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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 안온다고 걱정하면 외려 불면증 생겨"

소모된 배터리 충전이 수면
잠 잘 자야 뇌 기능 활성화
생체는 잠 자도록 돼 있어

마음이 편해야 잠도 잘 자
수면 부족하다고 죽지 않아
졸릴 때 틈틈이 자도 돼

김경세 신경내과전문의는 잠을 의지대로 조정하려고 집착할 때 불면증이 생길 수 있다고 설명했다.

김경세 신경내과전문의는 잠을 의지대로 조정하려고 집착할 때 불면증이 생길 수 있다고 설명했다.

평소에 잠들기가 힘든 30대 초반의 직장 여성은 해마다 서머타임(3월10일)이 되면 더 고생을 한다. 평소보다 취침이 한 시간 빨라진 데다가 그만큼 일찍 일어나야 하기 때문이다. 출근을 위해서는 빨라진 한 시간에 맞춰 잠을 청해야 하는데 그것이 오히려 잠을 쫒아 수면을 방해하여 다음날은 피곤함 속에서 하루를 시작해야 한다. 잠에 대한 이야기를 김경세 신경내과 전문의와 나누어 보았다.

- 왜 수면장애가 일어나나.

"원래 인간은 불면증이라는 것이 없어야 한다. 숨을 쉬거나 심장이 규칙적으로 움직이는 것처럼 잠도 우리 의지와 무관한 자율신경계에서 관장하기 때문이다. 인간의 생체 리듬을 24시간으로 그 중 1/3 정도는 잠을 자도록 되어 있다. 사람은 졸리게 마련이고 졸리면 자게 되어 있다. 오늘 필요한 잠을 못 자면 그 다음날 부족한 수면을 보충시키려고 자율신경이 '졸음'을 몰고오게 되어 있다. 문제는 자동적인 수면사이클에 너무 신경을 쓰고 마음대로 하려고 집착하면서 잠자는 것이 하나의 '일'이 되어 버린 것이다. '자야하는데 왜 말똥하지?' 하며 잠자는 것을 인식하면서 잠이 안오게 된다. 자율신경계에 수면사이클을 맡겨야 한다는 걸 먼저 이해하길 바란다."

- 건강한 수면상태란 어떤 걸 말하나.



"그보다 먼저 '잠'이란 무엇이고 왜 자야하는지를 설명하겠다. 잠은 고등동물들에게만 있다. 개나 호랑이 정도까지가 우리가 말하는 '잠'을 잔다. 그 아래의 새나 물고기는 잠을 자지 않는다. 새는 가지에 매달려 앉아있는 상태이다. 어항 속의 물고기가 가만히 있다고 해서 잠자는 것이 아니다. 수면은 '뇌'와 연관이 있다. 그래서 수면장애를 우리 신경내과에서 다룬다. 잠자고 있을 때 혈관과 모든 장기는 활동이 최소한으로 된다. 혈관(말초혈관까지)은 열려 근육이 풀리고 혈압과 맥박도 내려간다. 뇌만은 오히려 깨어있을 때보다 활성화된다. 뇌를 플러스, 마이너스의 양극을 가진 배터리의 전기장치로 비유한다. 소모된 배터리를 충전하는 것이 수면이다. 잠이 필요한 동물은 깨어있을 동안 두뇌를 많이 사용하는 고등동물인 것이다. 개나 고양이가 인간과 함께 살 수 있는 것은 그만큼 두뇌가 발달되었다는 얘기이다."

- 뇌가 더 활성화되면 오히려 수면 방해가 되는 것이 아닌가.

"뇌의 활성화라는 것은 사고나 추리 등의 기능이 아닌 '뇌 배터리'를 다시 충전하는 작동을 말한다. 충분히 뇌배터리가 충전되어야 사고, 추리, 기억 등의 기능을 잘 할 수 있다. 뿐 만 아니라 정서적으로도 안정감을 찾게 된다. 잠을 잘 자고 일어났을 때 상쾌한 기분과 힘이 생기는 이유이다. 잠을 설치면 아침에 우울하고 생기도 못느낀다."

- 불면증이 체중과도 연관된다고 들었다.

"그렇다. 뇌는 전체 몸무게의 3% 정도되지만 하루에 사용되는 전체 열량의 25%를 뇌에서 소모한다. 깨어있을 때보다 오히려 자고 있는 동안에 더 많이 '뇌배터리' 충전으로 소모된다. 잠을 자지 않으면 뇌에서 소모해야 할 열량이 그대로 몸무게로 축적된다."

- 자율신경계가 저절로 몰고 와야 할 잠을 왜 자지 못할까.

