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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 론] 보수의 길, 진보의 길

하노이 북미회담이 성공적으로 끝나 올 봄부터는 한반도에 평화의 싹이 움틀 것이 기대되던 때만 해도 한국의 보수 세력은 울상을 짓고 있었다. 70여 년간의 분단구조 안에서 북한에 대한 공포만을 강조하며 기득권을 누려온 그들에게 한반도 평화체제는 상상도 하기 싫은 일이었다. 그랬던 그들인지라 하노이 회담이 사실상의 결렬로 끝나자 얼마나 쾌재를 불렀는지 모른다.

그들은 승리자가 된 양 마구 막말을 쏟아냈다. -'문재인 대통령은 김정은의 수석 대변인이고 대국민 사기극을 펼쳤다, 폼페이오는 화가 나서 강경화를 안 만나기로 했다, 문재인 정부가 북한을 중시하는 정책을 안 버리면 미국이 한국을 버리는 날이 곧 올 것이다. 심지어는 비핵화 협상에서 문재인 대통령은 앞으로 중재자고 촉진자고 어림없는 소리이며 북한이 완전 비핵화할 때까지 미국은 제재를 한 푼도 풀어주어서는 안 된다'는 등.

이것이야말로 다른 나라 냉전세력권의 수석대변인 같은 소리가 아니고 무엇이겠나. 하나를 들으면 열을 안다고, 그즈음 일부 대북전문가 사이에서는 한국의 보수 정치인들이 한반도 평화를 저지하려는 일본의 극우세력과 방산업체의 막강한 로비를 받는 미국의 강경세력들 간에 긴밀한 연대를 형성하고 있는 것은 아닌가 하는 의심을 내놓기도 했다.

그러나 이 동안 집권 진보세력이 보여준 행태 또한 국민의 눈살을 찌푸리게 한 것이 사실이다. 당초 하노이 회담에 대한 기대치가 워낙 높았고 그래서 상대적으로 실망감이 더 컸다 하더라도 그렇게 일시에 자제력이 무너질 수가 없는 일이었다. 국회에서 다수당이 아니면 정치력이라도 뛰어났어야 하는데 그것도 못하더니 장관후보자 지명에서 대형 사고를 치고 말았다.



흔히 보수는 부패로 망하고 진보는 분열로 망한다고 했는데 보수가 할 일을 따라 하느라 그랬는지, 진보정권에서 이미 공직자가 되었거나 되려는 사람 중에서도 탐욕스럽게 재산을 모으는 이들이 많았다는 것은 부끄러운 일이다. 집권 절반을 넘기면서 오만해졌거나 아니면 긴장이 풀렸거나 한 결과다.

LA진보진영에서는 그사이 때아닌 한반도기 논쟁으로 잡음이 있었다. 밖으로 나타나기에는 하노이 북미회담 당시 그 상황을 TV로 공동 시청하는 자리에 한반도기를 걸자느니 안 된다느니 하는데서 시작된 시비로 보였지만 실은 그게 아니었다. LA평통의 초반부터 권력층과의 친분을 과시하며 분파작용을 일삼아온 한 조직원이 문제를 확대 생성해 외부에 알리면서 시작된 일이고 여기에 부화뇌동하는 일부 주변 인사들의 자세가 문제의 본질이었다.

어느 사회 어느 조직에서나 다른 의견은 있게 마련이다. 그 다른 의견을 안에서 치열하게 토론하며 소화하지 못하고 외부로 쏟아 내거나 거기서 파생되는 문제를 상대방에 전가할 때 상처는 더 깊어질 뿐이다. 진보는 그 다양한 의견을 포용하기 위해 분열보다는 연대를 중요한 가치로 삼아야 한다. 이번 보선에서 민주당이 정의당과 연대한 것이 좋은 예다.

미주에서도 통일, 민주세력들이 중도보수마저 아우르는 광범위한 연대의 태동을 보이는 것은 매우 시의적절한 일로 보인다. 앞으로 다가올 평화체제에서는 보수와 진보가 부패와 분열을 극복하며 서로를 인정하는 유능하고 합리적인 보수, 연대하고 포용하는 진보로 새롭게 태어나야 할 것이다.

오는 11일 미국에서 문재인 대통령과 트럼프 대통령이 회담을 하기로 했다는 소식이 희망을 준다. 문재인 대통령은 북미간 조정자 역할의 수완을 발휘해 꺼질 뻔했던 한반도 평화프로세스의 불을 다시 살려내는 계기가 되기 바란다.


김용현 / 언론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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