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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언대] 한국 국회, 미 의회서 배워라

지난 12일 교섭단체 대표연설이 진행중이던 한국 국회 본회의장은 한동안 아수라장이 됐다. 나경원 자유한국당 원내대표의 입에서 "더 이상 대한민국 대통령이 김정은 수석대변인이란 낯 뜨거운 이야기를 듣지 않도록 해 달라" 라는 말이 나온 직후였다. 여당인 더불어민주당 의석에서 고성이 터져나오고, 흥분한 의원들이 자리를 박차고 나가며, 여야 의원들간 삿대질과 몸싸움이 시작됐고, 민주당 원내대표가 국회의장석까지 뛰어올라가 고함치는 난장판이 벌어졌다.

현정권의 수장인 문재인 대통령이 '김정은 수석대변인' 이라는 표현은 외국언론이 만든 표현이다. 그 표현이 듣기 거북하니 그러한 표현이 나오지 않도록 현정권은 조심해 달라는 주문이었다. 화를 내고 소란을 피울 내용이 아니었다.

미국을 보자. 지난 15일 상원에서 표결이 있었다. 트럼프 대통령이 남부 국경에 장벽을 쌓겠다고 예산을 신청했지만 예산심의 기관인 하원에서 부결이 되자 국가 비상사태를 선포했다. 의회는 벌집 쑤신 듯 소란했다. 국가 예산은 국회의 심의를 거쳐 책정되고 집행되어야 한다는 헌법에 저촉이 될지도 모르기 때문이다. 국가 비상사태 선포의 철회 여부가 투표에 붙여졌다.

민주당이 과반수인 하원에서는 이미 철회해야 한다는 결정이 났다. 철회 여부는 상원의 투표결과에 달리게 됐다. 미국 상원은 공화당 53명, 민주당 45명, 무소속 2명으로 되어있다. 투표결과 비상사태 철회 찬성에 59표, 반대에 41표, 18표의 차로 철회가 결정됐다. 여당인 공화당 의원 중 12명이 대통령의 처사에 반대한 것이다. 이들이 반대한 이유는 장벽건설이 아닌 헌법 수호다. 아무리 대통령이라도 국가예산을 관장하는 의회를 우회하여 다른 목적으로 이미 책정된 예산을 마음대로 전용하는 것은 나쁜 선례를 남기는 일로서 헌법에 저촉될 수도 있다는 소신 때문이다.



더 주목해야 할 것은 야당에 동조한 공화당 상원의원들의 소신과 용기다. 의회가 어떤 결정을 내리든 대통령은 거부권을 행사하리라는 것을 알면서도 이들은 자신의 이름을 드러내며 야당과 의견을 같이했다. 자기의견에 반대를 극도로 혐오하는 트럼프 대통령에게 이들은 앞으로 찍힌 신세가 될 것이 뻔하다.

국회는 토론의 장이다. 선량으로 뽑힌 국회의원들이 자신의 의견을 마음껏 개진하고 서로 토론함으로써 국가의 장래를 구축해 가는 장소다. 국회의원들이 필수적으로 갖추어야 할 덕목은 뚜렷한 소신과 경청하는 능력이다.

자기의 소신을 피력할 용기를 갖지 못하고 주위와 무리지어 행동한다든지, 상대방의 얘기가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 버럭 고함치고 자리를 박차고 나가는 행위들이 계속되는 한 한국정치는 3류 신세를 면치 못할 것이다.


권영무 / 샌디에이고에이스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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