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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일은 한글날, 영어표기 이름 붙여쓰자 '조각난' 이름…'무너진' 자존심

'띄어 쓰기' 낭패…'동명이인' 양산

오늘(9일)은 562돌 한글날이다. 언어는 민족 자존과 정체성을 지탱하는 뼈대. 700만 해외동포는 우리 말과 글이 있다는 것에 감사와 자부심을 갖는다. 하지만 자랑스런 한글은 해외현지에서 엉뚱하게 변질되기도 한다.

특히 이름의 경우 해당국가의 언어체계로 불리면서 때론 '바보같은 이름'이 되기도 한다. 한글날 미주한인들의 '이름 애환'을 살펴봤다.

#. 대학생인 김동호(22)씨는 학교에서 출석을 부를 때면 바짝 긴장한다. 교수가 호명을 할 때 '동 김'이 세 차례나 반복되기 때문이다. 예술사 과목을 듣는 학생 중에 김동호씨를 비롯 김동현씨 김동민씨가 있었던 것. 이들은 모두 '동 김'이 되는 것이다. 세 명은 자신의 이름이 불릴 때마다 교수는 물론 학생들이 킥킥 웃는 소리를 듣는다. '동 김' '동 김' '동 김'이 반복되면서 이상한 리듬을 타게 돼 웃길 수 밖에 없는 상황이 되는 것이다. 이들은 바보가 되는 것 같고 심지어 모욕감을 느낀다고 했다.

#. 직장에서 김은정(34)씨의 경우 전화 한 통을 받으려면 전화가 몇 차례 돌아야 한다. 상대방이 '은 김'을 바꿔달라고 하면 김은경 김은미 김은숙씨를 거치는 경우가 다반사다. 이럴 경우 상대방 외국인이 되레 당황한다. 같은 이름이 한두 명도 아니고 한 직장에 4명이나 될 줄을 상상도 못하기 때문이다. 상대방 외국인은 "너 마술사 아니야"하면서 웃는다.



#. 김재희(31)씨의 경우 여동생은 재미 남동생은 재환이다. 집에 전화가 걸려와 '재 리'를 찾으면 세 명은 서로 얼굴을 쳐다 본다. 모두가 '재 리'이기 때문이다. 결국 "which one?"하고서야 해당 사람을 바꿔준다.

한인들 중에는 형제 자매의 이름에 돌림자를 쓰는 경우가 많아 자주 발생하는 사례다. 김씨는 "외국인이 '한국사람은 이름이 다 같냐'라고 농담할 때는 한국을 마치 '부족'으로 여기는 것 같아 자존심 상한다"고 말했다.

이처럼 미주 한인들치고 자신의 한국 이름 때문에 한두번 쯤 난감하거나 기분이 상해보지 않은 사람이 없을 정도다. 번듯하고 자랑스러운 한국 이름이 조각나는 것이다.

이유는 미들네임의 유무 차이다. 게다가 한국인은 자신의 이름을 한자한자 띄어쓰기 하는 것이 일반적어서 본의아니게 '이름의 왜곡'을 유발한다. 미국인들은 한국 이름 중 한자를 미들네임으로 여겨 통상 발음하지 않기 때문이다.

결국 외국인에게 한국사람은 영 리 성 김 생 조 등 모두 외자(그것도 모음이 하나인 단음절) 이름을 가진 것처럼 비쳐지는 셈이다.

또 '외자'가 된 한국 이름은 무수히 많은 동명이인을 양산해 개개인이 신용기록에 피해를 입거나 신용범죄의 대상이 되는 맹점도 있다.

'바보같은 이름'의 해결책은 이름을 붙여쓰는 것이다. 이름을 붙여쓰면 발음은 다소 어색해도 본래의 이름에 가깝게 들리기 때문이다. 물론 아예 영어 이름을 쓰는 한인도 많다.

하지만 한국 사람들이 선택하는 영어 이름도 매우 제한적인 편이서 제임스 김.앤드류 정.제이슨 리.제니퍼 박 등 영어 동명이인도 적지 않다.

외국으로 올 때 이름은 사실 여권 이름이다.

수십 년간 해외한인은 여권에 쓰인 '한자씩 띄어쓰기'한 이름으로 살다보니 엉뚱한 피해를 본 면이 적지않다.

다행히 한국정부는 지난해부터 여권 이름 기입란에 영문 이름은 '붙여쓰는' 것을 원칙으로 정했다.

▷영문 이름 표기 방법은 웹사이트 '우리말 배움터(http://urimal.cs.pusan.ac.kr)'에 들어가 오른쪽 상단 '로마자 변환기' 활용하면 자세히 나와있다.

김석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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