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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넌 한국 사람이라 한국엘 못 간단다”

영화 ‘헤로니모’ 제작한 전후석씨
재산권 변호사서 다큐 감독 변신

낙스 특강서 ‘정체성’ 주제로 대화
“정의, 정부·학계가 팔 걷어붙여야”

6일 기조강연을 마치고 비하인드 스토리를 전하는 전후석 변호사.

6일 기조강연을 마치고 비하인드 스토리를 전하는 전후석 변호사.

미국에서 태어난 한인 2세. 초등학교부터 고등학교까지 한국에서 다니다 미국으로 건너온 남다른 삶의 궤적. 흑인 대통령 시대에도 변함없이 인종차별을 느끼며 적지 않은 좌절감을 겪었다는 청년. 그러곤 더욱더 미국인이 되어야겠다는 다짐을 수없이 되뇐 한인 디아스포라.

UC샌디에이고 대학과 시라큐스법대를 졸업한 지식재산권 전문 변호사 전후석(35·조셉 전) 씨는 자신의 삶이 여느 미국인과 다름없기 위해 누구보다 안간힘을 써왔다고 했다.

“미국에서 태어나 이중국적을 가진 저에게 아버지가 국적 선택에 관해 말해주셨어요. 그 무렵 모의고사가 너무 싫었는데 ‘죽은 시인의 사회’라는 영화를 감명 깊게 보곤 나에겐 미국이 더 좋은 여건을 제공할 것이라는 막연한 생각을 했던 것이죠.”

초등학교 5학년 때 교환교수인 아버지를 따라 미국에 짧게 다녀간 것을 제외하곤 미국이 낯선 미국 시민권자이자 고1 학생으로서 다시 미국을 찾을 즈음 유승준 사건이 불거졌다.



그는 한국 국적을 버리는 사람에 대한 시선이 곱지 않은 가운데 국적을 이탈했다는 사실이 늘 괴롭혔다고 했다. 마음의 상처와 응어리는 다른 쪽으로 해소됐다. 더욱더 철저하게 미국인으로서 살기로 결심한 것이다. 5년 동안 한국어를 쓰지 않고 재미교포들만 사귀었고 한국 문화와도 담을 쌓았다.

하지만 정체성에 대한 해답은 여전히 찾긴 힘들었다. 심지어 “30대 초반까지도 한국으로 가 입대할까 고민했다”고 했다. 물론 친구들이 뜯어말려 실행에 옮길 순 없었다고 한다.

2015년 뉴욕에서 변호사로 일하던 그는 쿠바여행을 갔다가 아주 우연히 한인 4세가 몰던 택시를 타게 된다. 한국어도 잘 못하면서 한인임을 자랑스럽게 여기는 모습을 보곤 쿠바의 한인이민사를 발굴하는 다큐멘터리 제작자로 변신하게 된다.

전후석 변호사는 6일 애틀랜타에서 열린 재미한국학교협의회(NAKS) 동남부지역협의회의 제27회 동남부 교사 연수회에 기조강연자로 나섰다. 강연 뒤 장소를 옮겨 가진 질의응답 시간에는 많은 참석자가 너도나도 손을 들어 질문했다. 정체성을 어떻게 정의할 것인가를 놓고 경험에 기반한 깊이 있는 이야기들이 오갔다. 이중에는 말못할 아픔이 담긴 사연들도 제법 있었다.

한 교사는 “아들이 ‘엄마, 나는 한국을 왜 못가요?’라고 물었을 때 ‘너는 한국사람이라서 한국엘 못간다’고 말해줬다”고 했다. 참석자들 모두 일순간 웃음을 터뜨렸지만 이면에 담긴 뼈있는 아픔을 공감하고 이내 숙연해졌다. 이 교사는 “부모가 국적법이 바뀐 사실을 몰라 (국적상실 신청을) 하지 못해 고국에 가지 못하는 아들이 있다”고 했고, 참석자들 모두 고개를 끄덕이며 동감했다.

영화 속 실존 주인공 헤로니모 임(임은조) 선생이 일평생 이루려던 것을 한류문화가 순식간에 이뤄냈다는 웃지못할 의견들도 나왔다. 70%가 다민족 가정이라는 한글학교의 한 교사는 “(엄마의 나라) 한국인임을 알리는 것이 아빠의 나라를 버리라는 뜻으로 비쳐질 수 있어 여간 곤혹스럽지 않았다”면서도 “아이들이 한류문화를 빠르게 흡수하면서 ‘코리안’임을 자랑스러워해 의외였다”고 의견을 냈다.

이에 대해 전 변호사는 “누구보다도 정체성에 관한 고민을 많이 했지만, 여전히 ‘잘 모르는 점이 많다’는 생각”이라며 “한인 디아스포라가 무엇인지에 대해 찾는 여정이 내 인생의 미션이 될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정부와 학계 등이 한인 정체성에 관한 명확한 정의를 내리는 작업을 게을리해선 안 될 것 같다”고 했다.

전 변호사는 ‘헤로니모 임’ 제작에 앞서 단편 ‘자녀들에게 보내는 편지(Letter to My Children)’를 만들었다. 1905년 멕시코에 노예계약 이민으로 팔려 갔다가, 1921년 쿠바로 이주한 한 가정에 대한 단편 다큐 스토리다. 그의 작품들은 낯선 땅에서도 대한민국 독립을 위해 자금을 모으고 후손들에게 한인의 정체성을 고취하기 위해 한글학교 등을 설립했던 독립유공자 임천택과 한인 최초로 아바나 법대에 입학하고 산업부 차관을 지낸 아들 임은조 씨를 소재로 하고 있다.


허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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