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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 마당] 회장이 그렇게 좋은가

최성근 / LA
최성근 / LA 

[LA중앙일보] 발행 2019/02/27 미주판 20면 기사입력 2019/02/26 18:44

우리 사회엔 수많은 단체가 있고 거기엔 적거나 크거나 회장이 있다. 돈을 좋아하는 사람의 욕망이나 명예를 좋아하는 욕심이나 다름없이 사람들은 반상회의 작은 모임부터 나라의 권세자까지 서로 장(長) 자리를 차지하려고 사생결단 싸우는 꼴을 수없이 보아 왔다.

최근 신문 게시판에서 모 단체 회장 이취임식을 한다는 기사를 읽고 수십년 수고하며 봉사하신 이임 회장님 격려도 해 드릴 겸 찾아갔다. 마침 억수로 비가 내려 가는 길이 힘들었고 모인 사람도 많지 않았지만 이임 회장님이 반갑게 맞아 주었다. 그런데 이취임식이 갑자기 둔갑하여 신년하례식으로 바뀌어져 버렸다. 사연인즉 차기 회장을 하려던 분이 갑자기 못하겠다고 하는 바람에 그렇게 됐다는 것이다. 결국 그냥 식사만 하고 돌아왔는데 밥도 공짜가 아니어서 우중에 비싼 밥을 먹고 돌아온 셈이 되었다.

모 애국단체의 이취임식 기사도 보았다. 수십년 회장직을 맡아 수고하신 이임 회장의 수고와 공을 치하하며 친구끼리 모였다는 것이다. 또 어떤 분은 콩나물 장사를 시작으로 갑부가 되었는데 어느날 자신의 성공을 자랑하는 자선전과 비디오 테이프를 선물로 보내왔다. 사람은 죽어 이름 석자를 남긴다더니 그렇게라도 자기 이름을 남기고 싶었던 모양이다.

내가 사는 LA만 해도 수많은 단체들이 있지만 이름만 있고 회장만 있는 유명무실한 단체도 많다. 그럼에도 "내가 회장이네" 하며 명예를 자랑하고 다니는 '훌륭한' 분들이 많이 있다. 하지만 정말 남을 위해 섬기고 봉사하는 분들은 이름도 없이 빛도 없이 낮은 자리에서 묵묵히 제 할 일을 할 뿐이다.

우리가 한 평생 살고 가는 인생에는 두 갈래 길이 있다. 하나는 세상 사람들이 모두 좋아하는 넓은 길, 향락의 길, 명예의 길이다. 다른 하나는 무거운 짐 홀로 지고 십자가를 지고 가신 예수님처럼 좁은 길로 일부러 찾아가는 길이다. 어떤 길을 선택한 사람이 진정 존경받는 이름을 남기게 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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