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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 라운지] 토착왜구

왜구(倭寇)는 13~16세기 한반도와 중국 해안에서 약탈을 일삼던 일본 해적 떼를 말한다. 특히 고려 말, 조선 초엔 왜구의 빈번한 출몰로 서해, 남해안 일대는 "십 리 안에는 인가가 없었다"고 할 정도로 폐해가 극심했다.

최무선, 최영, 이성계 등 여말선초 위인전 주인공들은 모두 왜구 격퇴에 공을 세운 사람들이었다. 특히 이성계는 왜구 토벌의 혁혁한 공적으로 백성들의 절대적 신망 속에 중앙 무대에 등장할 수 있었다. 조선 건국 후에도 태조 이성계는 "나라의 근심이 왜구만한 것이 없다(國家所患莫甚於倭)"라고 했을 정도로 왜구는 여전히 나라의 골칫거리였다. 훗날 세종이 이종무 등을 시켜 왜구의 본거지 대마도를 정벌했던 것도 그 연장선이었다.

그런데 최근 한반도에 다시 '왜구'가 출몰해(?) 온 나라가 떠들썩하다. 어떤 야당 대변인이 나경원 자유한국당 원내대표를 두고 '토착왜구'라 부르면서 일종의 유행어가 된 것이다. 발단은 평소부터 한반도 평화 무드를 달가워하지 않는 일본을 편드는 듯한 행보를 펼쳐왔던 자유한국당과 나 의원이 비록 외신보도를 인용했다고는 했지만 문재인 대통령을 '김정은의 수석대변인'이라며 직격탄을 날린 것이었다. 거기서 한 걸음 더 나아가 광복 직후 '반민특위'가 민족분열의 원인이었다는 반역사적 발언까지 하면서 결국 토착왜구라는 친일 딱지를 자초한 것이다.

전에도 친일을 비판하는 말들은 많았지만 '토착왜구'만큼 모멸적인 말은 없었던 것 같다. 한국인이라면 바퀴벌레만큼이나 불쾌감과 혐오감을 느끼는 '왜구'라는 말폭탄을 받았으니 자유한국당이 명예훼손 소송까지 불사하겠다고 나선 것도 이해는 간다.



실제로 소송이 진행되어 나 의원이 정말 토착왜구인지 아닌지 밝혀질 지는 두고봐야 겠지만, 그렇더라도 요즘 한국 정치권의 연이은 막말 공방은 태평양 건너서 듣기에도 민망할 만큼 품격과는 거리가 멀다. 씁쓸하다.


이종호 논설실장 lee.jongho@korea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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