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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의 향기] 손을 뻗어라!

박비오 신부 / 천주교 성 정하상 바오로 성당
박비오 신부 / 천주교 성 정하상 바오로 성당 

[LA중앙일보] 발행 2019/02/26 종교 29면 기사입력 2019/02/25 18:38

"안식일에 좋은 일을 하는 것이 합당하냐? 남을 해치는 일을 하는 것이 합당하냐? 목숨을 구하는 것이 합당하냐? 죽이는 것이 합당하냐?"(마르 3,4) 이 말씀을 통하여 예수님은 안식일에 관한 사람들의 고정관념을 깨트리신다. 안식일에 손이 오그라든 사람을 고치지 않는 건 분명 남을 해치는 일도, 누군가를 죽이는 일도 아니다. 그럼에도, 예수님은 좋은 일을 하지 않는 게 남을 해치는 일과 다름없다고 가르친다. 언뜻 들으면 과장이라 할 수 있지만, 바리사이들의 모습은 예수님의 말씀이 옳다는 걸 증명한다. "안식일에는 좋은 일도 미뤄야 한다"고 주장하는 이들이 결국 한다는 일이, '예수님을 어떻게 없앨까?' 모의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사람들은 예수님을 고발하려고, 그분께서 안식일에 그 사람을 고쳐주시는지 지켜보고 있었다."(마르 3,2) 여기에서 '지켜본다'는 말은 성경에서 그리 좋은 뜻으로 사용되지 않았다. 구약성경의 그리스어 번역본인 칠십인역에서는 이 단어가 구약성경 전체를 통틀어 단 두 번밖에 나오지 않는데, 그 중 한 군데에서 '지켜보는' 일을 하는 사람은 죄인이다. "죄인은 의로운 이를 지켜보고, 그를 향해 이를 간다."(칠십인역 시편 36,12) 바리사이들에게 이 표현을 썼다는 건 마르코복음사가의 눈에 죄인은, 예수님께서 죄인인지를 지켜보는 바리사이들이었음을 드러낸다.

이렇게 죄를 짓는 바리사이들을 향해 예수님은 분노를 느끼셨을 것이다. 아무리 온유하고 겸손한 분이라 해도, 예수님이 불의와 위선에 무감각하신 것은 아니니까. 의로운 이를 '지켜보고' 그를 향해 이를 가는 죄인 앞에서는 그분도 마땅히 분노하셨다. 다만, 그분의 분노는 미움이나 폭력이 아닌 슬픔과 연민으로 이어졌다. 그러고는 죄의 노예가 되어 악의 하수인 노릇을 하는 수많은 이를 구하시려고 예수님은 당신의 길을 꿋꿋이 걸어가셨다.

그런데 어떤 이유로 바리사이들에겐 예수님의 행위가, 곧 사람을 구하는 일이 이스라엘의 규정을 위협하는 행동으로 여겨졌을까? 그것은 아마도 바리사이들의 마음속에 있는 깊은 두려움 때문일 것이다. 상처를 안고 사는 이들은 조그만 자극에도 불안감을 느끼고 공격적으로 반응하게 마련이니까. 어려운 박해 시절을 겪은 신앙심 깊은 유다인들은 율법을 부정하는 듯한 모든 행위를 나라 전체를 위태롭게 하는 도발로 여겼다. 이런 두려움은 사랑을 가로막는다. 그래서 예수님은 이제 그만 "두려움을 이겨내고 한걸음 더 나아가라!"고 권고하신다.

내 마음속 가장 큰 두려움은 무엇일까? 아직도 몸을 웅크리고 불안해하는 나에게 오늘 예수님은 뭐라고 말씀하실까? "손을 뻗어라!"(마르 3,5) 이 외침은 편견과 아집으로 완고해진 이들에게, 자신만의 이익을 위해 도움의 손길을 내밀지 못하는 이들에게, 미움의 상처 때문에 청하는 용서와 도움을 외면하는 이들에게 요청하시는 말씀이다. 이제 손을 뻗어 사람들과 공감하자.

park.pio@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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