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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 론] 북한과 미국 담판 관전법

북한과 미국과의 담판이 다시 교착된 것은 북측이 계책에 매몰돼 미국이라는 수퍼 파워의 존재감을 등한시한 오판 때문이다.

김정은 위원장은 트럼프 대통령과 맞싸우려는 오만에서 한 발 더 나아가 포커 놀음과 같은 따먹기 게임을 벌였다. 말랑말랑해 보이는 트럼프 대통령을 상대로 자신의 패는 감추고 무리한 베팅을 결행한 것이다.

미국 대통령은 트럼프 개인만이 아니고 세계를 들여다보는 참모진과 국무성을 비롯한 유관 기관, 의회와 언론, 300여 개의 싱크탱크 등 우수한 두뇌 집단의 직·간접적인 지원을 받고 있다. 미국이 지구 위에서 가장 불신을 받는 정권의 술책에 넘어가기를 기대하는 망상은 바늘 구멍으로 들보를 집어넣으려는 꼴이다.

국제정치는 두 개로 된 수레바퀴의 원리로 돌아간다. 평등 원칙과 힘의 위세이다. 개개의 국가는 평등한 국권을 갖는다. 그러나 현실적으로는 군사력과 경제력 등 막강한 대국의 영향권을 벗어나기 힘든 것도 엄연한 실정이다.



미국이 지구촌의 리더로 군림하고 있는 것은 어느 나라도 대적할 수 없는 무적의 국력이 있기 때문이지 않은가.

미국의 명목상 국민총생산은 18조 달러가 넘는데 (2017년 월드 뱅크), 북한은 그 1000분의 1수준인 174억 달러(2015년 기준)로 추정된다. 1인당 총생산은 미국이 6만 2천 불 (2018년 IMF) 수준인데, 북한은 겨우 648 불(2015년 기준)로 알려져 있다. 핵 보유 수는 미국이 1000여 기인데, 북한은 조악한 26기를 갖고 있다는 추측이 있을 뿐이다. 국방비는 미국이 전 예산의 4.3%인 7,000여억 불인데, 북한은 23%나 쏟아부어도 그 70분의 1인 100억 불 남짓이다.

김정은 위원장은 비핵화를 하겠다고 미국과 한국 대통령에게 거듭 다짐했다. 공개된 연설로도 반복했다. 그런 다짐과 약속을 이행하려면 지금처럼 감추거나 찔끔거리면 안 된다. 비핵화를 확실하게 실행하면 제재의 해제는 물론, 경제적 지원과 안보-외교의 보장도 받게 해 준다는 것이 트럼프 대통령의 입장인 만큼, 거기에서 김 위원장이 머뭇거린다면 스스로 비핵화 의지가 없음을 자인하는 결과가 된다.

김 위원장에게 비핵화는 이제 선택지가 아니라 발등 위의 불이다. 비핵화를 피하거나 미루면 주민들의 생활과 정권 유지가 위태로워진다. 북한의 경제는 거의 발작을 일으킬 정도로 궁핍한 상태라고 전해진다. 2016년에는 북한의 국민 총생산율이 3.9%까지 올랐는데, 국제제재 후 지난해에는 -3.5%였고, 올해는 더 악화돼 -5%를 기록할 것으로 예상된다. -5%로 떨어지면 북한의 고통은 비참한 수준일 것이다.

김정은 정권이 붕괴하지 않을 궁여지책은 핵을 포기하고 국제사회에 동참하는 길밖에 없다. 물론 자유의 물결로 주민들의 불만이 폭발할 것을 우려하겠지만, 언젠가는 겪어야 할 시련이지 않을까? 북한에는 이미 580여만 개의 휴대폰이 사용되고 있고, 470여 개의 장마당이 열리고 있어서 주민들의 귀와 눈을 막는 차단과 통제의 통치는 허물어지고 있는 중이다.

한국이 북핵의 일차 당사자임에도 북미정상의 담판에서 협상의 내용과 핵심에 다가가지 못한 점은 우리 외교의 미숙이고 과제이다. 북한 문제에 접근하려면 그 실상을 냉철하게 진단하는 일이 우선이다.


송장길 / 언론인·수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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