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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 속 뉴스] 인생은 재미·의미 '맛'이다

퀴즈. 척추동물 중 가장 뛰어난 미각을 지닌 것은? OO. 가장 냄새를 잘 맡는 것은? OOO.

음식은 철학 교과서다. 어떻게 살면 '재미있는, 의미있는' 삶인지 가르쳐준다.

음식과 인간의 일차적 관계는 미각(맛)을 통해서다. 혀에 있는 무수한 돌기(미뢰)로 맛을 느낀다. 정확히는 음식물의 성분이 물, 혹은 침에 녹아 미뢰의 수용체에 닿을 때 인지하는 감각이다. 그렇다고 맛이 전적으로 미각에만 의존하는 것은 아니다. 후각과 촉각, 통각 등이 합쳐져 결정한다. 특히 후각(냄새)이 결정적이다. 코감기에 걸렸을 때, 음식을 질겅질겅 씹으며 문득 의문이 들곤 한다. '음식 맛은 코로 느끼는 것이었나?'. 맞다. 맛의 80% 가량은 후각이 담당한다.

실험을 했다. 피실험자가 냄새를 맡지 못하는 상태에서 눈을 가리고, 양파와 사과를 먹는다. 맛을 구분할 수 있을까. 대부분 못 했다. 주스로 갈거나 물에 담가 양파의 매운 향이나 맛을 줄이면 더더욱 구분하지 못한다.



'정재인율'이라는 것이 있다. 시간이 흘러도 정확하게 감각을 재인식하는 비율이다. 냄새의 정재인율은 70% 이상으로 다른 감각보다 높다. 후각세포가 코 깊숙이 뇌하고 아주 가까운 곳에 밀집해서다. 냄새는 감정과 직결돼 있다. 따라서 냄새를 맡은 당시 상황을 그대로 기억(재인식)하는 일이 높다.

그러다 보니 우리가 갈망하는 '어머니 손맛' '할머니 손맛'은 사실상 못 찾는다. 그 추억의 맛은 수십 년 전 음식 재료 자체의 냄새에다가 그 당시 집 안의 냄새, 그 지역의 산천초목 냄새, 비·아지랑이·바람 등 계절의 냄새가 뒤섞여 있다. 세월이 흘러도 그 냄새(맛)의 기억은 매우 또렷하다. 허름한 내부에 낡은 테이블과 그릇 등이 올려진 식당이나 주점에 가면, 각종 음식이 맛있게 느껴지곤 한다. 시각의 정재인율을 높인 착각이다. 복잡미묘한 '우주적 냄새'를 재현할 수 없지 않은가.

최근엔 미각의 착각을 통해 지구 환경과 개인 건강을 살리자는 시도가 본격화되고 있다. 미국에 이어 한국서는 고기가 1g도 들어가지 않은 100% 채식 햄버거가 유행 조짐을 보이고 있다고 한다. 패티는 식물성 고기 생산업체가 생산한 것이다. 시식자(채식주의자)들이 "고기와 너무 비슷해 불편하다'고 불평할 정도란다. 익히면 붉은 육즙이 흘러나온다. 패티에 있는 '헴(heme)'이라는 물질이 헤모글로빈에 들어있는 붉은 색소 분자로 돼 있기 때문이다. 식물성 고기는 기존 육류와 비교해 토양 사용량을 95%, 온실가스 배출량을 87% 감소시킬 수 있다.

인생 선배들은 두 부류다. 한쪽은 "재미있게 살게, 그게 행복이야" 한다. 다른 쪽은 "의미있게 살게, 그게 참 인생이야" 한다. 둘 다 삶의 지향점으로 충분하다. 다만, '재미'와 '의미'라는 두 단어가 이정표를 가르는 셈이다.

재미는 순우리말이지만, 어원은 자미(滋味)다. 뜻은 자양분이 많고 맛도 좋음. 또는 그런 음식. 의미(意味)는 행위나 현상이 지닌 뜻, 사물이나 현상의 가치라는 뜻이다. 보이는가? 두 단어에 공통으로 '맛 미(味)'자가 들어있다.

음식은 요리의 다른 말이자 결과물이다. 요리는 두 가지 이상의 재료와 양념(소스)이 아우러져 맛을 내는 작업이다. 맛은 재료들을 '잘 섞는 게' 핵심이다.

우리는 오감으로 세상과 교류한다. 매일 시각과 청각을 통해 의도하든 의도치 않든 외부의 수많은 재료를 도마 위에 올려놓는다. 무성한 재료를 절묘하게 섞는 게 미각이고 후각이다. 다른 감각에 비해 평가절하된 두 감각이 의외로 인생을 조화롭고 건강하게 한다. 매일 하루 서너 차례, 습관적으로 음식을 대할 때 못 느꼈던 재료의 섞임을 음미할 때 인생은 재미있고, 의미있다.

첫 문장 퀴즈의 답은 1.메기 2.코끼리.


김석하 논설위원 kim.sukha@korea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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