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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착한 남편'의 가정폭력

홍희정 / 사회부 기자
홍희정 / 사회부 기자 

[LA중앙일보] 발행 2019/04/08 미주판 19면 기사입력 2019/04/06 15:53

최근 경제부에서 사회부로 옮기면서 비영리단체를 맡게 됐다. 한인가정상담소도 그 중 한 곳으로, 오며가며 여러 사례들을 들을 수 있게 됐다. 놀란 것은, 미국 내 한인사회에서 크고작은 가정폭력이 끊임없이 발생하고 있다. LAPD에 따르면 한인타운에서만 하루 약 20건의 가정폭력 신고가 접수되고 이 중 3건은 체포까지 이루어진다고 한다.

언젠가 가정폭력 예방 세미나에서 들은 말이 생각난다. 가정폭력을 경험한 대부분 여성들은 자신의 남편의 폭력을 인정하지 않으려 한다는 것이다. 심각한 폭력을 당한 후 어렵게 상담소를 찾아놓고선 결국 상담 말미엔 남편을 감싸기 급급하다는 것이다. 이들은 "우리 남편은 평소에 정말 가정적이고 다정하다" 혹은 "심성은 착한데 순간적으로 욱하는 마음에 폭력이 나온 것 같다"는 등의 말을 이어가다 갑자기 "내 잘못인 것 같다. 조금만 참았으면 이런 일이 발생하지 않았을텐데"라고 말한다고 한다. 얼굴이며 몸에 멍자국이 가득한데, 도움을 요청하러 온 처음의 다급함은 온데간데 사라지고 이 모든 상황의 책임을 자신이 지려고 한다는 것.

전문 상담가들은 대부분의 한인 여성들이 가정폭력에 대한 정의를 잘 모르는 것이 문제라고 지적한다. 한국의 가부장적인 문화도 한 몫을 하는 것이겠지만, 폭력을 폭력으로 바라보지 못한다는 것이 가장 심각한 문제인 것이다.

'이 순간만 잘 넘기면 앞으론 남편이 화내지 않도록 더 신경써야지. 내가 요즘 너무 예민했던 걸거야. 남편은 원래 착한 사람인데….'

코뼈가 부러지고 머리가 한 줌이나 뽑힌 상황에서도 이런 생각을 할 정도이니. 게다가 이웃이 신고해 경찰까지 출동한 상황에서도 일이 커질까봐, 시댁에서 화낼까봐, 남편이 체포돼 문제가 될까봐 쉬쉬하며 아무일 없었다는 듯 증언하는 경우도 많다고 한다. 한인 가정폭력이 왜 계속 되돌이표가 되는지 알 수 있는 대목이다.

한인가정상담소의 한 관계자에 따르면 가정폭력에 있어 아내들이 상대적으로 약한 모습을 보이는 이유는 경제적인 능력이 부족하기 때문인 것도 있다고 설명했다.

전업주부인 경우, 이혼을 하게 되면 자립 능력이 부족해 자녀를 키우는 등 생활이 어려울 것이라 생각하기 때문. 뿐만 아니라 영주권자나 시민권자가 아닌 경우 신분에 차질이 생길까 두려워하는 경우도 많다고 한다.

하지만 가정폭력 피해자를 위한 비자가 따로 있어 지원을 받을 수 있으며, 여러 기관에서 가정폭력 피해자의 경제적 자립을 돕기위한 서비스도 진행하고 있다.

한인 정서상 폭력을 쉽게 노출하긴 어려울 수 있다. 하지만 폭력은 폭력을 낳고 결국 그 끝은 '살인'으로 이어진다.

성선설에 따르면 사람은 태어날 때부터 착하다. 그렇지만 "우리 남편은 원래 착해요"라는 말은 폭력을 정당화할 수 있는 이유가 되지 않는다. 지금 이 순간 가정폭력으로 조금이라도 고민하고 있다면 주변의 도움을 받자. 그것이 살인이란 최악의 시나리오를 막을 수 있는 아름다운 방법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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