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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의 향기] 따뜻한 외로움

박재욱 법사 / 나란다 불교아카데미
박재욱 법사 / 나란다 불교아카데미

[LA중앙일보] 발행 2019/03/26 종교 29면 기사입력 2019/03/25 18:57

"그 사막에서 그는/ 너무도 외로워/ 때로는 뒷걸음질로 걸었다/ 자기 앞에 찍힌 발자국을 보려고"(오르텅스 블루의 '사막' 전문)

프랑스 파리 지하철공사가 공모한 시 콩쿠르에서, 대상을 받아 널리 입에 오르내리는 시다. 정신병원에서 쓴 시라고 한다. 첫사랑과 헤어진 충격으로 입원과 퇴원을 반복하며 황폐해진 여인의 시다. 외로움이 사무쳐 토해낸 시로, 가슴이 아리다. '외로움'은 혼자 있는 괴로움, 주로 자기의지와 상관없는 관계의 단절과 소외의 상황을, 쓸쓸하고 괴롭다고 느끼는 수동적이고 부정적인 감정이다. 외로움에 고통받는 사람이 늘어나고 있다. 초 고령사회로 접어든 21세기의 심각한 질병이 되고 있다. 이제 외로움은 개인적 불운이 아니라, 국가적 관심과 대책이 필요한 사회적 이슈로 떠올랐다.

지난해 초 영국총리가 '외로움 담당 직(차관급)' 신설을 발표해 화제가 된 바 있다. 외로움으로 고통을 겪는 영국인 인구가 900만 명에 이른다는 현실을 무겁게 받아들인 결과이다. 최근에는 인간관계에 지친 사람들이 자발적 아웃사이더가 된다는 기사를 본 적이 있다. 타인과 소통하고 원만한 관계를 유지한다는 명분으로, 이것저것 신경 쓰며 스트레스를 받거나 상처받기보다, 차라리 혼자가 편하다는 생각에서이다.

하지만, '혼자이고 싶은데 혼자이고 싶지 않다'는 역설적 진퇴양란에 빠져들기도 한다.

온몸이 빡빡하게 돋은 가시로 쌓인 고슴도치가 서로 가까이하면 가시에 찔려 아프고, 멀리하면 춥고 외로운 '고슴도치의 딜레마'와 다르지 않다.

다가가기에는 주저되고, 혼자가 되자니 감내해야 할 외로움이 두려운 모순감정이다. 관계에 지쳐 혼자이고 싶지만 외롭고 싶지는 않다는 다소 이기적 심리상태라 하겠다. 외로움은 피할 수 없는 지극히 정상적인 감정이다. 바쁘고 즐겁게, 가득한 삶을 사는 것처럼 보이는 사람도 외로움을 느낄 때가 있기 때문이다.

"울지 마라/ 외로우니까 사람이다/ 살아간다는 것은 외로움을 견디는 일이다//새들이 나뭇가지에 앉아 있는 것도/ 네가 물가에 앉아 있는 것도 외로움 때문이다/ 산 그림자도 외로워서 하루에 한 번씩 마을로 내려온다" (정호승의 '수선화에게' 중에서)

외로움은 인간존재의 근원적 본질 같은 것으로, 내면의 외로움을 긍정하고 수용하라는 시라 하겠다. 로마의 철학자 카토는 "홀로 고독에 빠져 있을 때만큼 덜 외로운 때도 없다"고 했다. 홀로 있어 괴로운 외로움을 '따뜻한 외로움' 홀로 있는 즐거움이라는 '고독'으로 승화시켜야겠다. "불행의 유일한 원인은 자신의 방에 고요히 머무르는 방법을 모르기 때문이다" (파스칼의 '팡세'에서) 누구에게 물어야 하나, 고요히 머무르는 법을. 그 따뜻한 외로움에 고요히 머물러볼 일이다.

musagusa@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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