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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 네트워크] 문화 속의 치매

치매가 문화 깊숙이 들어오고 있다. 치매 노인을 주인공으로 내세운 드라마·영화 등이 부쩍 늘었다.

질적 변화도 크다. 기존 콘텐트에서 치매 노인의 효용은 뻔했다. 부모의 치매는 자식들의 부양 부담으로 연결됐다. 가족 내 갈등의 씨앗이 됐고, 이어지는 화해와 감동의 장치로 활용됐다. 이렇게 '배경'에 불과했던 치매 노인이 주체적인 '인물'로 부상한 것이 최근의 두드러진 변화다.

김혜자의 25세 연기로 화제가 됐던 JTBC 드라마 '눈이 부시게'는 치매 노인의 세계관을 좇아 이야기가 흘러갔다. 세월을 역행하는 치매 노인의 흔한 착각에 따라 아들·며느리를 아빠·엄마로, 손자를 오빠로 부르는 가상의 세계가 펼쳐진 것이다.

50%에 육박하는 시청률로 종영한 드라마 '하나뿐인 내편'에서도 치매 노인은 극 전개를 좌지우지하는 주요 인물로 등장했다.



문화 콘텐트에서 치매는 이제 더 이상 비극적 소재가 아니다. 최근 한국에서 개봉된 영화 '로망'은 동시에 치매에 걸린 노부부가 젊은 시절 품었던 로맨스를 찾아가는 이야기다. 기억을 잃는 '노망'이 사랑을 찾는 '로망'의 길잡이가 되는 셈이다. 치매 아내 이매자를 연기하는 정영숙은 작품 속에서 "이럴 줄 알았으면 진작 치매나 걸릴 걸 그랬나 보다"고 했다.

지난달 중앙치매센터가 발표한 '대한민국 치매 현황 2018'을 보면 한국의 65세 이상 노인의 치매 유병률은 10.2%다. 현재 75만명 수준인 치매 환자 수는 2024년 100만명을 넘어선다. 2039년 200만명, 2050년 300만명 등으로 증가 속도는 더욱 가파를 전망이다. 치매를 삶의 한 부분으로 바라보며 소화해내야 하는 이유다.

콘텐트 소재로서뿐 아니라 문화 향유자로서 치매 환자의 자리도 넓어졌다. 국립현대미술관은 치매 환자 대상의 '일상예찬'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미술관을 찾아가 작품을 감상하며 취미 활동을 할 수 있게 돕는 프로그램이다. 전문무용수지원센터에선 치매 환자를 위한 무용 교육 프로그램을 개발하고 강사 양성에 들어갔다. 초점은 '치료적인 활동'보다 '예술적인 활동'에 맞춰졌다.

지난해 방한한 영국의 '치매환자를 위한 무용(Dance for Dementia)' 강사 다니엘 틸의 조언에 따라서다. 아이들에게 피아노를 가르칠 때 손가락 근육 발달에 초점을 맞추지 않는 것처럼 치매 환자의 춤도 기능이 아닌 예술 차원에서 이해해야 한다는 것이다.

치매에 걸려 인지 능력을 잃기 시작해도 사람은 언제나 온전한 인격체다. 삶의 의미를 찾고 재미를 즐기는 주체로서 제 몫을 누려야 한다. 그 첫발을 문화가 떼고 있다.

이지영 한국 중앙일보 문화팀 차장


이지영 / 한국 중앙일보 문화팀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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