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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 론] 북미협상과 국내 정치 상황

많은 전문가들의 예상과 달리 2차 북미회담이 결렬되었다. 표면상으로 미국이 영변 핵시설 파기 외에 실무 협상에는 없던 추가 조치를 요구했기 때문이다고 전해진다. 외교 관례상 어느 정도의 합의안이 마련된 상황에서 이루어지는 정상회담에서 회담 결렬은 매우 이례적이다. 미국 내 정치 상황이 그 이유가 아닐까 생각한다.

회담 첫날, 트럼프의 개인 변호사인 코언 청문회가 민주당 주도로 연방 의회에서 열렸다. 모든 언론은 청문회로 몰렸고 북미회담은 주목을 받지 못했다. 힘들게 열린 북미회담은 공동선언이 발표되었더라도 빛을 보지 못할 실정이었다. 트럼프에게 불리하게 돌아가는 미국 내 정치상황이 이번 회담 결렬의 직접적인 원인이 아닐까 생각한다.

1차 회담과 2차 회담은 회담 성공과 결렬이라는 상반된 결과를 낳았지만 그 결과를 가능케 한 원인은 같다. 트럼프가 국내 정치에서 여론을 주도하느냐 하지 않느냐는 점이다. 1차 회담은 북한과 미국의 초유의 역사적 회담이었다. 국제사회 뿐만 아니라, 미국 내 여론도 트럼프가 주도했음은 분명하다. 2차 회담에서도 국내외 언론 보도에서도 드러났듯이 트럼프는 영변 핵시설 파기를 통해서 국내 여론을 주도해 나가려 했을 것이다. 모두 재선을 위한 포석이다.

민주당이 이런 트럼프의 의중을 모를 리 없다. 회담 첫째 날 코언 청문회를 연 것은 회담 결렬의 징조였다고 본다. 회담 결렬 후 기자회담에서 트럼프는 그가 대선에서 러시아와 내통하지 않았다는 코언의 말을 다시 한번 상기시켰다.



트럼프가 걱정하고 있는 점은 러시아와의 내통이 특별검사에 의해 인정되느냐, 되지 않느냐에 있다고 본다. 그것이 바로 탄핵소추의 이유가 되기 때문이다. 트럼프가 하노이에 가서도 얼마나 러시아 스캔들 문제에 집중했음을 알 수 있다.

북미회담의 결렬로 트럼프는 다시 한번 국내 여론의 주도권을 잡았다. 공화당과 민주당의 많은 의원들이 회담 결렬을 환영했다. 트럼프는 여론의 주도권을 잡는데 선수인 것 같다. 앞으로 북미회담 성공도 미국 내 정치에서 회담이 트럼프에게 주도권을 주느냐, 주지 않느냐에 따라 향배가 결정될 것이다. 그리고 그러한 주도권은 결국 트럼프의 재선으로 이어질 것이다.

최근 북한 쪽에서 동창리 미사일 발사대와 영변 핵시설 재가동이 확인됐다는 소식도 전해졌다. 당분간 별다른 계기가 없는 한 긴장은 계속될 것이다. 북한체제의 특수성을 고려할 때 회담결렬은 북한의 자존심을 매우 상하게 했을 것이다. 주민을 결속시키고 체제를 유지하기 위해서도 북한은 미국을 향해 가시적인 무력시위를 당분간 계속할 가능성이 크다.

국내정치를 이해하지 않고는 외교정책을 이해할 수 없다. 김정은과 트럼프는 상방의 국내 정치를 깊이 이해하길 바란다. 그럼에도 북미간 '평화모드'라는 큰 흐름은 탔다고 본다. 두 번의 회담 성사 자체가 역사적인 일임에 분명하다.

트럼프에게는 북한 비핵화 말고는 재선을 위한 뚜렷한 성과가 없다. 김정은에게는 경제봉쇄 해제 없이는 북한 경제를 살릴 방법이 없다. 경제 발전은 체제 유지에 필수조건이다.

끝으로, 회담이 결렬된 상황에서 한국 정부 말고는 북한과 미국을 중재할 당사자는 없어 보인다.

한국 정부는 미국과 북한의 국내정치 상황을 서로가 납득케 하고 북미가 다시 협상 테이블에 앉을 수 있도록 결정적인 가교 역할을 해주기를 진심으로 바란다.


이승우 /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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