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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룩헤이븐 벚꽃 축제 가봤더니…

훼손 4개월 만에 긁힌 자국 복원된 소녀상

블랙번공원 소녀상을 관람하는 방문객들.

블랙번공원 소녀상을 관람하는 방문객들.

공원 방문객 큰 관심 보여
의자 앉아 식사 ‘꼴불견’도

“왕벚꽃의 원산지는 한국…
한인잔치 기여 방안 모색”


애틀랜타 소녀상이 자리한 브룩헤이븐 블랙번 메인 공원 일대에 아직 봄꽃이 만개하진 않았다. 꽃이 불처럼 타오를 개화기가 한창이지만 때늦은 꽃샘추위에 싱거운 꽃 떨기들만 덩그러니 내걸린 탓에 벚꽃 맞이란 취지를 다소 무색게 했다.

벚꽃축제 첫날인 지난달 30일은 화창한 날씨에 바람마저 잦아들어 행락객의 발길이 이어졌다. 벚꽃의 연분홍 물결이 아주 옅게 일렁인 공원 일대에는 이날 오후 2시까지 주최 측 추산 연인원 8000명 정도가 다녀갈 정도로 발 디딜 틈 없이 인파가 몰려들었다.

간간이 일본계인 듯한 방문객들이 눈에 띄었지만 시노즈카 다카시 주애틀랜타 일본 총영사의 모습은 간데없었다. 해마다 벚꽃축제에는 일본 총영사가 찾아 축사했다. 그러나 2017년 6월 소녀상이 들어선 이후 일본 정부 인사의 발길이 뚝 끊긴 것으로 전해진다. 작년에 이어 올해까지 두 해째 축제장을 찾지 않고 있다는 얘기다.



소녀상 주변은 나비 형상의 조경물이 에워싸고 있다. 나비는 환생을 뜻한다. 원망과 한을 품고 숨진 위안부 할머니들이 환생해서라도 못다 한 한을 풀길 염원하기 위함이다. 나비 화단에는 사철마다 다른 꽃망울을 터뜨리는 화초가 심겨 있다.

정원 한가운데에 난 길로 미국인들이 흥미로운 듯 다가섰다. 화강석 받침 재단에 단단히 고정된 청동 소녀상을 이리저리 살핀 뒤에 까치발로 서서 설명이 적힌 기초석을 읽어보거나 의자에 앉기도 했다.

이마에 긁힌 자국이 복원된 소녀상.

이마에 긁힌 자국이 복원된 소녀상.

한 방문객은 여느 공원벤치처럼 앉아 햄버거를 먹었다. 케찹을 소녀상 무릎에 올려두고 마요네즈와 칩은 각각 팔과 어깨에 묘기하듯 얹었다. 고인이 된 할머니들의 빈자리를 뜻하는 의자는 직접 앉아 위안부의 고통을 공감하자는 취지가 담겨있다.

소녀상 이마에 예리한 도구로 긁은 듯한 흉측한 자국은 99% 정도 없어졌다. 자세히 들여다보지 않으면 육안으로 확인할 수 없을 정도로 복원됐다. 박수목 소녀상 건립위원의 딸 박하경씨가 임시 보수했다. 조지아텍에 재학하다 카이스트에 교환학생으로 간 박씨는 오는 7월 돌아오는 대로 복원작업을 마무리할 계획이다.

이날 축제장엔 소녀상건립위원회의 김백규 위원장과 박수목 위원이 찾아왔다. 건립위는 “올해 6월 소녀상 건립 2주년, 나비정원 조성 1주년을 맞아 사진전시회와 세미나, 영화상영 등을 구상하고 있어 위원들간 합의를 거쳐 계획을 확정하겠다”고 했다.

또 소녀상 건립을 계기로 브룩헤이븐 벚꽃축제를 한인들의 잔치로 기획하는 방안도 고려 중이다. 한일간에는 벚꽃의 원산지를 둘러싼 오랜 논쟁이 있었다. 제주 왕벚꽃의 원산지가 한라산임이 익히 알려진 데다 일본 왕벚나무의 기원이 제주도라는 주장마저 꾸준히 제기됐다. 박수목 위원은 “봄꽃을 많이 심고 나비공원을 더 단장해 한인들의 잔치로 기획하는 것도 하나의 바람”이라고 말했다.


허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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