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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완견과 눈 맞추면 마음을 찍을 수 있어요"

애완동물 사진집 출간한 사진작가 그레이스 전씨

지난 9일 그레이스 전씨를 만났다. 그가 자신의 포트폴리오를 보여주고 있다. 앞의 작은 책은 그의 작품집이다.

지난 9일 그레이스 전씨를 만났다. 그가 자신의 포트폴리오를 보여주고 있다. 앞의 작은 책은 그의 작품집이다.

유기견 찍기 봉사가 직업으로
잘찍는 사진 ‘교감과 소통’ 중요
‘창의력 동기유발’ 팟캐스트 시작


그냥 애완동물 사진작가(pet photographer)가 아주 유명하다고 해서 약속을 잡고 만났다. 그런데 사진에 대한 생각이 달라진 인터뷰였다.

그레이스 전(한국명 전은혜ㆍ38)씨는 주류사회에서 알아주는 애완동물 사진작가다. 사실 디지털 사진시대에 수천장을 찍어서 그중 잘 나온 것을 골라서 쓰는 세상에 테크닉은 뻔하고 비싼 카메라가 좋은 사진을 찍는 것이라는 개인적인 편견은 전씨를 만나고 단번에 깨졌다.

필라델피아에서 태어난 전씨는 남편과 6살난 아들과 함께 LA에 살고 있다. 그는 원래 의대를 진학해 의사가 되라는 부모의 권고로 대학에서는 생물학을 전공했다.



“평소 취미삼아 시작한 그래픽 작업이 너무 즐거웠습니다. 그러다가 보니 4학년때 저만의 포트폴리오가 만들어졌지요.”

대학을 졸업하고 의대가 아닌 취미로 시작했던 그래픽을 따라서 샌프란시스코의 유명한 아트스쿨을 입학해 졸업했고 덕분에 광고회사 인턴을 거쳐 졸업도 전에 광고회사에 취직이 됐다. 그리고 전국을 떠들썩하게 했던 대박 광고도, 심지어는 한국에서도 방영된 광고를 만들기도 했다. 짧은 시간이었지만 광고계의 정상에 올랐다.

“제가 어려서 부모님이 크리에이티브한 분야는 밥먹고 살기 어렵다는 얘기를 많이 들었습니다. 저도 그게 그리 잘못됐다고 생각하지 않아었요.”

그런데 전씨가 생각해보니 자신의 직업이 부모가 얘기한 분야인데도 잘 먹고 잘 살고 있더란다. 조금 허전하고 이상한 기분이 들었다고 전한다. 정상에서의 묘한 허전함.

“예술이 가난한 것만은 아니구나”하는 생각이 들었다.

바쁘게 살았다. 그새 결혼과 함께 LA로 이주해 왔다. 광고 회사를 계속 다녔다.

어느날 유기견 단체에서 애완견 하나를 입양하면서 새로운 삶이 시작됐다. 주말마다 자원봉사로 유기견을 찍으러 다녔는데 그가 찍은 유기견 사진은 새 주인들의 입양을 결심하게 했다.

“애완견들이 너무 예뻐서 주말이 기다려졌지요. 나중에는 주중 퇴근후에도 나서게 됐어요.”

그의 봉사활동은 선을 넘어섰고 입소문이 나기 시작했다. 사진찍는 일이 너무 바뻐서 불과 2년만에 광고회사를 그만뒀다.

“우선 눈을 맞추는게 중요해요. 애완견 누구도 카메라를 들이대면 놀라겠지요.”

마치 돌이나 백일 사진을 찍으러 가면 아이가 협조(?)해 주지 않아서 사진작가가 애를 먹는 경우가 있다. 전씨의 작업도 이와 비슷하다. 애완견과 친숙해지기 위해서 먹을 것도 주고 편안한 분위기도 연출해야 한다. 서두르지 않고 천천히 시간을 끌면 견공은 마음을 연다는 것이다. 마음을 진정한 견공은 자연스러운 표정을 지으며 촬영에 응한다.

그는 이런 일련의 작업이 “애완견과 눈을 맞춰 그의 영혼을 읽는다”며 “카메라에 그의 영혼을 찍는 것”이라고 표현했다.

유기견을 찍는 봉사를 마치고 할리우드의 유명인사나 부유층들이 자신의 가족과도 같은 견공의 사진을 찍는데 아낌이 없었다. 5년간 더 유명해졌다.

“사진을 보면 사람들은 자신의 가족인 애완견이나 애완묘가 마음을 열고 찍혔는지 안다고 해요. 그게 제 비결이죠.”

이것은 어떤 노력을 해서가 아니고 애완동물과의 교감과 소통 덕분이라고 말한다. 이제 전씨는 개인들의 애완동물 사진은 찍지 않는다. 책도 두권냈다. ‘Waggish’는 애완견이 웃는 모습만 모았다. 또다른 작품집인 ‘Puppy Styled’는 털을 깎기전 사진과 털을 깎고 난 후의 사진을 비교한 책이다. 전씨는 애완견의 털을 깎는 것도 동서양이 방식이 다르다고 전한다.

이쯤 되면 도대체 전씨가 생각하는 그의 탁월한 사진찍기는 뭐가 다른지 궁금하다. 그는 주저하지 않고 알려줬다.

첫째 사진에 찍한 애완동물들의 표정이다. 교감과 소통을 하고 모델이 된 동물들의 표정은 누구나 보기만 하면 금새 알아차린다고 한다. 동물이 기꺼이 모델이 된 것인지 아닌지. (직접 그의 작품집을 잠깐이라도 보면 이해가 된다!)

둘째, 사람과 함께 찍은 애완동물의 모습이 매우 자연스러워 보는 이들이 감탄한다고 한다. 찍힌 동물이 그의 귀에다 대고 “나 상큼하고 예쁘죠?”라고 말하는 것같다고 전한다. (한가지 더 그에게 영감을 줬던 그의 첫 유기견 친구는 2주전에 세상을 떠났다.)

“사진작가를 직업으로 하는 사람이 많죠. 그분들에게 제 비결을 말하자면 두루두루 찍지 말고 한 분야만 정해서 아주 잘찍으면 누구도 넘보지 못할 거라고 말씀드리고 싶어요.”

현재 전씨는 대형 광고를 위한 애완동물 사진 찍기 작업만 하고 있다. 변화를 좋아하는 그는 또한 최근에 팟캐스트에도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바로 ‘creativity school’이다. 그는 “누구나 자신만의 재능인 ‘유니크 기프트(Unique Gift)’가 있다. 창의력은 천부적인 것만은 아니라고 본다”며 “사람들에게 창의력 개발을 위한 정보를 제공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특히 한인 차세대들이 많이 들어주면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웹사이트: www.gracechon.com ▶인스타그램: @thegracechon


장병희 기자 chang.byunghee@korea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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