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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픈 업] 에티오피아에서 만난 소녀의 눈빛

모니카 류 / 종양방사선 전문의
모니카 류 / 종양방사선 전문의  

[LA중앙일보] 발행 2019/03/08 미주판 25면 기사입력 2019/03/07 20:19

어디에선가 보았던 눈빛이다. 나의 앞에 선 소녀는 감정을 덜어내어 버리고, 나를 지나 멀리를 보고 있다. 소녀는 말한다. "마담, 곧 강에 도달하면 나는 다시 마을로 돌아가야 합니다."

나는 후회했다. 버스에서 내려 나루터를 향해 걷기 시작할 때부터 떨치지 못했던 소녀였다. 소녀가 팔아야만 했던 작은 북을 사기로 마음먹게 될 때까지, 산등성이를 넘고 평지를 지나 냇가에 도달할 때까지의 시간이 걸렸다. 나는 후회했다. 일찌감치 사 줄 것을….

소녀는 에티오피아 산악지대에서 만났던 청소년 장사꾼 중의 하나였다. 열네 살은 되어 보였다. 까무잡잡한 피부색, 깡마른 몸매에 남루한 옷, 도움이 될 것 같지 않은 창이 얇은 신발을 신고 있었다.(에티오피아는 가난해도 긴 역사를 가진 고대 문명발상지로 국민의 40% 이상이 크리스천이다.) 하루에 몇 십리를 걸으면서 행상을 하는 이 아이들이 하루에 몇 개의 상품을 팔 수 있었을지 모르겠다.

소녀의 눈빛. 내가 젊었을 때 보았던 그 눈빛이었다. 재발한 백혈병을 더 이상 고칠 수 없다는 나의 이야기를 들어주고 있었던 그 백인 소녀 환자의 눈도, 그랬다. 소녀도 나를 뛰어 넘어 머난 먼 곳을, 그리고 억만년의 지나간 세월을 보고 있는 듯했다. 5살 때 백혈병을 앓았고 완치되었다. 이 소녀가 세상을 등지고 난 후, 의학계에는 많은 발전이 있었다. 지금 같았으면, 여러 방법을 써서 소녀의 생명을 연장할 수 있었을 것이다.

소아 백혈병은 90%가 완치된다. 어린이에게 오는 암의 빈도가 지난 40년 동안 증가 추세다. 10만 명 중 13명의 빈도가 19명으로 늘었지만, 치사율은 90%에서 10%로 줄었다. 끊임없는 연구, 새로운 약의 개발, 몰랐던 DNA 구조에 대한 이해 등 의학계는 장족의 발전을 했다.

미국에서 약 4500명의 어린이가 매년 발암한다. 암은 어린이 사망의 이유 중 제일 큰 이유다. 대부분 백혈병과 뇌암을 말한다. 쉽게 이야기해 보면, 8명 발암 소아 중에 한 명은 죽는다는 이야기이다.

그래도 희망적인 통계는 지금 약 40만 명의 소아암에서 완치된 성인이 살고 있다는 사실이다. 비록 60% 정도는 치료로 인한 만성 부작용으로 힘들어 할 수 있지만 이것은 견뎌낼 수 있지 않은가 싶다.

떠나간 생명은 다시 불러 올 수 없지만, 부작용은 견딜 수 있으므로 함께 참아 내자고 부모와 아이를 이해시키고 미리 정보를 제공하는 것이 의사들의 임무이다. 다른 종류의 암이 발생할 수 있고, 암 치료로 인한 근육질환 또는 불임 같은 것이 장기 부작용 중의 하나이다.

올해도 4만여 명의 어린이들이 암 치료를 받게 될 것이다. 성공리에 치료를 마치지 못한 아동을 보내야만 하는 아이의 부모, 형제 그리고 주치의들이 또 아파하겠지. 첫 키모치료로 완치됐지만, 재발한 병을 이기지 못하고 떠나간 그 소녀 환자가 유난히 마음을 무겁게 한다.

에티오피아를 뒤로하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은 산등성이를 따라 걸으며 작은 물건을 팔던 소녀의 빈곤이, 그 아이의 체념이 채우고 있었다. 시바 여왕의 성터라는 허허 벌판은 억겁을 살아온 바람소리가 삶의 무상함을 깨우쳐 주고 있었다.

한국어진흥재단 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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