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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1회 아카데미시상식 리뷰] 백인 일색 벗어나 소수계 아우른 화합의 잔치

작품상 받은 '그린북'
'드라이빙 미스 데이지' 재현

베테랑 흑인감독 스파이크 리
30년 만에 각색상 수상

지난 24일 할리우드 돌비극장에서 거행된 제91회 아카데미 시상식은 큰 이변 없이 예상됐던 작품과 후보자들의 수상으로 막을 내렸다. 아카데미 시상식이 백인 위주의 잔치라는 이제까지의 비판을 의식한 듯 특별히 소수계와 흑인들의 두각이 돋보였던 시상식이었다.

멕시코 감독 알폰소 쿠아론의 자전적 영화 '로마'가 유력한 작품상 수상 후보로 거론되었지만 정작 작품상은 '그린북'이 안았다. 배려와 안배의 기묘한 연출에 능숙한 솜씨를 발휘해온 아카데미가 멕시코 영화 한 편에 작품상과 감독상, 외국어 영화상을 모두 안겨줄 리는 없다.

그린북은 사실 전통적으로 아카데미가 선호하는 작품상 후보였다. 유사한 내용으로 흑백 간의 인간미 넘치는 우정을 그렸던 1989년 작 '드라이빙 미스 데이지'도 그해에 작품상을 수상했었다. 60년대 초 미국을 배경으로 한 그린북은 천재적인 흑인 피아니스트와 하층민 백인 운전기사가 연주 여행을 통해 인종 간의 갈등을 이겨내고 훈훈한 우정을 나눈다는 내용이다. 실화를 바탕으로 한 그린북은 작품상 외 남우조연상, 각본상 등 3개 상을 수상했다.

감독상과 외국어 영화상을 수상, 다시 한번 존재감을 입증한 알폰소 쿠아론은 외국어 영화로 감독상을 수상한 최초의 감독이 되었다. 그는 이례적으로 로마를 직접 촬영하고 편집해 촬영상까지 거머쥐는 기쁨을 안았다.



무엇보다도 주목할 사실은 흑인영화 '블랙 팬서'가 백인들의 전유물이다시피 했던 미술상과 의상상을 수상한 점과 흑인 베테랑 감독 스파이크 리가 30년 만에 처음으로 오스카와 인연을 맺었다는 사실이다. 주요 부문의 수상은 아니지만 진정 값진 쾌거로 받아들여진다.

스파이크 리에게 각색상을 안겨준 블랙크랜스맨.

스파이크 리에게 각색상을 안겨준 블랙크랜스맨.

스파이크 리는 '흑인영화'가 생소하던 시절인 1989년, '똑바로 살아라(Do the Right Thing)'로 데뷔해 그간 5차례나 오스카상 후보에 올랐지만 매번 고배를 들었다.

각색상을 수상한 '블랙클랜스맨(BlackKklansman)'은 백인우월주의 단체 KKK에 잠입했던 흑인 형사 론 스탈월스의 실화를 다룬 영화다. 덴젤 워싱톤, 새뮤얼 잭슨, 웨슬리 스나이프 등의 흑인 배우들을 자신의 초기 작품들에 캐스팅해 그들이 오늘 날 대스타로 자리매김하는 계기를 마련해 준 스파이크 리에게 아카데미는 지난 2012년 명예상을 수여했었다.

남녀 조연상 두 개 부문도 모두 흑인 배우들에게 돌아갔다. 레지나 킹은 '이프 빌 스트리트 쿠드 토크(If Beale Street Could Talk)'에서, 마허샬라 알리는 그린북에서 각기 주연급 조연으로 출연했다. 그 어느 때보다도 흑인들이 각광을 받은 이번 시상식은 흑인 배우들의 전성시대를 예고하는 듯했다.

록밴드 퀸의 리더 프레디 머큐리와의 싱크로율 100%에 가까운 연기로 남우 주연상을 수상한 라미 말렉 역시도 소수계 출신의 배우라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지난해 거의 모든 연기상을 휩쓸다시피한 그는 이집트계 출신 배경과 외모 때문에 자신이 배우로서 성공할 수 있으리란 기대를 하지 않았다고 줄곧 말해왔다.

할리우드에서는 지난 2015년 이후 오스카상이 지나치게 백인 중심으로 운영되는 측면을 고발하는 캠페인이 이어져 오고 있다. #OscarSoWhite이라는 해시태그가 그 대표적인 예다. 이 캠페인 덕분에 이번 시상식에서 흑인들이 비로소 인정을 받을 수 있었다는 스파이크 리의 코멘트는 시사하는 바가 크다.

1989년 유력 후보였던 스파이크 리의 '똑바로 살아라'를 제치고 작품상을 수상했던 영화가 바로 '드라이빙 미스 데이지'였다는 사실은 참으로 아이러니하다. 알폰소 쿠아론이 만약 미국 출신의 감독이었다면 '로마'가 작품상을 수상했을지도 모른다. 로마는 지난해 거의 모든 비평가 서클에 의해 베스트 필름으로 선정됐고 칸영화제는 '블랙클랜스맨'에게 그랑프리상을 수여했었다.


김정·영화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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