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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자의 창] 아들의 '게이' 룸메이트

김인순/논설위원

부모는 대학에 진학하는 자녀가 집 떠나 새 환경에 잘 적응할 지 걱정이 많다. 그런데 요즘은 주변서 들은 얘기들 때문에 전에 없던 걱정이 하나 더 늘었다.

아들을 대학 기숙사에 보냈는데 룸메이트 중 하나가 게이였다고 한다. 어느날 그 룸메이트의 동성애 친구 서너명이 방에 놀러와 함께 얘기하다가 돌발적으로 그들로 부터 강압적인 성폭행을 당했다.

같은 남자들로부터 강간을 당한 것이다. 충격이 커서 학교도 쉬고 상담으로 회복 중에 있지만 후유증이 심해 당사자는 물론 가족도 힘들어 한다는 내용이다.

어차피 대학에 가면 서너명씩 동성끼리 공동생활을 하게 마련인데 '혹시 이들 중에' 하는 염려가 앞설 수밖에 없다.



법적으로 가주에서는 '동성 결혼'이 합법화된 상태다. 지금 그것을 뒤엎으려고 '주민발의안 8'이 상정돼 주민들로 하여금 '찬성표'를 던지도록 적극적인 여론 형성을 하고 있다. 법적으로는 아직 동성애를 용납하고 싶지 않다는 분위기다.

그러나 사회 전반에 깔린 분위기는 반대다. 계속 동성애자들이 늘고 있다. 가주의 동성애 커플이 10만 쌍에 이르고 여기에 혼자 사는 싱글 동성애자까지 가산하면 무시 못할 '대 그룹'이다.

이들을 보는 주변 시각도 상당히 관대해졌다. '동성애 찬성'(51%)이 반대자보다 많아졌다. 가주에서 30년만에 처음 있는 일이다.

여기엔 미국의 문화 흐름을 주도하는 할리우드의 기여가 크다. 유명 배우들이 나서서 '난 게이'라고 커밍아웃을 하고 바로 얼마 전에는 여성들의 우상인 배우 브래드 피트가 거액을 동성애 권리 단체에 기금으로 내 놓았다. '이들을 받아 들여 한다'는 강한 메시지를 계속 주고 있는 것이다.

특히 10대 20대들은 부모와 달리 동성애에 대한 편견이 거의 없다. 오히려 자신들에게 없는 뭔가 독특함이 있다며 '쿨'하게 볼 정도다.

그러나 문제는 동성애자들이 '자기들끼리 교제'한다는 기본 원칙(?)을 깨고 점점 그 영역을 넘어선다는 데 있다. '선천적'인 특성상 동성애자 하고만 사귄다고 굳게 믿고 있는 자녀들로서는 더 이상 안전지대가 아닌 것이다.

기숙사가 아니라도 따로 아파트에 나가도 룸메이트를 구해야 하는 만큼 '동성애자'를 만날 확률 또한 그만큼 높아졌다는 얘기가 된다.

그래서 자녀들도 겉으론 '쿨'한 척 하지만 예전처럼 마음이 편하지만은 않다고 한다. 주변에서 나름대로 보고 듣고 한 '얘기'들이 있어 룸메이트가 동성애자일 경우 신경이 쓰인다는 것이다.

그렇다고 드러낼 수도 없는 상황이다. "네가 게이(레즈비언)여서 룸메이트하기 싫다"고 하면 이미 조성된 주변 분위기 때문에 오히려 자신이 '나쁜 애'가 되어 버린다. 왕따 당하기 십상이다.

이러니 부모로서 더 걱정이다. 처음 당하는 상황이라 어떻게 자녀를 도와줄 지 이렇다할 가이드라인도 없는 상황이다.

지금 상정된 '주민발의안 8'을 통과시켜 동성결혼 자체를 불법화시키는 것도 중요하다. 그러나 통과된다고 해도 현실적 상황은 달라질 것이 없다고 본다.

아이까지 입양해서 살고 있는 그 많은 동성애 커플들이 그렇다고 헤어질 리는 없기 때문이다. 또 젊은 게이(레즈비언)들이 '상대'를 찾는 일을 멈출 리도 없지 않은가.

그보다 현실적으로 더 절실한 것은 동성애자들도 일반인들처럼 성범죄의 선을 확실히 그어 처벌에 예외를 두지 말아야 한다는 생각이 든다.

어쩌다가 오랜만에 안부 전화를 해 온 대학생 자녀들에게 "혹시 게이 룸메이트 아니지?"하는 것부터 확인해야 하는 사회가 되어 버렸나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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