꼬마 자매들 조난 이틀만 '기적의 생환'
북가주 집 근처 숲서 실종
조난시 생존훈련 받은대로
나뭇잎 물 먹고 허기 달래
서로 꼭 안은채 추위 버텨
44시간만에 부상없이 발견
4일 AP통신에 따르면 지난 3일 새크라멘토에서 북쪽으로 200마일 떨어진 시골마을 벤보우(Benbow) 사람들은 놀란 가슴을 쓸어내렸다. 이날 아침 레이아(8)·캐롤라인 캐리코(5)은 집에서 약 1.5마일 떨어진 숲속에서 수색대에 발견됐다. 실종신고가 접수된 지 44시간 만이었다.
두 아이는 숲속 덤불 아래서 발견됐다. 후드티와 청바지 차림의 어린 자매는 추위를 견디기 위해 서로를 꼭 끌어안고 있었다. 이들은 떨고 있었을 뿐 다친 곳 없이 무사했다.
며칠간 계속된 겨울 폭풍으로 집안에만 갇혀있었던 자매는 지난 1일 오후 1시쯤 집을 나와 근처 숲속으로 '작은 모험'을 떠났다가 길을 잃었다. 이틀 밤을 숲속에서 보내고 추위도 이겨낼 수 있었던 비결은 산간지역 아이들을 대상으로 한 조난시 생존훈련인 '4-H' 교육이었다. 이들은 지성, 덕성, 근로, 건강을 주제로 한 4-H 프로그램 수업 때 위기상황 대처법을 배웠다.
이들을 찾기 위해 270명의 인력이 동원돼 10여 스퀘어마일의 넓은 지역을 뒤졌다. 험볼트 카운티 셰리프국과 주 방위군으로 꾸려진 수색대는 자매를 발견한 순간 '전문 산악인'을 만난 것 같았다며 놀라움을 표했다. 더우기 이들이 조난된 '리처드슨 그로브 스테이트 파크'는 곰과 마운틴라이언이 자주 출몰하는 위험한 곳이다. 수색대 측은 "아이들은 길을 잃은 것을 안 직후 그 지점을 떠나지 않고 수색대를 기다렸다. 계속 움직였다면 빨리 탈진했을 것이고 찾기도 어려웠을 것"이라고 전했다.
수색대는 희미하게 남은 자매의 발자국을 뒤쫓다가 끊어진 지점을 중심으로 아이들의 이름을 부르면서 찾아나섰다. 얼마 안가 아이들이 큰 소리로 대답하면서 찾을 수 있었다.
실종 44시간 만에 발견된 자매는 외상도 없었다. 의료진은 자매가 약간의 탈수증상을 보일 뿐 건강에는 이상이 없다고 진단했다. 자매는 수색대에 발견된 직후 물과 음식, 덮을 것을 달라고 했다. 그러면서 자신들이 숲속에서 겪은 이야기를 술술 풀어냈다. 허기지고 목이 마를 때 허클베리 잎에 고인 물을 마시면서 버텼다고 했다.
험볼트 카운티 셰리프국 윌리엄 혼살은 "우리가 여태까지 한 일 중에 이번처럼 좋은 결과는 내기 힘들었을 것"이라며 "믿을 수가 없다. 이 어린 탐험가들은 할 이야기가 많아 보였다"고 전했다.
자매를 찾았다는 소식을 들은 캐리코 부부는 눈물을 흘렸다. 험볼트셰리프국의 마이크 프리들리 루테넌트는 "자매가 무사하다는 말에 엄마는 긴장이 풀려 울기만 했다"면서 "엄마가 말조차 할 수 없어 잠시 전화를 끊어야만 했다"고 말했다. 부부는 추운 겨울 숲속에서 무사귀환한 자매를 한참이나 껴안았다.
김형재 기자 kim.ian@korea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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