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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 속 뉴스] 동포 '모두' 가 파렴치?

김석하/사회부 부장

영 기분 나빠서 가만있을 수 없다.

전재희 보건복지가족부 장관이 엊그제 한 말이 가관이다.

전 장관은 13일 한국언론과 오찬 간담회에서 재외동포의 한국내 의료보험 가입 자격을 현행 ‘보험료 1개월 이상 납부자’에서 ‘3개월 이상 체류자’로 변경하겠다고 밝혔다. 문제는 그 자리에서 “건강보험료를 한 번만 내도 보험 혜택을 주니까, 큰 병에 걸린 해외동포들이 모두 비행기를 타고 한국으로 오더라”라고 말한 것이다.

이 발언을 수사학적으로 보면 ‘(작은 것을) 베풀어 주니까~ (큰 것) 해달라고 한다’는 뉘앙스다. 게다가 해외동포들 ‘모두’라고 했다.



졸지에 큰 병 걸린 해외동포들은 ‘빌붙는’ 꼴이 됐다. 700만 해외동포 전체를 아예 경멸하는 투다.

보건복지부가 이번에 재외동포의 한국 건강보험 가입 기준을 옛날 법으로 환원하겠다고 나선 것은 한국내 일반 가입자와 재외동포간에 형평성 논란이 제기됐기 때문이다.

즉 재외동포는 한 달치 보험료만 내도 보험 혜택을 받을 수 있고, 이에 따라 이들의 국내 의료 이용이 크게 늘면서 건강보험 재정을 악화시킨다는 주장이다.

지난달 한나라당 손숙미 의원은 “미국 영주권자 A씨는 지난해 뇌출혈로 입국해 국내 병원에서 1년간 치료를 받으면서 보험료로 58만을 내고, 6325만원의 건강보험 혜택을 입었다”며 재외동포들이 한국건강보험에 ‘무임승차’하고 있다는 식으로 말했다. 누가 들어도 ‘영주권자 A씨가 얄밉다’는 생각이 들만한 사례를 뽑았다.

하지만 A씨가 의도적으로 보험혜택을 보러 한국에 들어갔는지, 갑자기 응급상황이 됐는지 여부는 밝히지 않았다. 뇌출혈이라면 갑작스러웠을 것이라는 추론이 가능하다.

보건복지부가 환원의 뜻을 밝힌 현행법은 재외동포들이 요구했던 것도 아니다.

지난해 자기들이 ‘알아서’ 재외동포의 가입기준을 ‘3개월 이상 장기체류자’에서 ‘보험료 1회 선납자’로 바꾸어 놓고는, 몇몇 오용·악용 사례를 들어 다시 원 위치시키겠다는 것이다.

자기들 마음대로 바꾸면서 ‘통 큰 척’ 할 때는 언제이고, 원상 복귀시키겠다고 하면서 괜한 해외동포 전체를 파렴치한으로 매도하고 있는 것이다.

기가 막힐 노릇이다.

설사 법을 바꾼다치더라도 그 효과를 볼 수 있느냐도 짚어볼 대목이다. 1개월(6만여 원)과 3개월 보험료의 차이는 불과 12만 원. ‘어떻게든’ 한국 건강보험의 혜택을 보려는 ‘큰 병’ 환자를 그깟 100달러로 막을 수 있겠는가.

다 좋다. 한 국가의 정책이 1년도 안되는 사이 이렇게 손바닥 뒤집기식으로 변하는 조삼모사에 한숨이 나오지만 이해하겠다.

뜻대로 보험료를 1개월에서 3개월로 늘려라. 아니 차라리 6개월, 1년으로 늘려라.

하지만 그 전에 전 장관은 해외동포에게 사과해야 한다. 법을 환원하는 만큼 자신이 내뱉은 실언도 환원하라.

전 장관은 몇몇 사례를 들어 나머지 전체를 매도하는 ‘일반화의 오류’를 범했다. 한국서 돈 떼어먹고 온 몇몇 사례를 들어 미국에 오는 한국인은 모두가 경제사범이라고 해야 하는가.

모국의 건강보험 재정을 축내고 싶은 동포는 없다. 그리고 한국서 보험혜택 보는 동포는 얼마되지 않는다. 특히 얄미운 짓 하는 동포는 극소수다.

어떻게 장관이 해외동포를 싸잡아 ‘혜택을 주니까…모두가 비행기 타고 오더라’라는 모욕적인 말을 할 수 있는가.

한편으로는 일국의 장관이 공개석상에서 그런 말을 버젓이 할 수 있는 대한민국의 ‘옹졸한’ 풍토가 안타깝다.

전 장관의 양식을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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