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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 마당] 마음이 허한가요?

김류다 / 라크레센타
김류다 / 라크레센타 

[LA중앙일보] 발행 2019/04/12 미주판 23면 기사입력 2019/04/11 19:50

모처럼 만난 친구들과 유쾌한 자리를 가졌다. 집에 와서도 즐거운 기분이 이어졌지만 좀 피곤했다. 말을 많이 해서인가 보다. 사실 말을 하는 데는 큰 힘이 든다. 말은 채우기가 아니라 내놓는 것이다.

말은 우리 사고의 집합체이고 영혼을 표현하는 일선에 선 군사 같은 것이다. 말은 마음을 지키는 것이다.

평소에 운동을 해서 발과 다리와 허리와 어깨에 근육이 붙어 있으면 힘을 쓸 때 그리 무리가 되지 않는다. 평소의 운동량에 따라 웬만한 노동이나 운동은 소화할 수가 있는 것이다. 하루에 한 시간 운동을 한 사람이 대청봉을 가면 당장 온몸에 무리가 생긴다. 나도 조금 운동을 했다고 자만해서 무리해서 대청봉을 올랐다가 며칠을 집에서 쉬어야 했다.

마음도 이와 같다. 채우기가 있어야 마음이 건강해지고 풍요로워진다. 무리하게 육체적인 일을 하다 보면 온몸의 에너지를 소진하고 탈진을 하는 게 일반적이다.

말을 통해 지식을 이야기하고 경험을 이야기하면 에너지가 나가고 마음은 허해진다. 채움이 없이 비움이 진행되면 마음의 창고는 텅텅 비게 된다. 보통 채움은 비움보다 어렵다. 비움은 금방 창고를 털어가는 도둑과 같다. 마음에 담긴 말은 하늘에 날리는 구름과 같다. 바람이 불면 금세 흩어져 보이지 않는다.

채우기 위해서는 많이 듣는 것이 필요하다. 내 생각, 내 경험을 즐비하게 이야기할 것이 아니라 다른 사람이 이야기하는 내용을 들어야 한다. 비움을 줄이고 채움을 하는 시간이 되어야 한다.

듣는 것은 채움의 기본자세다. 채움을 적극적으로 하기 위해서는 의도적인 노력이 있어야 한다. 비움은 무의식에 가깝고 채움은 의식에 가깝다. 채움은 뭔가를 보고, 듣고, 즐기고, 생각하는 것에서 생긴다. 채움은 의도적인 노력의 결과이기에 그 과정이 쉽지가 않다. 채움의 과정이 없으면 나도 모르게 일어나는 말 하는 과정으로 일어나는 마음의 비움 과정이 일어나 마음이 늘 불안해진다. 창고는 큰데 창고 안에 물건이 없는 일이 생기는 것이다.

모두들 채움을 잘하지 않으려 한다. 하지만, 일부 사람들은 채움을 하고 있다. 일부러 조용한 시간을 만들어 산책을 하면서 자기 내면세계를 정리해서 질서 있게 하고 있다. 편안보다 평안을 만들고 있는 것이다. 주변의 잡다한 일들을 내려놓고 책을 드는 사람들이 있다. 마음의 밥을 먹는 사람들이다. 영혼의 양식이다.

책을 통해 재료가 들어오고 산책을 통해 마음이 정리되면 이 사람들은 사색을 한다. 자기 자신의 범주에서 벗어나 더욱 넓은 생각과 깊은 생각을 하는 묵상의 시간을 가지는 것이다. 채움의 과정을 거치는 사람들은 쉽게 외부 환경에 흔들리지 않는다. 안정된 삶을 사는 것이다.

오늘 마음이 허한가? 친구의 이야기를 들어주거나 산책을 하거나, 책을 읽거나, 조용한 시간을 가져보시라. 단단해진 당신을 발견하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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