 외국어 표기법이 있을 수 없다면 한국 정부 안을 따르는 것이 도리다.

차제에 일반 동포들도 관심을 가져 봄이 좋겠다. 한국 식당에 가면 한글 메뉴만 볼게 아니라 영문 표기도 읽어보고 잘못된 게 있으면 일러주자. 아이들에게도 한번쯤은 우리 음식의 영문 표기법을 가르쳐 주자.

한식의 세계화를 바란다면 이런 것이 해외 사는 동포들이 해야 할 최소한의 일이 아닐까 싶다.

참고로 이번에 마련된 표기법은 웹사이트 www.foodinkorea.co.kr로 들어가 식품산업정보→연구동향을 차례로 클릭하면 전문을 내려 받아 볼 수 있다.

오늘의 핫이슈

PlusNews

포토 뉴스

전문가 칼럼전문가 전체보기

박유진 변호사

박유진 변호사

HelloKTow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