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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 라운지] 황현의 '매천야록'

조선 왕조의 공식적인 역사, 즉 정사(正史)는 사관이 기록한 '실록'이다. 하지만 뜻있는 선비들도 나름대로 역사를 기록했다. 이를 야사(野史)라 한다. 야사는 정사가 다루지 못한 시대 상황과 민심을 생생히 전한다는 점에서 소중한 사료가 된다. 대표적인 것이 '매천야록(梅泉野錄)'이다. 저자는 황현(黃玹, 양력 1856~1910)이다. 매천은 그의 호다.

'매천야록'은 1864년 대원권 등장 때부터 1910년 경술국치까지 47년 간 통한의 망국사를 기록했다. 책에 비친 고종과 명성황후(민비라고 적었다)는 부패와 무능의 대명사로 망국의 가장 큰 책임을 져야 할 사람들이었다. 민비가 시해됐을 때 조정에서 흰 갓을 써 조의를 표하도록 하자 "우리에게 무슨 은혜를 입혔다고 흰 갓을 쓰게 한단 말인가"라며 백성들이 수군거렸다고 전한 것도 매천이다. 을사오적 등 친일파의 추악함에 대해서도 낱낱이 기록했다.

한국 문화재청이 이번에 '매천야록'을 포함해 황현과 관련된 4개의 문건들을 공식 문화재로 등록키로 했다고 한다. 늦은 감은 있지만 잘 했다. 100년이 흘렀어도 여전히 무능과 부패, 국정 농단이란 단어가 사라지지 않고 있는 나라 꼴을 생각하면 매천같은 우국충정의 지조와 준열한 비판정신이 더욱 간절하기 때문이다.

매천은 조선이 일제에 병합당하자 곧바로 "나라가 망했는데 선비 한 사람도 책임지고 죽는 사람이 없다면 어찌 애통하지 않겠는가"라며 절명시(絶命詩) 네 수를 남기고 자결했다. 다음은 그 절명시 중의 하나다.



조수애명해악빈(鳥獸哀鳴海岳嚬-새와 짐승도 슬피 울고 강산도 찡그리며) /근화세계기침륜(槿花世界已沈淪-무궁화 우리 강산이 결국은 망했구나)/추등엄권회천고(秋燈掩卷懷千古-가을 등불 아래 책을 덮고 지난 날 돌아보니) /난작인간식자인(難作人間識字人-인간 세상 지식인 노릇하기가 어렵기만 하구나).


이종호 논설실장 lee.jongho@korea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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