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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 속 뉴스] '저주' 의 희망가

김석하/사회부 부장

엊그제 한국서 19억원의 로토에 당첨된 20대가 그 많은 돈을 불과 8개월만에 탕진하고 좀도둑질을 하다 경찰에 체포됐다.

"그게 말이 돼. 정말 돈을 '물 쓰듯' 쓸 수 있네. 그 돈이면 일생을 편안하게 살텐데."

여기저기서 혀를 차는 소리가 들렸다. 기껏 2달러짜리 몇 장만 당첨되어 본 보통 사람들로서는 '쌤통'이라는 감정도 들어있다.

호주서 1000만 호주달러에 당첨됐던 50대가 아들의 총기오발 사고를 수습하다 당첨금을 다 쓰고 파산한 것이나 지난 2002년 세계복권사상 최고금액인 3억1490만달러에 당첨된 50대가 5년 만에 완전히 빈털터리가 된 일도 있다.



'로토의 저주'.

한 사람의 잿팟 당첨자가 나오기까지 수많은 사람의 잔돈이 투입되는 로토 시스템에서 역설적이지만 '돈벼락'을 맞은 사람은 끝까지 조심해야 한다.

좌절된 잔돈들의 희망은 알게 모르게 시샘섞인 저주로 탈바꿈하기 때문이다.

오늘부터 열리는 프로야구 플레이오프에서 LA다저스와 맞붙는 시카고 컵스는 저주받은 팀이다. 그것도 두번이나.

한번은 1945년 월드시리즈 때 염소를 데리고 리글리 구장을 찾은 팬의 입장을 거부하면서 시작됐다. 냄새가 나니까 들어오지 말라는 말에 그 팬이 "여기서 다시는 월드시리즈가 열리지 않을 것"이라고 저주를 퍼부은 것이다. 일명 '염소의 저주'다.

2003년엔 다 잡았던 경기를 한 관중의 수비 방해로 월드시리즈 진출 기회를 날렸다. 그 관중의 이름을 따 '바트먼의 저주'다.

하지만 스포츠에서 저주는 되레 인기의 비결이다.

만일 컵스가 승승장구한다면 모든 언론은 컵스의 저주를 연일 들먹일 것이고 팬들은 은연 중에 컵스가 저주를 깨기를 바라며 응원하게 될 가능성이 높다. '밤비노의 저주'를 뒤집어 쓰고 있다가 마침내 그 저주를 깨고 챔프가 됐던 보스턴 레드삭스가 최고 인기팀이 된 것처럼.

다저스가 이기길 바라지만 지더라도 한번쯤 '저주'를 뒤집어 썼으면 하는 바람이 생기는 이유다.

'승자의 저주'라는 것도 있다.

경매나 주식투자.기업합병 등에서 높은 가격을 부른 사람이 결국 그 상품을 차지하게 되지만 상품 가치 이상의 액수를 제시함으로써 남는 게 하나도 없이 오히려 손해를 본다는 말이다.

요즘 세계 경제의 승자인 미국이 흔들리고 있다. 불과 몇 년전만해도 거액의 차익을 생각하며 서너 채씩 집을 구입했던 사람에게 차압이라는 저주가 내리기 시작했고 은행이 마구 풀었던 대출금은 자신을 갉아먹는 저주가 되고 있다. 최고의 선진 금융시스템이라는 승자의 찬사를 들어왔던 월가의 금융시스템은 도미노처럼 넘어가고 있다.

급기야 정부는 승자의 저주를 풀기위해 7000억 달러의 천문학적 공적자금을 쏟아부으려고 하고 있다.

세상 살기 힘든 때다. 희망이 잇따라 좌절되면 곧바로 남을 탓하는 저주로 탈바꿈한다. 하지만 저주는 결국 내게로 돌아와 절망으로 남을 뿐이다. 그 고리를 끊는 것은 마음속에 저주의 단계가 올때 다시 희망을 생각하는 것이다.

마침 오늘은 수요일. 수퍼로토와 다저스 게임이 있는 날이다.

'나라면 로토의 저주를 풀 수 있어'라는 희망과 '다저스나 컵스에게 재미있는 저주 이름을 지어줘 볼까'라는 즐거움을 챙길 수 있는 날이다.

로토 이야기가 나왔으니 한마디. 돈벼락으로 얼마 정도면 행복하기에 딱 좋을까. 로토 관계자들에 따르면 행복한 잭팟은 120만 달러에서 170만 달러 사이라고 한다. 300만 달러가 넘어가면 불행의 씨앗이 될 수 있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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