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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 론] '바람속의 먼지' 언제 다시 부르나

공완섭 / 칼럼니스트
공완섭 / 칼럼니스트  

[LA중앙일보] 발행 2019/03/15 미주판 25면 기사입력 2019/03/14 19:18

'우린 모두 바람 속의 먼지랍니다. 바람 속에 흩날리는 먼지 모든 것이 바람 속의 먼지에 불과하지요. (All we are is dust in the wind / Dust in the wind / Everything is dust in the wind)'

인간의 욕망과 꿈, 이 모든 것들이 다 바람 속의 먼지와 같이 헛된 것이라는 그룹 캔자스의 '바람속의 먼지(Dust in the wind)' 노래의 한 소절이다.

케리 리브그렌이 쓴 이 노랫말은 철학적이고, 한 편의 시와 같아서 많은 사람으로부터 사랑을 받았다. 70~80년대 한국에서도 크게 히트한 이 노래는 그러나 더는 한국인들에겐 불리지 않을지도 모른다.

철학적 은유로 등장하는 '먼지'가 한국인들에겐 트라우마로 변해가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에서 미세먼지는 황사와 같은 계절성 기상현상이 아닌 생명과 생존을 위협하는 공포에 더 가깝다.

미국서 30여 년간 학원사업을 해온 김 원장. 은퇴하면 한국에 돌아가 살까 고민하다가 지난달 한국을 방문하고 온 다음 생각을 접었다. 미세먼지 때문이었다.

한국에 머무는 동안 내내 마스크를 쓰고다니다 보니 불편함을 넘어 삶의 질에 대한 근본적인 회의가 일었다는 것이다. 미세먼지는 강원도 산골이나 섬으로 들어가도 피할 수 없다는 점 때문에 10여 년간 고민해온 역이민을 쉽게 접을 수 있었다고 한다.

최근 10여 년간 이민은 줄고, 한국으로 되돌아가는 역이민은 늘어나는 추세였으나 미세먼지로 인해 추세가 뒤바뀔지도 모른다. 국민소득이 3만 달러를 넘으면 뭐하나. 종일 마스크를 쓰고 살아야 하고, 건강이 나빠지고, 삶의 질이 떨어진다면 '먼지지옥 헬조선'은 청년실업과 5포 세대만의 문제가 아니라, 온 국민이 겪어야 할 고통이자 재앙이 될 것이다.

사실 한국의 미세먼지와 대기오염의 문제는 어제오늘의 얘기가 아니다. 70년대 산업화와 개발 붐과 함께 악화하기 시작한 수질, 대기오염은 90년대 들어 정점에 달했다. 그러나 제조업과 대기업 위주 성장 정책 때문에 날로 심각해지는 오염문제는 뒷전이었다. 예컨대, 디젤 버스가 시커먼 매연을 뿜으며 질주해도 아무런 제지를 받지 않았다. 매연을 줄이려면 정유회사가 막대한 자금을 투자해 질 좋은 기름을 생산해야 하고, 정부는 배기가스 배출 기준을 만들어 규제를 통해 대기오염을 최소화하려는 노력을 했어야 하지만 그렇게 하질 못했다. 페놀 같은 환경오염 물질을 배출해 강과 바다가 죽어가도 솜방망이 처벌에 땜질처방으로 넘어갔다.

대기업은 오염방지에 써야 할 돈을 로비에 쓰고, 공무원들은 눈감아 주고, 언론은 못 본 척했다. 그나마 환경규제법과 배기가스기준은 기준치가 너무 낮아 있으나마나였다. 유신시대에는 비리와 구조적 문제를 파고드는 건 금기였다. 법보다 더 문제인 것은 오염문제에 대한 사회적 인식 수준. 환경범죄는 기본적으로 범죄 취급도 안 했다. '사업을 하다 보면 어쩔 수 없는 일' 정도로 간주되는 분위기였다. 그러니 법이 있으면 뭐하나. 지켜야겠다는 의식도, 처벌할 의지도 없으니 단속이 이뤄질 리 만무하다.

우리 모두는 미세먼지의 '공범' 이었던 셈이다. 미세먼지 해법은 단순한 환경문제가 아닌 국가적, 국민적 이슈로 보아야 단서를 찾을 수 있을 것이다. '미세먼지 30% 감축' 공약을 지키지 않는다고 비판을 받고 있는 정부가 미세먼지 비상사태 선언을 가능케 하는 법안을 제정, 국민적 각성을 유도한 것은 늦었지만 다행이다. 하루속히 미세먼지를 말끔히 걷어내, 타향살이에 지친 한인들이 돌아가고픈 청명한 고국의 하늘을 되찾으면 좋겠다.

한국서 캔자스의 '바람속의 먼지'를 아무 거리낌없이 부를 수 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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