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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 고] 유전 없어도 복 받은 '문화 한국'

중세 암흑기에서 유럽을 구한 건 르네상스였다. 문화를 통해 봉건주의에 억압된 인간의 지혜와 사고의 지평을 활짝 열어 오늘의 서구 과학 문명의 토대를 마련한 것이다. 화약과 종이로 발전 속도에 있어 월등히 앞섰던 아시아를 유럽이 추격한 동인을 르네상스가 상징하는 '인문주의'에서 찾는 해석이 유력하게 제기된다.

2018년 대한한국 국민의 문화 예술 행사 관람률이 80%를 넘어섰다는 한국문화관광연구원의 조사 자료를 접하고 '르네상스'를 떠올린 것은 문화가 품은 힘 때문이다. 문화 예술 행사 관람률이 80%를 넘어서기는 1988년 조사 이래 처음이다.

"문화는 지식·신앙·예술·도덕·법률·관습, 사회 구성원이 학습한 능력과 습관들의 총합"이라는 인류학자 에드워드 타일러의 정의를 떠올리면 '80%'라는 수치는 크게 고무적이다. 1990년만 해도 33.4%에 불과했다. 그러나 2003년 62.4%로 60%대를 넘었고, 2018년에는 81.5%라는 높은 관람률을 기록했다.

문화의 집합체인 예술의전당은 요즘 젊은이들이 말하는 '핫 플레이스'가 된 지 오래다. 국립극장과 자치단체의 문화회관·아트센터에도 문화 예술을 사랑하는 이들의 발길이 이어진다. 세계 수준의 국내외 문화·예술인들의 공연과 연주·전시가 끊이지 않는다. 연령별로 문화 예술 관람률이 저조했던 60대 이상이 2016년 대비 9.0%포인트, 70세 이상은 7.5%포인트 각각 증가하여 64.7%, 46.9%로 나타났다.



부정적인 측면 또한 존재한다. 월평균 가구 소득별 100만원 미만의 문화 예술 관람률은 42.5%, 100만~200만원 미만은 58.4%로 나타났다. 2년 전 대비 각각 11.6%포인트, 12.7%포인트 상승했지만, 월평균 600만원 이상 가구의 문화 예술 관람률 91.9%와 비교할 때 격차가 크다. 아직 가구 소득별로 문화를 즐기는 격차가 여전히 존재함을 알 수 있다.

관람 분야에 대해서도 일정 분야에 편중되어 있다. 영화 관람률(75.8%)이 가장 높고, 대중음악과 연예가 21.1%지만, 문학 행사 8.9%, 미술 전시회 15.3%, 전통 예술 9.3%, 연극 14.4%, 뮤지컬 관람은 13%로 영화 관람률에 비해 낮은 편이다. 특히 무용은 1.8%로 소외된 것으로 나타났다.

이젠 문화생태계의 다양성 측면에서 순수 문화 예술 분야에 대한 대중의 관심을 높이는 과제를 고민해야 할 때가 왔다.

우리는 수많은 외침과 위기 속에서 고유의 언어와 문화를 지켜왔다. 세계 10위권의 경제력을 키웠다. 처절한 전화(戰禍) 속에서 해인사 장경판전과 석굴암·불국사·종묘·창덕궁 등 찬란한 세계문화유산을 지켰다.

'총, 균, 쇠'의 저자 제러미 다이아몬드 교수가 말한 대로 한국은 "다이아몬드 광산과 유전이 없어도 복 받은 나라"다.

문화는 사회 구성원의 행동 양식과 전통·의식·믿음의 총체다. 문화는 일시의 배고픔으로 사라지지 않는다. 국가와 민족을 지켜내는 원천적인 힘이다. 우리 국민의 문화 예술 관람률 80% 돌파는 '문화의 힘'에 대한 강력한 확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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