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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한국 기득권 원정출산 딜레마

김형재 / 사회부 차장
김형재 / 사회부 차장 

[LA중앙일보] 발행 2019/04/03 미주판 20면 기사입력 2019/04/02 19:34

올 초 일주일 동안 한국을 찾았다. 자식도 나이를 먹다 보니 '아부지·어무이' 모습은 1년 만에 또 달라졌다. "아부지는 어릴 때 보던 할아버지랑 어찌 그리 똑같아지지요"라고 농을 치는 선으로 애잔함을 대신했다.

아부지는 일하러 미국 가도 되냐고 물었을 때 "가라"고 하셨다. '어래?' 아들내미가 조금 의아해하자 노골적인 속내를 드러내셨다. "암만 생각해봐도 애는 미국서 키우는 게 낫지 않겄냐. 그게 나을 거 같다. 가라." 자식을 이역만리로 떠나보내는 안타까움보다 태어나지도 않은 손주 장래(아부지 여망은 불발에 그치고 있다)를 택한 셈이다. 시골에서 한평생 땅을 파신 양반인지라 더 의외였다.

중·고등학교 절친 삼총사도 모였다. 읍내 출신 친구들은 소위 기득권에 근접한 모습이다. JTBC 드라마 'SKY캐슬'이 단연 화제였다. "줄거리 뻔한 학벌이야기 아니냐"라는 말에 친구들은 "야가 뭘 모르네"라고 짐짓 무게를 잡았다. 한 놈은 "피라미드~!"라며 손짓을 보였고, 딴 놈은 "한 번 보면 빠져나올 수 없다"고 훈수했다. 피라미드를 말한 녀석은 네 살, 여섯 살인 두 아들을 "하버드 보내고 싶다"며 웃었다. 다른 녀석은 "근데 미국 보내면 영영 떨어져 살까 봐 겁난다"면서도 "애들 원어민 영어학원에 보내야 할까 봐"라고 말했다.

1990~2000년대 한국 대학생이라면 한 번쯤 '내 안에 반미 있다'고 외쳐봤을 터. 그랬던 당사자가 친구들 아내 임신했다고 했을 때 "너희 원정출산은 생각 없냐?"고 던져봤다. "LA로 참 많이들 오더라. 애들 위한 보험이래…" 두 녀석은 "이놈이 미국 가더니 변했네"라며 원정출산은 "겁난다"고 했다.

지식인 피터 드러커는 한국 사회의 모습을 '권력지향 소용돌이'라고 비유했다. SKY캐슬이 꼬집었듯이 모두가 피라미드 정점을 향해 질주한다는 것. 그 와중에 파생되는 수많은 스트레스가 한국인을 짓누른다. 개인의 개성과 행복 중시보다는 아직은 소위 성공과 주위 평판이 우선하기 때문인지 모른다.

반면 우연의 일치일까. 한국 사회 정점에 다가선 이들은 되레 애들 시민권에 집착한 모습이다. 미국 취재생활 10년이 넘으니 드라마와 영화에서 보던 인물이 주변에 참 많다. 유력 정치인은 재충전과 강연차 미국 온다지만 알고 보면 자식·손주 만나고 간다. 왕년의 스타가 공부하러 미국 왔다는 데 실상은 자식 조기유학이다. 한국 기업체 CEO 2~3세 시민권자 뉴스는 식상할 정도다. 괌에서 원정출산한 의사는 "애 낳는 병원 한국인 절반은 기업체 CEO, 나머지는 의사였다"고 전했다. 부인할 수 없는 한국 현실이다.

원정출산 유행 10여 년, 한국에서 유년기를 보낸 시민권자 아이들이 청소년기를 위해 미국행 비행기에 오른다. 한 유학컨설팅 대표는 "한국에서 한 가닥 하는 가정집 애들은 시민권자가 많다. 기득권층 부모는 '너네는 나처럼 살지 말라'며 애를 미국으로 보낸다"고 말했다. 아들 둘을 원정출산한 의사는 "윤리적으로 옳은 건 아니다. 하지만 '혜택'이 엄청나다"고 고백했다. 대한민국 한 외교관마저 "웬만하면 미국에서 애를 키우고 싶죠"라고 말한다.

자식 교육을 위함일까. 행복을 위함일까. 아니면 한미 두 나라 장점을 다 주고 싶은 부모 본능일까. 기득권 원정출산은 멈추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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