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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 칼럼] 누구나 한번은 이직한다

어떤 분은 화환을 보내줬고, 다른 이는 응원을 해줬다. 또 어떤 분은 비밀을 알려줬고, 다른 이는 걱정을 해줬다. 이직을 대하는 지인들의 반응은 흥미롭다. 압권은 "얼마나 받고 옮겼냐"지만 결국 '아무 말 대잔치'만 남긴 채 흥밋거리로서 수명을 다하는 게 장삼이사의 이직이다.

걸출한 인물이라면 이야기의 결이 달라진다. 카카오톡을 운영하는 카카오 이사회의 김범수 의장이 여기에 속했다. 2007년 네이버 공동대표직을 떠나며 그는 사퇴의 변으로 "배는 항구에 머물 때 안전하지만 계속해서 바다로 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PC방 사장으로 시작해 대한민국 최대 포털과 국민 메신저를 일군 주인공이기에 두고두고 많은 이들 사이에서 회자됐다. 다만 이런 말만 믿고 막상 항해를 떠나면 낭만과는 거리가 먼 냉엄한 현실과 조우한다.

현실도 마찬가지다. 낯선 환경에서 낯선 사람들과 채 손에 익지 않은 일을 하다 보면 떠나온 익숙함에 나도 모르는 미련이 남아있음을 깨닫기도 한다. 하지만 지나온 시간은, 쌓아온 경험은, 닦아온 도량은 그동안 들인 노력이 헛된 것이 아니라며 고맙게도 제 몫들을 해준다. 나만의 낯섦은 점차 활력으로 변하고, 주변의 호기심은 호감으로 바뀜을 느낀다.

일본의 중장년 직업 컨설턴트로 유명한 쿠로다 마사유키는 40세 이후에도 이직이 가능한 사람들의 5가지 특징을 이렇게 꼽았다.



성실함, 스트레스에 대한 내성, 리스크에 대한 각오, 자책성향과 애매함에 대한 혜안이 그것이다. 이중 자책성향은 불의의 사태에 직면했을 때 우선 자신의 책임은 아닌지 따져보는 자세이고, 애매함에 대한 혜안은 미지의 과제와 마주했을 때 전진이냐 아니냐를 결정하는 경험치를 뜻하니 새겨둘 만 하겠다.

혹자는 이직을 전쟁과 정치에 비유하며 본인은 평화주의자라도 되는 양 고개를 가로 젓는다. 조직과 조직원과 싸워서 나의 존재감을 알리고, 노획물이라도 얻으려면 투쟁해야 하는 과정으로 여긴다.

그러나 선현들은 심지어 전쟁일지라도 두려워할 필요가 없다고 다독이니 감사할 따름이다. 이와 관련해 기원전 6세기 춘추시대 오나라의 병법가 손무가 쓴 손자병법의 핵심을 송병락 전 서울대 부총장은 싸우지 않고 적을 굴복시키는 것이라고 짚었으니 밑줄을 그어 둘 필요가 있다.

성을 함락하기 전 군대를 치고, 군대를 치기 전 외교로 굴복시키며, 외교를 하기 전 전략으로서 싸우지 않고 이기라는 것이다. 만약 싸워야 할 경우도 상대방의 피해는 최소화하라는 지혜이며 백전백승도 무조건 좋은 것은 아니라는 조언이다. 실제로 직장에서 매번 이기면 실업자가 되고, 배우자를 격파하면 가정을 잃는단다.

평생 한 직장을 다니며 이직하지 않는 이들도 없지 않다. 이들에게 삶은 신대륙을 찾는 항해가 아니라 한자리에 내린 뿌리를 굵고 깊게 하는 과정일 테니 김범수 의장의 명언을 전도하며 굳이 서로 얼굴까지 붉힐 필요는 없겠다.

그러나 아이러니하게도 누구나 한번은 꼭 이직을 한다. 옮긴 곳이 새로운 직장이 아닌 다만 집이라고 할지라도 은퇴 또한 이직과 크게 다르지 않다. 은퇴 후 수필을 쓰며 지내는 한 지인은 "집에서 세 끼를 해결하는 '삼식이'가 돼 그런지 왠지 집이 낯선 직장 같다"는 미지의 이야기를 타임머신을 타고 돌아온 듯 말해줘 인생에서 이직의 불가항력에 대해 다시금 확신을 갖게 했다.

그리 보면 떠난 자리도 신경이 쓰인다. 부사장에서 사장이 되길 바라든, 인턴에서 정직원이 되길 기다리든 언제든 집으로나 새 직장으로나 홀연히 떠날 수 있다고 여기고 주변을 돌봐야겠다. 동서고금의 어떤 역사를 찾아봐도 변하지 않는 영원한 것은 없었다.


류정일 / 경제부 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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