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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큰 교회'와 신문 1면이 무슨 상관?

왜 기업 또는 정부 기관이 언론 담당 부서나 대변인을 두겠는가. 그만큼 언론 매체와의 커뮤니케이션을 중히 여기기 때문이다.

오늘날 기독교는 이 부분에서 상당히 어설프다. "교회가 무슨 언론 담당을 둬"라고 반문할 수 있겠지만 오늘날 종교와 미디어는 꽤 가깝다.

교계로부터 밀려오는 보도 요청은 어떤 기관 못지않다. 그러나 보도 요청 방법이나 언론에 접근하는 방식은 그 수준이 매우 낮다. 형식을 갖춘 보도자료를 바라는 건 욕심이다. 언론을 교회의 기관 잡지 수준으로 여기는 인식은 심각 그 자체다.

"우리 교회 광고(기사) 좀 하고 싶은데…." "얼마를 주면 크게 써줄 수 있나?" "담임 목사 아들이 결혼하는데 우리 목사 인터뷰 좀 해달라" 등 황당한 요청은 많다.



보도자료를 보내달라 하면 아예 홍보 글을 써서 보내거나 "다른 교계 신문에 나온 기사대로 써달라" "내가 거기 사장 아는데…" 등 어이없는 사례만 모아도 책 한 권은 족히 나온다.

이는 교회가 '그들만의 리그'가 될 때 나타나는 현상이다. 그 영역에만 함몰된 시각으론 다른 세계가 잘 보이지 않는다. 담임 목사는 그 영역의 왕으로 인식되고, '내 교회'는 세상의 중심이 된다. 그러나 외부 영역도 교회를 그렇게 여길까.

예전에 대형 교회 한 부목사가 다급하게 중요한 일이 있으니 잠시 보자고 한 적이 있다. 무슨 일인가 해서 이야기를 들어보니 교회가 설립된 지 OO주년이라며 그 소식을 "혹시 신문 1면에 내줄 수 있느냐"고 물어왔다.

잠시 당황했지만 혹시 커뮤니티 또는 공공의 이슈와 연관될 만한 '꺼리'가 있나 해서 특별한 뭔가가 있는지 물었더니 의외의 답변을 했다. "우리가 이 지역에서 제일 큰 교회잖아요."

또 하나는 언론의 가장 기본 역할(비판·견제·감시)과는 다소 거리가 먼 기독교 언론의 한계 때문이다. 모든 기독교 언론을 일반화 할 수는 없으나 소신있게 쓴소리까지 보도할 수 있는 미디어는 사실 몇 안 된다.

교계 언론은 상당수 영세하다. 광고 수입과 관련, 전적으로 교계에 대한 의존도가 높다. 그렇다 보니 눈치를 보며 입맛에 맞는 기사나 행사 위주의 보도밖에 할 수 없다. 교계 언론에 보도되는 내용을 보면 교회 또는 주최 측이 전달한 자료를 그대로 기자의 바이라인(byline)만 달고 나가는 기사가 허다하다.

써달라면 그대로 써주고, 돈(광고비)으로 기사를 사는 환경에 길들여진 이들이 교계 울타리 밖에 있는 사회 언론을 같은 방식으로 대하면 어떤 일이 발생하겠는가.

하루는 내 옆에 앉은 후배 기자가 한마디를 던졌다. "나는 선배가 목사들이랑 주고 받는 통화 내용을 들어보면 정말 기가 막혀요. (교계 사람들은) 기본적인 상식도 없나봐요."

지금이라도 신학교는 과목 하나라도 신설해서 예비 목사들에게 미디어 시대에 대한 기본적인 이해와 최소한의 준비라도 시켜줘야 한다. 지금은 과거와 달리 언론과 관련한 수많은 플랫폼이 생성됐고 다양한 콘텐츠가 쏟아져 나온다.

종교계 역시 저널리즘에 대한 올바른 인식을 갖춰야 하고 유연한 대응이 요구된다. 언론과 적당한 긴장관계를 유지함과 동시에 관계 확립 역시 중요한 시점이다.


장열 기자 사회부 차장·종교담당 jang.yeol@korea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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