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에 두 편의 영화를 감상하고서, 30여명 학생들이 있는 교실에서 우리는 지도교수인 닥터 쑤를 만났다. 데이비스 의과대학 정신과 교수를 했던 분으로 'Grace & Lube Cultural Psychiatry Endorment Chair' 직에 처음 봉직했던 분이다. 선배 부부가 30여 년 살던 집을 팔고 남가주로 이사 오기 전, 데이비스 의대에 기증해 만들어진 명예스러운 교수직이다.
함께 했던 일주일간 내가 본 그레이스 선배는 많은 호기심과 끊임없는 열정과 타인과 본인에 대한 애정으로 가득하셨다. 당시 85세의 이 부지런한 학생은 한 번도 지각이나, 결석이 없었다. 내가 병아리 정신과 의사이던 시절, 학회에 갈 때면 선배 부부는 너무나 자랑스러운 존재였다.
미 정신과 학회 논문지에 선배의 부군인 김익창님이 발표하셨던, 한국인에게 특유한 에토스(ethos), 한(恨), 정(情), 팔자, 눈치, 체면, 멋 등에 대한 설명과 함께 그는 환자 개개인이 자라나온 문화를 이해하지 않고서는 진정하게 정신적 치료를 하기 힘들다고 주류사회에 경종을 울렸다.
예를 들어 노인이나 스승과 대화 시에 눈을 아래로 향하고 겸손을 나타내는 것이 유교적 문화임에 반해 서양 의사들은 대화 중에 아이 컨택트(eye contact)라 해서 눈을 똑바로 맞추지 않는 사람은 무엇인가 숨기려든가, 자신이 없거나, 우울한 상태로 간주해버리기 쉽다. 자폐증 환자들이 대부분 누구하고도 눈을 맞추지 않는 것이 이런 오해를 불러일으키는데 한 몫을 했는지도 모른다.
선배 부부는 기회 있을 때마다 모든 한인 정신과 의사들을 따뜻이 품어 주고 한미 정신과 의사 신문도 직접 발간해 내셨다. 우리가 그를 한미 정신과 의사들의 아버지라고 부르게 된 자연스러운 이유다. 항상 웃으며 다독거려 주시는 그레이스 선배는 자연스럽게 어머니가 되었고, 내가 공부했던 숙명여고 선배임을 안 후에는 언니도 되었다.
언제인가 선배님이 새크라멘토 지역 한인 회장으로 봉사하시던 시절, 나는 그곳 노인들을 위한 강연을 한 적이 있었다. 당시 주민들이 선배에게 보이던 신임과 존경의 눈초리를 잊을 수 없다. 수년간 그녀가 자신의 거실에서 유재건 변호사와 김경원 기자 등을 격려하면서 계획하고, 실천해 나간 이철수 구명운명의 성공 실화를 눈으로 목격했던 그들이 아닌가! 더욱이 한인들만의 결집에서 한걸음 더 나아가 다른 아시안 민족들까지 우리의 운동 안에 끌어들일 수 있었던 탁월한 지도력까지도 보이셨다.
오바마 정부 때 교통부 차관으로 일했던 선배의 첫째 아드님은 현재 현대자동차의 미국 내 부사장으로 일하고 있고, 둘째 아들 가족은 선배님과 멀지 않은 이곳 남가주에 살며 기쁜 왕래를 계속하고 있다. 일요일 자신이 시작한 음악 감상회 모임이 있는 날이면 선배님은 자신의 자동차로 주위의 60~70대 외로운 분들을 픽업해서 모시고 간다.
그 선배가 이번에 소망소사이어티에서 수여한 '아름다운 삶의 여정 상'을 받았다. 진심으로 축하드린다. 이제 88세의 '젊은 나이'시니 앞으로 얼마나 더 크고 많은 멋진 봉사로 우리를 자랑스럽게 만드실지 기대에 부풀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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