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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며 생각하며] 고려장과 '나라야마 부시코'

이 영화에서는 막 소나기가 쏟아지기 시작할 때 땅에서 올라오는 비릿한 냄새가 나는 것 같다. 1983년 이마무라 쇼헤이 감독에 의해 제작된 '나라야마 부시코'는 생존본능과 종족보존을 위한 인간의 원초적인 욕망을 강렬하고 리얼하게 그려냄으로써 높은 작품성을 인정받아 1983년 칸느 영화제에서 황금종려상을 수상하였다.

19세기 중반 에도시대 말기의 일본 동북 지방 산간마을, 가난한 화전민들이 모여 사는 이곳은 첩첩산중 오지이기 때문에 정부의 통제가 미치지 않는다.

척박한 땅에서 수확된 미미한 양의 식량으로 마을 사람들이 겨울을 나야 하기 때문에 식량을 아끼기 위한 여러가지 규칙들이 자연스럽게 생겨난 것이다. 남의 집에서 식량을 훔치다가 들키면 예외없이 온 가족이 생매장을 당하게 된다. 겨울에 세 번째 아이가 태어나면 남자 아이는 낳자 마자 논 바닥에 버려진다. 여자아이는 소금 한 줌 값에 소금장수에게 넘겨진다. 가문을 이을 장남만이 결혼하여 아이를 가질 수 있으며 차남은 장가를 들 수 없다.

부모가 70세가 넘도록 살아 있으면 장남은 노인을 지게에 메고 나라야마 산 정상에 내다 버리고 와야한다. 마을에서 일곱 고개를 넘고 3개의 하천을 건너면 나라야마라는 높고 험한 산이 있는데 이 산 정상에서 죽으면 천국에 갈 수 있다는 전설이다. 고려장은 한국 풍습이 아니라 일본 풍습인 것이다.



이 영화의 여주인공인 오린은 남편이 25년 전 시어머니를 나라야마 산에 버리지 않기 위하여 마을을 떠난 후 혼자서 두 아들을 키우며 살아왔다. 오린은 69세가 되자 나라야마 산으로 떠날 준비를 한다. 오린은 아직도 건강한 자신의 몸이 쇠약해졌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하여 일부러 돌절구에 자신의 입을 찌어 이빨을 모두 부러뜨린다. 오린이 나라야마 산으로 떠나기 전 날 마을의 원로들이 오린의 집에 모여 주의사항을 들려준다. 아무도 안보는 새벽에 떠날 것. 산길을 가는 동안 이야기를 하지 말 것. 산 정상에 노인을 내려놓은 다음에는 뒤돌아 보지 말고 뛰어내려올 것….

어머니를 사랑하는 큰 아들 다츠헤이는 무척 괴로와 하지만 어쩔 수 없이 다음 날 새벽 어머니를 지게에 싣고 길을 떠난다. 험한 산길에 넘어지고 미끄러지면서도 다츠헤이와 오린은 드디어 나라야마 산 정상에 다다른다. 정상에는 발딛을 틈도 없이 해골들이 널려있다. 오린은 자신이 죽을 자리를 손가락으로 가리킨 후 지게에서 내려 가져온 거적 자리를 깔고 정좌하고 앉는다. 그런 다음 차마 발길을 돌리지 못하고 머뭇거리는 다츠헤이의 뺨을 때리고 등을 밀어 억지로 아들을 떠나보낸다. 하산하는 길에 다츠헤이는 이웃집 남자가 죽음을 거부하고 자신에게 매달리는 부친을 절벽 밑으로 굴러떨어뜨리는 장면을 목격한다.

눈이 내리기 시작하자 다츠헤이는 오던 길을 뒤돌아서 산 정상으로 다시 달려 올라간다. 두 손을 합장하고 조용히 눈을 감고 앉아있는 어머니의 머리와 어깨에 흰 눈이 내려 쌓이고 까마귀들은 주위를 맴돌고 있다. 아들을 본 어머니는 손짓을 하며 아들을 다시 내려보낸다. 집에 돌아온 다츠헤이는 아내와 며느리가 벌써 오린의 옷을 나눠입고 있는 것을 본다.


채수호 / 자유기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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