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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 라운지] '병마용' 엄지손가락

중국 진시황릉 내부의 수많은 호위무사 병마용(兵馬俑)은 세계 8대 경이 중의 하나다. 흙을 구워 만든 병마용은 무장한 무사의 엄격한 표정이 모두 다르게 생겼다. 하나하나가 모두 훌륭한 예술품이다.

실제로 병마용(크기 1.75~1.96m) 근처에 서면 그 아우라와 세세한 표정에 소름이 끼친다. 세계 유명 박물관에서는 이 병마용 일부를 들여와 특별전을 열기도 한다.

2017년 12월 필라델피아 프랭클린 박물관에서 일이 벌어졌다. 중국에서 임대해온 한 병마용의 왼손 엄지손가락이 부러진 것이다.(사진) FBI는 감시카메라 영상을 통해 마이클 로하나(25)가 범인임을 밝혀냈다. 구두 판매원인 로하나는 당시 크리스마스 파티에 참석했다가 술에 취한 상태로 병마용을 전시해둔 공간에 들어갔다. 병마용 옆에서 사진을 찍은 후 병마용의 왼손 엄지를 부러뜨려 주머니에 넣은 채 달아났다.

지난 10일 로하나는 재판정에 섰다. 그는 자신의 행위를 부인하지 않았다. 하지만, 12명의 배심원단은 평결(합의)을 내리지 못했다. 7명이 무죄로 인정했다. 결국 법원은 '심리 무효(mistrial)' 평결을 내렸다. 로하나는 세계적 보물을 훼손하고도 벌을 받지 않게 된 것이다.



중국에서 난리가 났다.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다. 이게 말이 되느냐." "자유의 여신상을 한번 망가뜨려 보자"는 격한 반응도 나오고 있다. 중국인들이 가장 분통 터진 것은 나의 소중한 가치를, 그들은 별거 아니게 생각한다는 것이리라. 미국 배심원들이 '진흙 군인' 쯤이야라고 여기는데 도저히 참을 수 없는 것이리라. 커다란 캔버스 위로 물감을 흘리고, 끼얹고, 튀기고, 쏟아 부은 미국의 화가 잭슨 폴락의 작품을, 중국인이 쓰레기로 알고 구겨 버렸다면….

누구에게나 소중한 '보물'은 있다. 함부로 재단할 일이 아니다.


김석하 논설위원 kim.sukha@korea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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