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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과 생활] 가짜 뉴스와 가짜 법률지식

'자라 보고 놀란 가슴 솥뚜껑 보고 놀란다'는 속담처럼 노동법 규정이 까다로운 가주에서는 업주들이 작은 법 관련 뉴스에도 식겁하기 일쑤다.

요 며칠 갑자기 고객들로부터 문의 전화가 이어졌다. 이유를 알아보니 일부 언론이 LA시의회가 출산·육아 휴가 기간 동안 최대 18주까지 100% 급여를 보장하겠다는 조례안을 통과시켰다는 보도 때문이었다. 물론 오보다.

초안도, 아직 실체도 없는 조례안(?)을 표결로 통과시킨 뒤, 그제야 조례안 초안 작성을 시작하기로 했다는 보도 내용은 그야말로 코미디다.

LA시의회가 이번에 만장일치로 결정한 건 시안(proposal)에 대한 내용이다. 쉽게 말하면 이번 결정을 시작으로 비로소 조례안 초안을 만들고, 조례 시행시 LA지역 경제에 미칠 영향에 대한 연구에 착수하도록 하는 안건을 통과시킨 것이다.



아직 조례안 초안도 작성되지 않은 상황이라 자세한 시행 시기, 세부 사항 등은 아무것도 정해진 게 없고 심지어 추후 조례안 초안은 수정 및 표결 등을 거치기 때문에 최종안이 나올 때까지 기다려봐야 한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가짜 뉴스'를 매우 싫어한다는데, 한인사회에도 가짜 노동법, 가짜 고용법 상식이 만연해 있어 변호사 역시 업무에 고충을 겪는 건 피차일반이다.

예를 들면 한인 고용주가 소송에 직면하면 갑자기 그 지인들이 나타나 부정확하고 불필요한 지식을 알려주면서 아는 척하는 경우를 여러 번 봤다.

증삼살인(曾參殺人·증삼이 사람을 죽였다)이란 말이 있다. 전혀 사실이 아닌데도 계속 사실이라고 말하는 자가 많으면 진실로 여겨진다는 것을 비유한 말이다.

얼마 전 한국에서 조국 청와대 민정수석이 청와대 특별감찰반 논란에 대해 개탄하며 빗댄 삼인성호(三人成虎)라는 말도 화제가 됐다. 터무니없는 말이라도 여러 사람이 되풀이하면 믿지 않을 수 없음을 비유한 말로, 세 사람만 "시장에 호랑이가 나타났다"고 하면 그대로 믿게 된다는 뜻이다.

이처럼 여러 명의 비전문가가 떠드는 잘못된 법 지식 때문에 한인 비즈니스 업주들은 혼란에 빠지거나 변호사 말보다 부정확한 지인의 말에 귀가 더 솔깃하는 경우는 너무나 많다.

많은 한인 고용주들은 여전히 종업원이 서명하지 않으면 문서로 경고를 줘도 소용이 없다고 잘못 알고 있다. 종업원에게 식사만 제공하면 식사 시간을 제공한 것으로 착각한다. 또한 종업원이 퇴직할 때 "나는 임금을 다 받았다"는 내용으로 서명만 받으면 고용주를 상대로 소송할 수 없다고 안심한다. 그러나 실제 임금을 적게 줬다면 실제 법적 소송에서는 각서가 아니라 혈서라도 증거로서 아무런 의미가 없다.

한인 고용주들은 샐러리(salary)로 임금을 주면 오버타임을 별도로 줄 필요가 없고, 타임카드도 적을 필요가 없다고 생각한다. 게다가 월급명세서도 안 줘도 된다고 굳게 믿고 있지만 이 역시 전혀 사실이 아니다. 심지어 고용주가 종업원을 대신해 타임카드를 적어도 된다고 착각하는데 이는 상당히 위험한 법률 지식이다.

무조건 많은 사람이 동시에 거짓 또는 부정확한 법 지식을 알려준다고 해서 무서워하거나 곧이곧대로 믿지 말자. 호랑이가 나타나도 정신만 차리면 살 수 있으니 그럴 때는 제발 전문가를 찾아가 질문하기 바란다.

그래야 자라보고 놀란 가슴 솥뚜껑 보고 놀랄 일은 절대 발생하지 않을 것이다.


김해원 /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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