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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 속 뉴스] 신념과 신념 고착은 다르다

[LA중앙일보] 발행 2019/04/05 미주판 20면 기사입력 2019/04/04 19:18

국민학교 시절, 선생님은 체육시간이면 국민체조를 솔선수범했다. "하나 둘 셋 넷" 찰진 구령소리가 귓가에 여전히 남아있다. 배경 음악과 몇몇 동작은 지금도 기억난다.

아이들이 가장 싫어하는 것 중 하나였다. 마구 뛰놀고 싶은데, 별 이상한 걸 다한다고 여겼다. 그 나이 그 유연성에는 당연했으리라. 그러나 선생님은 열심이셨다. '뭘 저렇게 하나'할 정도로. 당시 선생님 나이가 되다 보니 아이들을 가르친다기보다는, 자신의 몸을 생각해서 열심히 하셨던 것 같다.

스트레칭. 노화의 첫 특징은 뼈가 굳어 가는 것이다. 예전엔 양말 신는 것도 한발로 서서 다른 발에 척척 신었다. 바닥에 떨어진 동전 줍는 것도 허리 한번 구부리면 끝이었다. 지금은 힘들다. 국민체조 열심히 해놓을 걸. 그랬다면 어깨도 편하고. 허리도 가뿐하고, 목도 잘 돌아갔을 텐데. 이제와 스트레칭을 하려고 하니, 큰 일이 돼버렸다.

요즘 LA다저스의 류현진이 잘 던지면서 야구 보는 맛이 즐겁다. 게다가 유튜브 덕분에 메이저리그 각 구단의 게임 하이라이트를 보는 게 낙이다. 9회 동안 참 별의별 일이 생겨난다. 그런데 가만히 보면 흐름이 있다. 잘 될 때는 몸이 쭉쭉 펴지는 것과 같이 좋은 흐름을 탄다. 안 될 때는 움츠러드는 모습이다. 그 한 뼘의 차이가 승패를 가르는 것을 보면, 분명 경기 전체에도 '게임 스트레칭'이 작용한다.

나이 들면 신념으로 산다고 봐도 과언이 아니다. 경험과 소신에서 오는 굳게 믿는 마음이다. 문제는 신념에 스트레칭이 점점 사라진다는 것이다. 점점더 굳어질 뿐이다. 정치면에서, 종교면에서, 가족면에서, 인간관계에서 확고한 신념은, 되레 말썽을 야기할 때가 많다. 맞부딪치는 것이다.

물론 신념을 이루기 위해 노력하는 것은 삶에서 중요한 요소 중에 하나다. 단, 자신의 신념이 중요한 만큼 다른 사람들의 신념도 중요히 생각해야 한다. 특히 자신의 신념이 잘못된 것은 아닌지 돌아볼 줄 아는 자세도 필요하다. 바로 정신적 스트레칭이다.

'신념을 가진 사람이 가장 무섭다. 신념을 가진 사람은 진실을 알 생각이 없다'. 철학자 니체의 말이다.

신념은 우리가 좋아하고, 존경하는 단어다. 하지만, 이면에는 폭력이 존재한다. 흔히 '신념 고착'이라고 한다. 신념 고착은 자신이 지닌 신념에 집착하는 현상을 일컫는다. 신념 고착은 모든 인간이 가진 자기보호 본능과 어느 정도 연관이 있다. 새로 유입된 정보가 자신이 현재 지닌 신념을 뒤흔들 만한 영향을 지녔다고 판단될 경우, 기존의 신념을 보호하기 위해 신규 정보를 거부하고 기존의 신념을 다시 한번 고착화시킨다. 새 정보가 아무리 맞다 해도 결코 받아 들일 수 없는 것이다. '꼴통' '꼰대'가 잉태되는 순간이다.

요즘엔 유튜브가 신념 고착에 일조하기도 한다. 자신의 신념 고착을 위해 도움될 정보는 잊지 않고, 반드시 필요한 정보는 내다버리는 행위가 일상화되고 있다. 겉으로 보기에는 논리적인 생각처럼 보이지만 실상은 신념 고착의 유지를 위해 자기합리화, 이중잣대, 확증편향, 자기본위적 편향을 지닌 사람 때문에 마음 고생이 심한 사람이 얼마나 많은가.

신념은 나침반의 바늘과 같아야 한다. 바늘은 반드시 남북을 가리키지만, 항상 바르르 떨린다. 신념은 어느 정도 여유 공간이 있다. 하지만 신념 고착은 흔들리지 않는다.

정신적 스트레칭을 위해 "국민체조 시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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