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라운지] 황혼 결혼
부부가 함께 늙어가는 것만큼 아름다운 모습도 없다. 우리 조상들이 회혼례(결혼 60주년)를 성대히 치렀던 것도, 서양에서 은혼식(25주년)-진주혼식(30주년)-금혼식(50주년)-금강혼식(75주년) 등을 열심히 챙겼던 것도 그래서다. 하지만 결혼 가치관이 바뀌고 20년 이상 같이 산 부부들의 '황혼이혼'까지 급증하면서 앞으로는 이런 기념식 치르는 부부 보기가 점점 더 어려워질 것 같다.그래서인지 황혼이혼 증가에 비례해 60세 넘어서 결혼하는 '황혼 결혼'도 크게 늘고 있다고 한다. 지난해 한국에서 황혼 결혼한 남성은 6126명, 여성은 3604명이었다. 1990년과 비교해 남자는 4배, 여성은 9배나 늘어난 수치다.
문제는 황혼 결혼도 하고 싶다고 아무나 할 수 있는 것은 아니라는 점이다. 황혼 결혼 대부분이 재혼인 만큼 자식 반대나 재산 문제 등 장애물이 적지가 않다. 마음은 청춘인데 몸이 따라주지 않는 건강 상의 어려움도 있을 것이다. 가장 큰 변수는 당사자 간 눈높이다. 한 조사를 보면 나이가 많을수록 '성품과 배려심'이 중요하다고 말은 하지만 결국은 남자는 경제력, 여자는 외모가 결정적인 조건이었다. '부자 할아버지, 예쁜 할머니'라야 황혼 결혼도 더 잘 할 수 있다는 말이다.
이런 걸 보면 처음 인연 맺은 부부끼리 서로 고마워하며 100년 해로하는 것이 가장 현명한 100세 시대 생존법인 것 같다.
이종호 논설실장 lee.jongho@koreadaily.com
with the Korea JoongAng Daily
To write comments, please log in to one of the accounts.
Standards Board Policy (0/250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