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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운 우리말] 달라서 행복하다

세상 사람들이 모두 똑같다면 재미가 없겠죠. 모두가 같을 수도 없겠지만 달라서 생기는 행복에 익숙해져야 합니다. 다르다는 말은 얼굴을 의미하는 단어에서 나왔다고 합니다. 우리말에 얼굴에 해당하는 말에 '탈'이 있습니다. 탈은 가면의 의미로 쓰입니다. 또 다른 얼굴인 셈입니다. '인간의 탈을 쓰고'라는 말에서는 우리의 얼굴을 그냥 탈이라고도 표현하고 있습니다. 어쩌면 우리는 우리 모습의 탈을 쓰고 있는 것일 수 있습니다. 우리 내면의 모습이 드러난 탈이지요. 자신의 얼굴에 책임을 져야 한다는 말은 그래서 나온 겁니다. 다르다는 말의 어원은 탈과 관련이 있습니다.

다르다는 말은 '닮다'와도 관련이 있습니다. '닮다'의 어원도 얼굴을 의미하는 '탈'에서 찾을 수 있습니다. 즉, 얼굴을 뜻하는 '달'이라는 말에서 '닮다'와 '다르다'가 나왔다고 할 수 있습니다. 우리는 우리가 서로 다르다고 이야기하지만 곰곰이 보면 닮은 곳도 많습니다. 인간이 서로 다르다고 해도 공통적인 부분이 훨씬 많겠지요. 저는 '닮다'라는 말과 '다르다'는 말을 보면 마음이 푸근해 집니다. 우리는 다르기도 하지만 닮은 사람입니다. 물론 다행히도 완전히 똑같은 사람은 아닙니다.

사랑하는 사람끼리 서로 닮는다는 말이 있습니다. 참 좋은 말입니다. 연인이나 부부에게 닮았다고 이야기하는 건 칭찬입니다. 서로 사랑하는 모습이 드러난 것이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오누이냐고 묻는 경우도 있습니다. 굉장한 칭찬입니다. 사랑하는데 닮지 않는 게 어쩌면 이상한 일일 수 있습니다. 서로를 언제나 바라보아서일까요? 서로의 모습이 서로에게 투영이 되기도 하는 것 같습니다. 서로가 좋아하는 모습이 되고 싶어 하는 것도 이유가 되겠네요. 물론 같은 음식을 먹고 같은 환경에서 살아가니 닮아갈 수밖에요.

하지만 닮았다는 말은 똑같다는 말이 아님을 다시 기억해야 합니다. 닮을 뿐이지 서로의 독특함은 남아있습니다. 어쩌면 닮아가면서 이해심이 깊어진 것이라고 할 수 있겠네요. 여전히 식성은 다르지만 서로가 좋아하는 음식을 먹어보려고 노력합니다. 여전히 취미는 다르지만 산에도 가 보려고 하고, 미술관에도 가 보려고 합니다. 다르지만 닮으려 노력하는 겁니다. 그렇게 닮아가다 보면 뜻밖의 즐거움도 만나게 됩니다. 나와 다른 세상이 생각지도 못한 즐거움을 줍니다.



그런데 이건 사랑하는 사람이나 부부만의 이야기가 아닙니다. 친구도 그렇고, 직장 동료도 그렇습니다. 어떤 경우에는 우리와 전혀 상관없는 사람과도 닮아갈 수 있습니다. 굳이 닮아야 한다는 이야기를 하는 것도 아닙니다. 남이 재미있어 하는 것에 나도 관심을 가져 보는 겁니다. 무조건 싫다고 이야기하지 않고, 나도 조금씩 시도해 보는 겁니다.

다르다고 미워하고, 달라서 싸우면 불행한 일입니다. 낯설음이 혐오가 되어서는 안 됩니다. 문화가 다르다고 미워합니다. 내가 너보다 더 낫다고 무시하기도 합니다. 평화와 용서가 주요한 이념이어야 할 종교는 싸움의 원인이 됩니다. 민족이나 인종이 혐오와 멸시의 이유가 됩니다. 경제적인 다름으로 인해 경멸이 생기기도 합니다. 참으로 불행한 일입니다. 다른 건 나쁜 게 아닙니다.

우리는 달라서 서로 알고 싶은 것도 많습니다. 한참을 살펴보아도 이해가 안 되니 배울 것도 많습니다. 서로 다른 것을 알아가다 보면 닮아가기도 합니다. 우리는 닮아서 좋고, 달라서 행복합니다. 그래야 합니다.


조현용 / 경희대학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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