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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 론] 역사가 미래를 계시하게 하라

안국역에 내려가면 벽면이 온통 흰색으로 칠해져 있다. 그 위에 독립운동가들의 언행이 돌아가며 가득 채워져 있다. 상해 임시정부 수립 100주년이라면서 지난해부터 D-Day 표지판까지 큼지막하게 설치해 놓았었다. 역사는 잊을 수도 없고, 잊어서도 안 된다. 오늘의 뿌리이자, 과거의 잘못을 되풀이하지 않으면서 오늘을 타개할 교훈으로 삼기 위해서다. 그러나 지나치게 천착하다 보면 대중의 혼이 암울했던 과거에 머물게 될까 우려되는 것이다.

자유주의 대표적 역사가인 로빈 콜링우드는 '역사의 이데아'라는 책에서 역사는 사실과 사유(해석)의 공동 영역임을 강조하며, 사유가 없는 역사는 죽음이라고 보았다. 사실보다 그 사실들을 낳은 시대적 배경의 해석과 오늘과의 연관성 등에 방점을 둔 것이다.

진보진영이 상해 임시정부를 띄우는 것은 민족주의를 고취시켜 대중을 우군으로 끌어들이려는 전략인 것으로 여겨진다. 그러나 민족주의는 18세기 영국에서 발아해서 19세기에 가장 풍미했고, 20세기까지에도 성행했던 보수적인 이데올로기이어서 진보 성향과는 맞지 않는다. 오늘날은 민족주의보다 국가이익을 바탕으로 하는 글로벌주의가 시대정신이다. 역사를 이념적 관점에서 해석하면 왜곡되고, 뒤틀린다. 친일 역사관이 호된 비판을 받는 이유도 거기에 있다.

영토와 국민, 안보와 정부 조직 등 국가로서의 체제를 제대로 갖추고 출범해야 세계가 인정하는 정식 국가가 된다. 임시정부는 정식 정부수립과 건국의 준비단계였을 뿐이다. 이승만 대통령은 부패를 제압하지 못해 물러나긴 했지만, 해방 후 극심한 혼란 속에서도 자유민주주의의 독립된 국가를 어엿하게 출범시킨 점과 한국전 당시 유엔을 끌어들여 백척간두의 나라를 지킨 점, 그리고 한미 동맹으로 북방의 붉은 마수를 막아낸 안보의 우산과 지지대를 확보한 업적은 절대 과소 평가할 수 없다.



박정희 전 대통령의 폄하도 세계가 비웃을 것이다. 미국의 시카고 학파의 거두 밀턴 프리드먼 교수를 비롯한 세계적인 경제학자들이 한결같이 "미스터리"라며 놀라워 한 '한강의 기적'을 주도하지 않았는가. 잘한 일은 인정하고, 미래를 향해 개혁할 일을 찾는 게 진보의 길이다.

민주당 정권은 집권 후 지나치게 과거의 흠을 파고드는 데에 총력을 집중하고 있다. 전직 대통령 두 명을 감옥에 가둬 놓고도 또 한 명을 가두려 한다. 사법부의 수장이었던 대법원장도 구속시켰다. 지난 2년간 대중매체의 내용을 분석적으로 연구하면 아마도 대한민국은 검찰 공화국, 또는 재판 공화국이라는 오명을 면치 못할 것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위안부 문제와 제주도 및 여순 반란 사건, 광주 항쟁, 세월호 침몰, 4대강 건설 등을 적폐로 파헤치는 강한 드라이브를 걸었다. 현재와 미래를 위한 역사 들추기일까?

진보성향의 역사학자 E. H. 카는 '역사란 무엇인가?'라는 저서에서 "역사는 현재와 과거의 끊임없는 대화"라고 했다. 대한민국의 역사는 질곡의 연속이었다. 역사를 날카롭게 노려만 보지 말고, 열린 시각으로 바라보아야 한다. 기복으로 점철됐던 역사가 오늘의 곤궁을 이기고 빛나는 미래를 열 지혜를 계시하도록 긍정적이고도 진취적인 자세를 갖자.


송장길 / 언론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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