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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20/20] '자살 클럽'

[LA중앙일보] 발행 2008/10/08 미주판 21면 기사입력 2008/10/07 20:03

김완신/편집국 부국장

대학에 들어가 처음 소설이라는 것을 써 봤다. 대학이 주최한 문학상에 응모하기 위해 준비도 없이 단편소설을 시작했는데 난생 처음 쓰는 것이라 원고지 70~80장을 채우기가 쉽지 않았다. 그때 응모했던 소설 제목이 '자살 클럽'이었다.

30년 가까운 시간이 흘러 세세한 줄거리는 기억나지 않지만 자살 하려는 사람들이 우연히 만나 자살 여행을 함께 떠난다는 내용이었다. 동반자살을 결심하고 출발했지만 여행 도중에 이런저런 이유로 마음이 변해 결국은 다시 돌아오는 이야기로 끝을 맺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치기도 못 벗어난 글을 작품이라고 응모해 놓고 속으로는 입상을 기대했었다. 그런데 심사발표를 며칠 앞두고 작품 심사를 맡았던 교수의 호출을 받았다. 연구실에 찾아가자 교수는 '이렇게 황당하고 현실감 없는 스토리는 처음 본다'고 한마디 하고는 돌아가라고 했다.

그후 입상작 발표 날까지 온갖 상상을 다했다. 교수가 혹평은 했지만 그래도 관심이 있으니까 불렀을 것이라고 멋대로 생각하고 당선을 은근히 기대하기도 했다. 그러나 결과는 낙선이었다. 그 많은 수상 부문 중에 어느 하나에도 끼지 못했다. 결국 생애 첫 소설작품은 '황당하고 허무맹랑한 이야기'로 끝났다.

그런데 소설에나 나올 법한 황당한 일들이 현실에서 벌어지고 있다는 것을 얼마전 알게 됐다. 인터넷 상에 동반 자살할 사람들을 모집하거나 자살방법 등을 알려 주는 사이트가 많다는 것이다.

현재 한국에서 자살은 심각한 사회문제가 되고 있다. OECD국가 중에서 자살률이 가장 높은 나라가 한국이라고 한다. 얼마전에는 배우 최진실씨가 자살해 전국민에게 충격을 던져 주기도 했다.

일반적으로 자살은 거의 모든 종교에서 죄나 부도덕한 행위로 간주한다. 미국에서는 지난 1960년대 중반까지 일부 주가 자살을 범죄행위로 규정하기도 했다.

전문가들은 자살을 이기적인 자살과 이타적인 자살로 나눈다. 이타적인 자살은 사회나 집단을 위해 스스로를 희생하는 방식의 자살이다.

전쟁터에서 동료들을 위해 포탄을 뚫고 적의 진지로 돌진하다가 죽는 것이 이타적 자살의 대표적인 예다. 엄밀하게 따져 자살로 분류하기 어렵고 비난의 대상이 되지도 않는다.

반면 이기적인 자살은 철저히 '자기 자신을 위한 행동'이다. 역설적이기는 하지만 인간이 목숨이 있는 상황에서 선택할 수 있는 가장 '적극적인' 행위이기도 하다. 이기적인 자살이 비난 받는 것은 바로 자기중심적이라는 사실 때문이다.

자살이라는 행위를 비난할 수는 있다. 그렇지만 자살한 사람의 심정마저 임의로 재단해서는 안된다. 철학자 아리스토텔레스도 '자살이 공동체에 대해서는 부당한 행위지만 자기자신에게는 부당한 행위가 아니다'고 말했다.

집단 구성원 모두가 하나의 목표에 향해 있던 시대에는 자살이 드물었다. 가족이나 사회 등의 공동체 의식이 희박해지고 자기중심적인 사고가 강해지면서 자살이 늘고 있다.

시대가 바뀌어 각각의 개인들이 사회로부터 고립돼 개별화되는 경향이 강해지면서 쉽게 목숨을 포기하고 있다. 여기에 최근 몇몇 연예인들의 자살사건에서 보았듯이 '악성댓글'이 소리없는 살인자로 등장해 자살을 부추기고 있다.

자고나면 자살 소식이 들리고 마치 유행병처럼 퍼져가는 느낌이다. 자살 소식들이 소설에나 등장하는 '황당한 이야기'로 남기 바라지만 현실은 그렇지가 않아 마음이 무겁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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