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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 라운지] 봄이 오는 풍경

이후남 / 한국중앙일보 대중문화팀장
이후남 / 한국중앙일보 대중문화팀장 

[LA중앙일보] 발행 2019/04/05 미주판 20면 기사입력 2019/04/04 19:19

개구리가 겨울잠에서 깨어난다는 경칩처럼, 미국에도 봄을 점치는 그라운드혹 데이가 있다. 매년 2월 2일이면 다람쥐와 비슷한 동물인 그라운드혹이 굴에서 나와 하는 행동을 보고 추위가 오래 갈지, 봄이 바삐 올지 가늠하는 것이다.

이 날은 로맨스 영화의 고전 '사랑의 블랙홀'(1993)의 배경이자 원제로도 유명하다. 그라운드혹 데이를 취재하러 갔다가 현지에서 하루를 묵은 주인공에게 이후 똑같은 날이 반복되는 이야기다. 내일도, 모레도, 눈을 뜨면 어김없이 2월 2일. 여기서 벗어나려 별짓 다 해보지만 소용없다. 영화 덕에 그라운드혹 데이는 원치 않는 지루한 일의 반복을 뜻하는 말로도 쓰이게 됐다.

시간의 반복, 이른바 타임루프는 반복되는 일상의 은유 같기도 하다. 장점도 있다. 매일 같은 시각 같은 위험에 처하는 사람을 돕거나, 매일 피아노 레슨을 받아 숙련된 솜씨를 갖출 수도 있다. 최근 끝난 JTBC 드라마 '눈이 부시게'에는 스스로 타임루프에 빠져들어 아버지의 교통사고를 막으려는 딸이 나온다. 매번 이미 집을 나선 아버지를 따라잡기 위해 딸은 못 타던 자전거에 익숙해질 만큼 반복해서 시간을 되돌린다.

봄이 오는 풍경도 비슷하다. 해마다 이맘때면 어김없이 마른 나무가 싹을 틔우고, 개나리와 목련이 앞서거니 뒤서거니 꽃을 피운다. 그 숙련된 솜씨는 각각의 종이 오랜 세월 시행착오를 반복하며 획득한 진화의 산물일 수 있다.

인간이란 종은 성장기가 긴데다, 복잡한 문명생활을 하는 만큼 이에 필요한 개인의 숙련도 더딘 편이다. 학년이 바뀌고, 연차가 쌓인다고 삽시간에 달라지진 않는다. 낙심할 일만은 아니다. 숙련은커녕 퇴행으로 치닫는 경우도 있기 때문이다. 장관 지명이 처음도 아닌데, 논란이 될 게 뻔한 후보자들을 내세웠던 이 정부를 가리키는 얘기만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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