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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들어왔니" 말에 다시 칼 잡았다

'엄마검객' 남현희의 재도전
'여자펜싱 간판' 작년에 은퇴
애너하임 그랑프리서 재기 노려
2024년 IOC 선거 출마가 목표
37세 "자신감보다 용기로 뛴다"

지난 8일 존스크릭의 '올림픽펜서스' 클럽에서 수련생들과 함께 포즈를 취하고 있다.

지난 8일 존스크릭의 '올림픽펜서스' 클럽에서 수련생들과 함께 포즈를 취하고 있다.

한국 여자펜싱의 간판으로 국제대회 99개 메달을 기록하고 국가대표 발탁 20년만인 지난해 은퇴를 선언했던 남현희 선수가 미국에서 재기를 준비하고 있다. 내년 도쿄 올림픽을 찍고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선수위원에 선출되는 게 목표이다.

남현희는 15~17일 캘리포니아 애너하임에서 열리는 국제펜싱연맹(FIE) 그랑프리 대회 출전에 앞서 애틀랜타를 방문했다. 한국체육대학과 국가대표 펜싱팀 선배인 이선영 코치 부부가 존스크릭에서 운영하는 '올림픽펜서스' 클럽에서 몸을 만들고, 클럽 중심의 생활체육으로서 미국의 펜싱 문화를 배우기 위해서 지난 9일에는 40여 명의 학생과 일일 캠프도 지도했다.

남현희는 지난해 8월 은퇴를 선언했지만, 12월 성남시청과 재계약하며 다시 검을 잡았다. "보란 듯 증명해 보이고 싶은 게 생겼다"는 것이 은퇴를 번복한 이유다.

▶남현희의 피스트는 늘 오르막=한국 여자 플뢰레 선수 최초의 세계랭킹 1위. 2008 베이징 올림픽 은메달리스트. 한국 펜싱의 간판스타로서 지난 20년의 세월은 화려해 보이지만, 남현희에게는 불리한 조건과 주변의 못 미더운 시선을 극복하기 위해 이를 악물고 버텨내야 했던 피땀 어린 도전의 시간이었다.



"나는 조금이라도 여유를 부리면 경기를 지곤 했다. 모든 포인트마다 지푸라기 잡는 심정으로 매달려야만 경기를 할 수 있었다. 왜 다른 선수들처럼 여유 있게 경기하지 못하나, 왜 매번 턱까지 숨이 차도록 게임을 해야만 하는가 불평하기도 했는데, 그래도 나는 그렇게 악바리처럼 하면 되긴 되더라. 그렇게 해도 안 되는 사람도 있는데, 나는 죽어라 하면 되더라는 것에 위안을 얻고 지금까지 왔다."

큰 키가 유리한 펜싱에서 155cm의 남현희는 선수 생활 초입부터 국내용이란 편견에 시달렸지만, 불리한 신체조건을 속도와 순발력을 앞세운 기술로 극복해내고 한국펜싱의 황금기를 이끈 간판스타가 됐다.

하지만 서른한 살이었던 2011년 결혼하고 이듬해 출산을 하자, 주변에서 다시 한번 곱지 않은 시선을 느꼈다. 그는 "여자 선수가 결혼이나 특히 출산하면 은퇴를 종용하는 분위기에 도전하고 싶었다"며 "내가 처음이 아니라 먼저 유럽 선수들이 그렇게 해줬기 때문에 용기를 낼 수 있다. 하지만 한국과 아시아권에서는 아주 드문 일이었다"고 말했다.

▶'현희야, 또 들어왔니'=33살에 '엄마 검객'이란 별칭을 얻으며 복귀한 남현희는 실력으로 국가대표팀에 선출됐고, 이듬해에는 보란 듯이 아시아선수권대회에서 개인전, 단체전을 모두 석권했다.

이후로도 꾸준히 상위권 성적을 유지했지만, 30대 후반에 들어서면서는 체력 저하 외에도 주변의 달갑지 않은 시선 때문에 훈련에 집중하기가 어려워졌고, 결국 지난해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에서 1개의 동메달을 추가해 국제대회 메달 99개로 "타의 반의 은퇴"를 결정하게 됐다.

▶자신감보다 용기로 재도전=남현희는 눈앞에 놓여있던 국제메달 100개라는 기록이 아쉬워서 놓았던 검을 다시 쥔 건 아니라고 했다. 한국 올림피안 협회에서 IOC 선수위원 도전을 제안받고 새로운 목표가 생겼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2020년 올림픽 티켓을 확보한 선수만 2024년 올림픽 기간에 열리는 위원 선거에 출마할 수 있다.

이를 위해 남현희는 신체적 전성기의 후배들과 다시 칼을 부딪쳐야 한다. 남현희는 "작년 아시안게임에서도 '예전에는 자신감으로 도전했지만, 지금은 용기로 도전한다'는 생각으로 임했다. 경기에서 진 뒤에도 무릎이 너무 아팠다고 솔직하게 말했었다"며 "그런데 한계에 부딪히고 싶다. 펜싱 선수의 진짜 수명은 진짜 어디까지인지, 여자 선수는 35세를 넘으면 안 되나, 그 통념에 도전해 증명해 보이고 싶다"고 말했다.


조현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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