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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 라운지] 가장 마음 아팠던 말

김석하 / 논설위원
김석하 / 논설위원 

[LA중앙일보] 발행 2019/03/15 미주판 24면 기사입력 2019/03/14 19:21

기억하시는가. 학창시절 국어 교과서에 '우리를 슬프게 하는 것들'(저자 안톤 슈낙)이라는 글이 있었다. 짧은 수십 개의 문장이 우리를 슬프게 했다.

동물원 우리 안에 갇혀 초조하게 서성대는 호랑이의 모습. 철책 가를 왔다갔다하는 그 동물의 번쩍이는 눈, 무서운 분노, 괴로움에 찬 포효, 앞발에 서린 끝없는 절망감. 옛 친구를 만났을 때, 이제는 그가 존경받을 만한 고관 대작, 혹은 부유한 기업주의 몸이 되어 우리를 보고 손을 내밀기는 하되 이미 알아보려 하지 않는 듯한 태도를 취할 때. 오뉴월의 장의 행렬. 둔하게 울려 오는 종소리. 바이올린의 G현. 자동차에 앉아 있는 출세한 부녀자의 좁은 어깨. 사무실에서 때묻은 서류를 뒤적이는 처녀의 가느다란 손. 무성한 나뭇가지의 위로 내려앉는 하얀 눈송이.

최근 유튜브에 올라온 '가장 마음 아팠던 말'(What's the most painful thing you've been told)이라는 제목의 12분짜리 영상이 우리를 먹먹하게 한다. 조회 수가 무려 500만 가까이 됐다.

너를 아들로 둔 것이 창피하다. 너는 애가 왜 그리 똑똑하지를 못하니. 너는 어찌하다 보니 '사고'로 생겼다. 도대체 누가 쟤를 여기로 데려온 거야. 너는 뚱뚱하고 못생겼어. 너랑은 떨어져 있는 게 정신 건강에 좋다니까. 3개월밖에 더 살지 못한다. 너는 네 얼굴을 깨작깨작 떼어먹고 사냐. 너는 옆에 있으면 피곤한 스타일이야. 내가 관심 가져주는 것에 고마워해야 해. 너 같은 애를 누가 좋아해 주겠냐. 사실 나, 너 사랑하는 건지 잘 모르겠어.

성인이 된 30여 명의 출연자가 나와 평생 응어리를 털어놓는다. 주로 어린 시절 이야기들. 그들은 울지 않는다. 다만, 눈물을 꽉 머금고 말한다.

나는, 당신은 어떤 말이 아팠는가. 나와 당신은, 어떤 말로 사람을 아프게 했던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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