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별 뉴스를 확인하세요.

많이 본 뉴스

광고닫기

기사공유

  • 페이스북
  • 트위터
  • 카카오톡
  • 카카오스토리
  • 네이버
  • 공유

[뉴스 라운지] 하마비와 낙마

한국에 가면 종묘나 향교, 유명 사찰 입구 등에 '하마비(下馬碑)'라는 것이 있다. 옛날 말이나 가마를 타고 온 사람은 그 지점에서부터 내려 걷게 한 비석이다. 하마비엔 보통 '대소인원개하마(大小人員皆下馬)'라는 글귀가 새겨져 있다. '모두 말에서 내리시오'라는 뜻이지만 행간엔 '겸손의 마음과 자세로 들어가시오'라는 뜻도 묻어있다.

그렇게 상전이 말에서 내려 볼 일을 보러 가면 남은 마부들은 둘러 앉아 이런저런 세상 풍문들을 주고받았다. 그 중엔 자기 주인을 비롯한 벼슬아치들의 인사이동이나 진급에 관한 것도 많았던 것 같다. 요즘 고위직의 이동이나 임명 등에 관한 소문을 뜻하는 '하마평(下馬評)'이란 말은 여기서 유래됐다.

낙마(落馬)라는 단어도 있다. 원래 말에서 떨어진다는 뜻이지만 요즘은 공직 후보자가 검증을 통과하지 못하고 중도 탈락하는 것을 은유적으로 나타내는 말로 더 많이 쓰인다. 말 잔등은 거의 어른 키 높이다. 떨어지면 중상은 보통이고 자칫 목숨을 잃기도 한다. 낙마 사고로 인생이 바뀌는 일도 흔하다. 슈퍼맨 역으로 유명했던 배우 크리스토퍼 리브는 낙마로 전신마비가 되었다. 변방 노인의 아들이 말에서 떨어져 중상을 입어 크게 낙담했지만 오히려 그것 때문에 전쟁에 차출되지 않아 목숨을 건졌다는 새옹지마(塞翁之馬) 이야기도 있다.

낙마 사고는 대개 말(馬)과 사람이 일체가 되지 못해서 일어난다. 청문회 낙마는 후보자의 말(言)과 행동이 일치하지 않은 삶에 기인한 경우가 많다.



이번에도 문재인 정부 장관 후보자 청문회에서 2명이 낙마했다. 하마평에 오르내릴 때만 해도 마냥 좋았겠지만 결국 수모만 당했으니 애당초 나서지 아니함만 못하게 됐다. 이럴 때 국회 청문회장 입구에 '하마비'라도 하나 있었다면 어땠을까. 낯 두꺼운 후보들은 그럼에도 막무가내였겠지만.


이종호 논설실장 lee.jongho@koreadaily.com



Log in to Twitter or Facebook account to connect
with the Korea JoongAng Daily
help-image Social comment?
lock icon

To write comments, please log in to one of the accounts.

Standards Board Policy (0/250자)


많이 본 뉴스





실시간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