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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풍향계] 이스라엘의 영토 야심

[LA중앙일보] 발행 2019/03/29 미주판 20면 기사입력 2019/03/28 19:28

2000년을 나라 없이 떠돌던 유대인들이 불굴의 의지로 다시 세운 나라가 이스라엘이다, 라고 우린 알고 있다. 맞다. 하지만 잘 못 알고 있는 것도 있다. 지금 유대인들은 아무도 살지 않았던 사막 황무지를 근면 성실 헌신으로 일궈 지금의 이스라엘을 건설했다는 믿음이다. 정말 그럴까?

2차대전이 끝난 뒤 1947년 국제연합은 영국의 위임통치를 받던 팔레스타인 땅을 분할해 절반 남짓을 유대인에게 떼 주어 나라를 세우게 했다. 하지만 유대인 군대와 민병대는 그것에 만족하지 않고 1948년 5월 건국 전까지 단 6개월만에 팔레스타인 땅의 4분의 3을 점령해 버렸다. 그 과정에서 그곳에 살고 있던 80만명 가까운 팔레스타인 사람들은 쫓겨났다. 유대인들은 구약성서에 기록된 '약속의 땅'을 되찾았지만 팔레스타인 입장에선 2000년을 살아온 삶의 터전을 하루 아침에 잃었다.

이스라엘은 건국 후에도 막강한 군사력을 유지하며 주변 아랍국들과 계속 싸웠다. "증오를 먹고 사는 야만적인 아랍인들로부터 스스로를 보호하기 위해서"였다. 하지만 이스라엘 측의 이런 주장과 달리 아랍인들의 증오는 이스라엘의 선제적인 강제 이주와 탄압에 대한 반작용이었다는 주장도 귀담아 들을 필요가 있다.

'약속의 땅'에 대한 맹목적 신앙은 주변 나라를 향한 이스라엘의 끊임없는 군사 도발로 이어졌다는 점도 살펴야 한다. '잔인한 이스라엘(랄프 쇤만 지음, 이광조 번역, 2003)'이란 책에 따르면 '약속의 땅'은 지금의 시리아와 요르단, 레바논 일부, 나아가 멀리 사우디아라비아의 3분의 1, 시나이 반도를 넘어 이집트 전체의 3분의 1이나 포함되는 방대한 지역이다. 이스라엘의 영토 야심은 궁극적으로 이들 지역에까지 향하고 있다는 게 이 책의 주장이다.

애꾸눈의 모세 다얀 장군이 이끌었던 1967년 3차 중동전쟁(6일전쟁)은 이스라엘 팽창 정책의 하이라이트였다. 이 전쟁으로 이스라엘은 시리아의 골란고원을 비롯해 요르단 땅이었던 요르단강 서안을 점령했고 이집트 쪽 가자지구와 시나이 반도까지 빼앗았다. 1978년 미국이 주선한 캠프데이비드 협정에 따라 시나이반도는 이집트에 돌려주고 2005년 가자지구에서도 철수했지만 서안지구와 골란고원은 유대인 정착촌을 건설하는 등 지금까지 실효 지배하고 있다. 물론 국제법은 침략으로 빼앗은 땅은 영토로 인정하지 않고 있다.

그런 이스라엘에 트럼프 대통령이 다시 큰 선물을 안겼다. 지난 25일 골란고원에 대한 이스라엘의 주권을 인정하는 문서에 공식 서명한 것이다. 이스라엘은 신이 났지만 당사국인 시리아등 국제사회는 벌집 쑤신 듯 반발하고 있다. 자칫 군사충돌 가능성까지 얘기된다.

골란고원은 제주도만한 크기에 해발고도 1000m가 넘는 화산 현무암 지대다. 성서의 무대이기도 해 유대교 율법주의자였던 사울이 바울로 회심하기 전 다메섹(현재 다마스쿠스)으로 향할 때 지나 간 곳이기도 하다. 예수가 물 위를 걸었다는 갈릴리 호수는 골란고원 위쪽 헤르몬산(해발 2814m)에서 내려오는 눈 녹은 물로 채워진다. 골란고원은 중동지역답지 않게 강수량이 많고 토지가 비옥해 예부터 농경과 목축이 성행했다. 지금 이스라엘은 수자원의 약 40%를 이곳으로부터 공급받는다. '약속의 땅'이라는 믿음이 아니어도 이스라엘이 절대 이곳을 포기할 수 없는 이유들이다.

역대 미국 대통령 중 친 이스라엘이 아닌 사람은 없었지만 트럼프는 유독 각별하다. 그는 지난해에도 이스라엘 주재 미국 대사관을 텔아비브에서 팔레스타인의 공식 수도인 예루살렘으로 옮기게 함으로써 국제사회를 뒤흔들어 놓았었다. 이스라엘이 '왜곡된 민족주의'에 입각한 영토 팽창 욕심을 거두지 않는 한 이 지역은 계속 화약고일 수밖에 없다. 그런 화약고를 다독이기는커녕 오히려 옆에서 아슬아슬 불장난만 계속 하고 있으니 세계는 불안하다. 트럼프 대통령의 진짜 속내는 무엇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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