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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린 광장] 미국의 국가 비상사태

2월15일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국가 비상사태를 선포했다. 아무 일도 없는데 무슨 비상사태? 미국 남부국경에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가? 비상사태가 선포된 날에도 필자는 미국-멕시코 국경을 넘었다. 국경은 조용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선거공약으로 택한 미국 멕시코 국경장벽 건설은 최근 여론 조사에 의하면 미국민의 58%가 반대하고 40%가 찬성하는 사업이다.

반대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지만 단적으로 엄청난 비용대비 효과가 미미하며, 지난 7년 동안 통계에 의하면 불법체류자의 62%는 비자 오버스테이가 원인이고, 지속적으로 줄고 있는 불법 월경을 통한 불체자는 38%로, 국경보다도 비자를 발급하는 국무부 해외영사관에 더 많은 책임이 있다는 지적도 있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은 남부국경에 장벽을 세우기를 원한다. 정상적인 방법으로는 장벽건설에 필요한 자금확보가 어렵자 건설자금 확보를 위해 국가 비상사태를 선포했다.



비상사태하에서 군의 통수권자인 대통령은 다른 용도로 기 책정된 국방예산을 임의로 전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장벽건설을 위해서 없는 비상사태를 임의로 선포한 것은 목적을 위해서는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트럼프 대통령의 장사꾼 기질이 유감없이 발휘된 것이다.

마치 돈 없는 사람이 노력해서 돈 벌 생각 대신, 남의 돈을 빼앗으려는 짓과 유사하다. 캘리포니아를 비롯한 16개의 주정부가 대통령의 비상사태 선포에 위헌소송을 제기하고 있는 이유다.

민주국가에서 대통령의 통치는 법에 규정된 절차에 따라 이루어져야 한다. 장벽건설 자금은 민의를 대표하는 하원에서 예산에 포함되어 통과되어야 한다.

하원통과가 안 되니 지난 12월22일부터 35일간의 연방정부업무를 정지하는 강수를 쓰다가 이것도 안 되니 이번에 비상사태를 선포한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장벽건설에 매달리는 이유는 2020년 재선을 염두에 두고 있기 때문이라고 한다.

2016년 자신이 내걸었던 국경장벽 선거공약을 지켜야 재선에 유리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가 국민의 과반수가 원하지 않는 별로 인기없는 국경장벽을 고집하는 이유는 그의 성격에 더 많은 원인이 있다고 본다.

그는 대통령이 되기 전에는 자신의 사업체에서 왕 같은 존재였다. 부모로부터 물려받은 재산과 사업체, 그리고 잘생긴 허우대 때문에 그는 언제나 주위 사람들 위에 군림했고 주위사람들은 그를 왕 같이 받들었다.

왕은 남을 위해 봉사한다든지 아쉬운 소리를 한다든지 양보를 할 줄 모른다. 왕은 자신이 항상 옳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자신의 주장이 거부되는 것을 참지 못한다. 자신의 주장을 관철하기 위해서 필요하면 거짓말도 서슴지 않는다. 그가 재임 2년 동안 8185건의 거짓 주장을 하면서도 전혀 자책이 없는 이유다.

이번 국경장벽 건설문제도 그가 고집하는 이유는 자금줄을 쥐고 있는 주체가 다른 곳 아닌 그가 제일 아쉬운 소리를 하고 싶지 않은 민주당 하원이기 때문이다.

대통령은 왕이 아니다. 민의를 무시하고 자기 감정에 따라 국가 대사를 밀어붙일 수는 없다. 대통령이 장벽건설을 성사시키고 싶다면 대통령으로서의 지도력을 발휘해서 반대파를 설득하고, 국민의 공감을 얻어내야 한다.

지난 18일 발표된 갤럽 여론조사에 의하면 미국의 가장 큰 현안은 국가 리더십의 부재라는 의견이 35%를 차지해 1위에 올랐다. 리더십의 요체는 분열이 아니라 통합이다. 트럼프 대통령의 취임이래 미국 내는 물론 전세계가 통합보다는 분열 쪽으로 기울고 있다. 어디로 튈지 모르는 대통령의 성향이 리더십보다 강하기 때문이다.

지금 미국에서 선포되어야 하는 비상사태는 국경장벽의 부재 때문이 아니라, 리더십의 부재 때문이어야 할 것이다.


권영무 / 샌디에이고 에이스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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