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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언대] 오늘 16세 소녀를 가슴 뛰게 하는 것

3·1운동은 말도 안 되는 운동이었다. '눈에는 눈, 이에는 이'가 아니었다. 백만 명의 지식인과 학생과 농민과 빈민들이 방방곡곡 일어나 시퍼런 총칼 앞에 두 눈 부릅뜨고 맨손과 고함만으로 맞섰다.

터무니없는 독립의 내일을 그리며 만세를 외쳤다. 사랑과 평화와 화해를 꿈꾸는 종교와 정신의 지도자 33인의 눈에는 불꽃이 튀고 가슴은 뜨거웠으리라. 한반도에서 외친 평화는 저네 땅을 넘어 온누리 평화의 거름이 되었다.

3·1운동 비폭력 평화사상은 간디와 마틴 루터 킹 목사에게 영감을 줬다. 구글이 유관순을 기리고 뉴욕주가 기념일까지 제정한 것은 너무도 마땅하다.

백 년이 지난 오늘 또 다른 유관순을 본다. 지난해 유엔 기후변화협약 총회에서 어린 소녀가 단상에 올라 연설하는 진풍경이 펼쳐졌다. 스웨덴의 그레타 툰베리 양이다.



'어른들이 우리 미래를 빼앗고 있다'면서, 홀로 등교를 거부하고 기후변화에 무책임한 정부 앞에 나가 몇 주에 걸쳐 1인 시위를 펼쳤다.

처음엔 잠잠하던 작은 행동은 얼마 뒤 네 명(네덜란드), 백 명(호주), 5만7000 명(독일), 8만5000 명(벨기에)으로 커지더니 오는 3월 15일에는 세계 각지에서 수십만 10대 아이들이 참가하는 기후변화 시위가 예고돼 있다.

100년 전 한반도에 닥친 과제는 식민으로부터의 독립이었다. 지구촌을 사는 오늘 우리에게 닥친 과제는 무엇인가. 가장 위중한 것으로 필자는 기후정의의 실천을 꼽겠다.

얼마 전 유엔이 발표한 것처럼 현재의 수준대로 간다면 2050년이면 지구 평균기온이 2℃, 2100년이면 4℃ 오른다. 이는 말 그대로 재앙이다. 홍수와 가뭄은 수백 배 증가하고, 산불과 대기오염으로 매년 사망하는 인구도 요즘에 견줄 바 아니다. 적도에 가까운 도시들에는 더는 사람이 살지 못한다. 40만 시리아 난민의 수백 배에 달하는 '기후난민'이 발생한다. 사람의 탐욕이 낳은 캄캄한 내일이다.

우리는 기후변화에 어떻게 대응하고 있나? 2005년 플로리다에서 2000명을 죽음에 이르게 한 허리케인 카트리나의 피해는 대부분 저지대 빈민지역 흑인들에 집중됐다.

지난해 남가주를 휩쓴 산불에 어떤 이는 고급 주택을 지키고자 사설 소방관까지 고용하기도 했단다. 제 한 몸 살피기 바쁜 이들에게 빈부와 인종을 넘어 마을을, 온 땅을, 서로의 앞날을 함께 바로잡자는 목소리는 너무 지나친 것일까. 3·1운동은 그래야 한다고, 사랑과 평화만이 오직 하나밖에 없는 살 길이라고 가르친다. 홀로 깃발을 들고 나선 툰베리 양도 유관순처럼 올해 16세다.

그 또래 딸이나 아들이 있으면 물어보라, 무엇이 너희의 가슴을 뛰게 하냐고. 어른 된 이라면 그들의 앞날을 생각해줄 일이다.

나부터 고기 덜 먹고 항공편을 덜 이용하겠다. 일회용품 적게 쓰고 남는 음식 없게 주문하겠다. '서로 보살피고 이롭게 해주는 마음'이 유관순의 후예가 사는 이 땅에도 서려 있다고 보여주겠다.


오영훈 / UC리버사이드 강사·인류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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