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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 칼럼] 고래가 죽었다

신복례 / 사회부 부장·외신담당
신복례 / 사회부 부장·외신담당 

[LA중앙일보] 발행 2019/04/06 미주판 8면 기사입력 2019/04/05 18:46

위장에 플라스틱이 가득 찬 채 죽은 고래가 해안에 떠밀려왔다. 지난 3월에만 두 마리가 숨졌다. 이탈리아 유명 관광지 사르디니아섬 해안에서 발견된 향유고래 암컷의 위장에는 22kg의 플라스틱이 들어있었다. 쓰레기봉투, 어망, 낚시줄, 튜브, 쇼핑백, 상표와 바코드까지 알아볼 수 있는 세제 봉지 등 온갖 플라스틱 쓰레기가 뒤엉켜 있었다고 한다. 뱃속에는 죽은 새끼도 있었다.

그 바로 2주 전 필리핀 해안에서 사체로 발견된 고래 뱃속에는 쌀포대 16개, 바나나 재배용 봉지 4개, 쇼핑백 등 40kg이 넘는 비닐봉지가 가득 차 있었다. 작년에도 인도네시아, 브라질, 태국, 스페인 등 세계 각지 해안에서 비슷한 고래 사망 사건이 보고됐는데 대표적 환경단체 세계자연기금은 근래들어 플라스틱을 먹이로 착각해 먹었다가 영양실조나 각종 염증, 질병으로 죽는 고래가 전체 사망 고래의 50%가 넘는다고 전했다.

고래 만이 아니다. 콧구멍에 플라스틱 빨대가 박혀 숨진 바다거북, 플라스틱 그물망에 목이 조여 숨진 물범, 어미새가 먹고 게워서 먹인 풍선 조각 때문에 숨진 바닷새 등 플라스틱 쓰레기는 지구 생명체의 기원인 바다와 해양 생태계를 파괴하는 최대 위협이 되고 있다.

우리가 편하게 쓰고 버린 플라스틱 가운데 매년 1270만톤이 재활용되지 않고 바다로 흘러 들어간다. 바다 쓰레기의 70%가 플라스틱이다. 만들어지는 건 5초 남짓이지만 플라스틱이 자연분해되려면 500년이 걸린다. 해류와 바람에 마모되고 태양열에 부스러져 눈에 보이지 않을 만큼 작아진다해도 한번 만들어진 플라스틱은 5세기 동안 썩지 않고 생명체에 유해한 화학물질을 배출한다.

덩치 큰 고래 뱃속에서는 쌀포대가 나왔지만 우리가 즐겨 먹는 새우, 게, 홍합, 멸치, 굴 같이 작은 해물에서는 미세플라스틱이 검출됐다. 각질 제거용 세안제나 치약에 첨가해 '죽음의 알갱이'로 불리는 마이크로비즈가 검출됐는데 크기가 대부분 200마이크로미터(1마이크로미터=1000분의 1㎜) 이하로 보통 하수처리시설에서 걸러지지 않고 강과 바다로 유입된 것이다.

그린피스가 관련 연구 논문 60여 편을 검토해 낸 종합 보고서에 따르면 새우, 게는 물론 굴, 숭어, 대서양 참다랑어, 날개다랑어, 바닷가재 등 식탁에 잘 오르는 170여 종의 해산물에서 마이크로비즈가 검출됐다. 마이크로비즈를 삼킨 해양생물들은 장폐색, 섭식 행동 장애, 성장 및 번식 장애 등 다양한 이상을 겪을 수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더 충격적인 것은 천일염에서도 미세플라스틱이 검출됐다. 중국, 한국, 호주, 뉴질랜드, 프랑스산 할 것없이 미세플라스틱이 관찰됐는데 프랑스산 천일염에는 1㎏당 무려 2420개가 들어있었다.

플라스틱의 폐해를 입는 해양 생물이 700종에 이르고 해마다 바닷새 100만 마리와 바다거북 10만 마리가 플라스틱 조각을 먹고 숨지는 것으로 집계됐지만 플라스틱 쓰레기는 이제 더이상 해양 생물만의 문제가 아니게 되었다. 매일 별 생각없이 쓰고 버린 스티로폼 컵, 페트병 하나가 우리의 식탁과 건강을 위협하는 부메랑이 되어 돌아오고 있는 것이다.

선진 국가와 기업들이 일회용 플라스틱 사용을 규제하는 정책을 속속 도입하며 쓰레기 배출을 막기 위한 노력을 시작했으나 결국 성패는 매일 플라스틱 제품을 사용하는 우리 개개인에게 달려있다고 할 수 있다. 이미 많은 사람들이 마켓에 갈 때 장바구니를 챙겨가고 커피하우스엔 텀블러를 들고 간다. 또 무엇을 할 수 있을까. 주변을 둘러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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