"수면방해의 첫째 강적은 정서적인 불편함이다. 걱정이나 두려움, 공포, 초조함, 간절한 바람 등은 정서적으로 긴장시켜 심적으로 편치 못한 상태를 만들기 때문이다. 그 다음이 신체적인 불편함이다. 가장 큰 것이 통증이다. 어디가 아프면 거기에 두뇌 작동이 집중되어 '깨었을 때의 상태'를 유지하게 된다. 나이들면서 잠자기 힘들다고 하는 경우를 보면 관절염을 비롯해 여러 질병으로 인한 몸의 불편함이 주 원인이다. 치매나 파킨슨병처럼 퇴행성 신경증일 경우 환시나 환청이 생겨서 숙면을 방해할 수 있다. 따라서 우선 마음이 편해야 잠을 잘 잘 수 있다."

- 잠을 못자면 건강에 어떤 영향이 오나.

"잠을 못 잤다고 해서 병에 걸리거나 죽지 않는다. 그 정도가 되기 전에 자율신경계에서 어떻게 해서든 부족한 수면시간을 채워주려고 졸음을 가져온다. 이 때 순응하여 잠을 틈틈이 자면된다. 이렇게 마음을 갖는 것이 중요하다."

- 요즘은 주변에 밤에 일하는 사람들이 상당히 많다. 그래서 건강염려도 많이 한다.

"크게 염려할 필요가 없다고 본다. 잠은 밤에 자야 하고 또 두뇌에 좋은 수면시간(오후10시~새벽2시)이 있다고 하는데 의학적 근거가 없다. 밤낮이 바뀐 사람들이 다 병에 걸리지 않기 때문이다. 중요한 것은 24시간 생체리듬에 맞춰 잠을 자는 것이다. 성인은 6~8시간 정도 자면된다. 나이들면 수면패턴도 자연히 달라지게 마련이다. 신경쓰지 말고 하루 6시간 정도 수면시간을 갖도록 하면 된다."

- 꿈을 많이 꾸는 사람은 숙면을 취하지 못한다고 하는데 사실인가.

"이것 역시 잘못 알고 있다. 사람은 누구나 전체 수면 시간 중에서 30~40% 정도는 꿈을 꾼다. 단지 기억을 못할 뿐이다. 꿈을 기억할 때에는 꿈꾸고 있는 그 때에 잠에서 깨어나는 경우이다. 밤사이에 모든 사람들은 3~4차례 꿈을 꾸고 있고 이것은 우리의 정신건강에서 아주 중요한 것이다. 꿈꾸지 못하게 할 때에는 정신적인 문제가 생길 정도로 꿈은 수면에서 아주 필요한 부분이다. 따라서 꿈을 나만 많이 꾼다, 그래서 자도 잔것 같지 않아 피곤하다는 것은 잘못 알고 있는 것이다. 지극히 정상으로 괜찮다."

- 어떤 사람은 깊은 잠을 못 든다고 하는데.

"깊은 잠은 모든 사람의 경우 잠든 직후 1~2시간 정도밖에 안된다. 그 후로는 단계별로 점차 얕은 잠(꿈꾸는 단계,REM)의 상태가 이어지다가 깨어난다. 밤새도록 깊은 잠을 자는 사람은 없다는 뜻이다."

- 한국에서 미국으로 돌아올 때 시차적응이 더 힘들다고 한다.

"아마 지구가 돌아가는 방향에 영향을 받기 때문인 것 같다. 지구가 돌아가는 방향으로 여행할 때 시차적응이 더 쉽고 반대 방향일 때 더 힘들다."

- 시차적응 등을 비롯해 잠 잘오게 하는 방법이 있다면.

"낮동안 운동을 하는 사람들이 있는데 그보다는 쉬도록 하는 쪽이 수면에 도움이 된다. 잠이 든 상태를 생각해 보면 된다. 모든 근육과 장기가 풀리고 활동이 느려지게 할 때 졸음이 찾아온다. 잠 안온다고 자기 전에 운동하는 것은 오히려 잠을 깨운다. 따뜻한 우유가 효과라고 하는데 우유 성분이 아니라 따뜻한 것을 마셔 몸을 따스하게 해주기 때문이다. 따뜻한 샤워나 따뜻한 물도 좋다. 술은 긴장을 풀어주기 때문에 취침 전에 도움된다. 과음은 속이 불편해 깨게 된다."

- 수면제는 어떤가.

"종류가 많기 때문에 반드시 의사와 의논하여 사용하는 것이 안전하다. 의존성을 높이는 것도 있기 때문에 의사 도움이 필요하다."

- 수면장애를 극복하는데 조언이 있다면.

"잠이란 필요하면 졸려서 자게 만든다. 졸리면 자고 깨면 깨는 것이 잠이다. 몸에 맡겨, 사이클이 자연스럽게 돌아가도록 겸손하게 내어 맡기면 건강한 수면을 유지할 수 있다고 본다."


김인순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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