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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언대] 'DMZ 둘레길' 괜찮은가

요즘 정부가 비무장지대(DMZ) 지역에 'DMZ 평화둘레길'이란 이름으로 3개 코스를 만들어 이달 말부터 단계적으로 개방한다는 뉴스다. DMZ 내 철책선 통문을 넘어선 GP지역까지 시민에게 개방되는 것은 분단 이후 처음 있는 일로 국민의 관심이 높은 만큼 우려도 크다.

지정된 곳은 태백산맥을 따라 한반도의 3대 축선에 해당되는 군사적 요충지다. 북한 인민군은 한국전쟁 당시 공포의 전차를 몰고 남침통로로 이곳을 통해 남한땅을 짓밟은 핏물이 낭자했던 전적지로 우리 군도 수많은 사상자를 낸 '피의 능선'이 있는 곳이다. 유사시 이곳은 지리적으로 쉽게 적군에 노출돼 우리의 피해가 클 것으로 예상되는 매우 취약한 곳이기도 하다.

지난달 25일 경기도 파주시 적성면 적군묘지에서 '조선민주주의 인민공화국 군인추모제'를 열어 국민을 어리둥절케 한 일이 있었다. 적군 묘지란 6·25 당시와 그 이후 전사한 북한군·중공군 유해를 매장한 묘역이다. 경기도는 국민의 세금으로 토지를 매입해 적군 전사자를 추모하는 묘를 만들고 국민의 녹을 먹는 파주 지역의 국회의원, 시장, 시의장 등이 참석해 적군의 넋을 기렸다고 하니 그저 아연하고 기가 막힐 따름이다.

그 사흘 전 북한의 천안함·연평도 도발에 희생당한 대한민국 해군장병 등을 추모하는 '서해수호의 날' 기념식에는 아무도 참석하지 않았다니 도대체 우리는 피아를 구분할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다.



지난해 11월 판문점 공동경비구역(JSA)을 통해 귀순했던 북한군 병사 오청성(25)씨가 일본 산케이신문과의 인터뷰에서 국군에 대해 "군대 같지 않은 군대"라고 평가했다고 한다. 그런가 하면 인민군 여군장교 출신 한 명은 수일간 한국군의 생활체험을 통해 북한군에 없는 자유와 윤택한 병영생활로 인해 전투가 벌어지면 고난에 익숙한 북한군에 연약한 한국군은 고전할 것이라고 했다는 얘기도 들었다.

금강산 관광길에서 민간인 박광자씨가 북한 군인의 총에 맞아 죽은 사건으로 지금까지 그렇게도 북한은 끈질기게 기대한 돈줄이 막혀버렸다. 그런 상황이 'DMZ 둘레길'에서 없으란 법이 없다.

평시에도 절대 유념할 것은 시민들의 안전이다. DMZ 내 지역은 남북한 군의 수색조가 정기적으로 수색·정찰 임무를 수행하는 곳인 만큼 충돌 가능성이 상존한다.

시민들이 DMZ 지역 내 오솔길을 걸으며 분단의 역사와 전쟁의 비극을 체감하고 평화정착 의지를 굳건히 하는 안보교육 현장이 되어 마치 동서독 장벽이 무너진 것처럼 국토통일의 기틀이 마련되기를 바라는 마음이다.

평화의 둘레길보다 유사시를 위해 없어진 GP를 복원하고 작전로를 확보하는 게 우선이란 생각이다.


이재학 / 6·25참전유공자회 수석부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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